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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불안, 학원도 문닫아“ 스터디카페만 붐비는 수능 D-99

중앙일보

입력

26일 오후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스터디카페. '입실 전 온도를 측정해달라'는 안내가 붙어있지만 이를 지킨 이는 드물었다. 채혜선 기자

26일 오후 경기 성남 분당의 한 스터디카페. '입실 전 온도를 측정해달라'는 안내가 붙어있지만 이를 지킨 이는 드물었다. 채혜선 기자

“수능이 100일도 안 남았잖아요. 학교는 가지만 불안 불안해요.”

서울 지역 고3 수험생 A양은 교육부가 수도권에서 고3을 빼고 전 학년 등교 중단 조처를 내린 데 대해 26일 이렇게 말했다. 자칫 등교했다가 학교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99일 앞으로 다가왔다. A양은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에서 입시까지 얼마 남지 않아 공부에 집중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작성한 스터디 플래너에는 “기상이 힘들다” “슬럼프가 왔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수능 제때 볼 수 있을까…고3 불안  

수능 D- 100일인 25일 부산 북구 대덕여고 3학년 학생들이 진지하게 수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수능 D- 100일인 25일 부산 북구 대덕여고 3학년 학생들이 진지하게 수업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코로나19 확산세에 고3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선 등교가 미뤄졌던 것처럼 수능 일정에 변동이 생길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고3 B군은 “코로나19로 수능이 미뤄지진 않을지 나 포함 주변 친구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독서실을 자습 공간으로 삼았던 고3 C양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에 공부하러 갈 곳이 없다고 했다. C양은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동네에 확진자가 많이 안 나와 독서실을 다녔었다”며 “하지만 최근 확진자가 늘며 독서실을 무서워서 가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독서실에서 주로 공부했던 친구들도 이젠 독서실을 가지 않는다”며 “수능이 다가오면서 공부는 손에 잡히질 않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함만 더욱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 와중에 붐비는 스터디 카페

지난달 8일 오전 성동구청 직원들이 관내 스터디카페를 점검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지난달 8일 오전 성동구청 직원들이 관내 스터디카페를 점검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스터디 카페를 찾는 수험생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형학원·도서관 등 자습공간이 마련된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학생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 스터디 카페 앞에서 만난 재수생은 “(공부하러) 갈 데가 없다. 도서관은 문을 닫았고 카페는 불안하니 스터디 카페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 분당의 학원가에 위치한 한 스터디 카페엔 40개 좌석 중 35개가 차 있었다. 여러 명이 모여 앉는 대형 책상에 자리를 잡은 3명은 마스크를 전부 쓰고 있었다. 창가에 자리한 공개형 좌석에 앉은 5명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 같은 모습은 칸막이가 있는 1인형 좌석으로 가면 달라졌다. 총 18석이 마련된 1인형 좌석들은 만석이었다.

이중엔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리고 공부하거나 아예 쓰지 않은 학생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개방형 좌석이 아니면 마스크 쓰기와 같은 방역 수칙이 느슨해진 것이다. 이 스터디 카페는 무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처럼 방역수칙을 어긴 이들에게 주의를 줄 직원은 자리에 없었다. 체온 등을 적는 명단이 입구에 존재했지만 이날 오후까지 이름을 적은 이는 4명뿐이었다.

방역 수칙 준수도 수능 대비 전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서울·경기·인천 소재 유·초·중·고교와 특수학교가 전면 원격 수업에 들어간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서울·경기·인천 소재 유·초·중·고교와 특수학교가 전면 원격 수업에 들어간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보인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입시 전문가는 코로나19 예방 수칙이 곧 수능 대비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올해 수험생은 수능 볼 때 마스크를 쓰고 시험 봐야 한다”며 “시험에 미리 적응한다고 생각하며 장소에 상관없이 공부할 땐 무조건 마스크를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험생이 있는 집이라면 가정 내 방역 수칙을 따로 만들라고도 권장했다. 임 대표는 “수험생이 쓰는 공간을 분리하는 게 좋다. 직장·학교만큼 엄격한 수칙을 집에서도 적용해야 한다”면서도 “코로나19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집중이 어려운 학생도 있다. 집에서는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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