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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서한에도 "꿈도 못꾼다"…희비 갈린 국회 재택근무

중앙일보

입력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ZOOM(화상회의어플)을 이용해 청년정책 화상회의 모습. 이 의원은 이 외에도 카카오톡 '라이브톡'을 활용해 지역 당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실]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4일 ZOOM(화상회의어플)을 이용해 청년정책 화상회의 모습. 이 의원은 이 외에도 카카오톡 '라이브톡'을 활용해 지역 당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이낙연 의원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 후 7일째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의원은 발 대신 손이 바빠졌다. 전당대회 관련 오프라인 일정을 모두 취소한 대신 화상 채팅과 단톡(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당원과 지지자들을 매일 만나고 있어서다. 지난 24일 하루에 충남·강원·충북을 모두 돌았다. 주로 활용하는 건 카카오톡의 '라이브톡'이라는 화상채팅 기능과 '줌(Zoom)'이라는 영상 채팅 프로그램이다. 라이브톡은 참여자가 최대 40명으로 제한되 100명 이상 모인 경우엔 단톡방에서 문자로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한 방에서의 채팅은 30~40분 이상 진행되고 주제는 주로 이 의원의 근황과 지역 현안이라고 한다. 25일엔 앉아서 서울·인천·경기 지역을 돌았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보좌진은 사무실에 3명만 출근하는 체제로, 돌아가면서 재택 근무를 한다”며 “SNS 순회도 일정 관리가 필요하고 간혹 모니터링도 필요해 분주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의원실 보좌진의 재택근무를 권한 박병석 국회의장 얼굴에 태양을 합성한 사진이 지난 24일 SNS에 공유됐다. [SNS 캡처]

의원실 보좌진의 재택근무를 권한 박병석 국회의장 얼굴에 태양을 합성한 사진이 지난 24일 SNS에 공유됐다. [SNS 캡처]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국회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의원 300명 전원에게 보좌진들의 재택근무·유연근무·시차출퇴근을 권하는 서한을 보내면서다. “각 의원실 보좌진은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 등 조치에 적극 참여해주실 것을 간곡히 권유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진은 공무원 재택근무 및 3부제 권고 지침에 해당하지 않아 그동안 ‘코로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재택근무 권유 결정 이후 보좌진들 사이에는 박 의장 얼굴과 태양을 합성한 사진에 “빛병석이 해냈다”는 문구를 붙인 이미지 파일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의원의 선택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아예 문 앞에 “국회사무처의 권고에 따라 직원 전원 재택근무를 시행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붙였고 실제로 인기척이 드물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실은 2부제 출근 방식을 택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대중교통이 붐비는 시간도 피하고 밀집도도 줄이기 위해서 오전반, 오후반 나눠서 근무한다”고 말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은 지난 19일부터 9명의 보좌진을 5팀으로 나눠 교대로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주 중에 하루씩 나오는 꼴"이라며 "나올 때도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아 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재택은 꿈도 못꾸는 의원실이 다수다. 당장 이번 주와 내주 줄 이은 상임위원회, 예결위원회 준비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예결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권고에 따라 재택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결위 때는 바빠서 없는 인원도 끌어 쓸 판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 결산 때문에 아직 재택 원칙을 정하지 못했다. 재택근무 현황이라는 지라시도 돌지만 거의 확진자와 접촉해 격리대상이 된 의원실 정도 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이날도 국회에선 예결위와 운영위를 포함해 11개의 상임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의원들과 관계부처 공무원들은 대부분 질의·응답을 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했다.

100% 재택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문 앞에 붙어있는 안내 문구. [김민석 의원식 제공]

100% 재택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문 앞에 붙어있는 안내 문구. [김민석 의원식 제공]

국회는 9월 6일까지 외부인원 방문을 최소화 하고 의원회관 및 국회 도서관 회의실과 세미나실 등의 이용도 전면 금지한다. 국회사무처는 당장 다음달 1일로 다가온 정기국회 개회식과 첫 본회의가 걱정이고 각 의원실은 이미 차질을 빚고 있는 국감 준비가 문제다. 국감이 급한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집 전화나 휴대 전화로 걸면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국회 번호가 찍혀야 통화가 되고, 자료 요구 과정에서 공무원들을 직접 불러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재택 근무를 하면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고 말했다.

법안 발의 전 과정을 전자문서를 통해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의원도 등장했다. 이영 통합당 의원은 최근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2건의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전자문서와 전자서명을 활용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전자문서 사용에 익숙치 않은 의원실도 있어 하나하나 설명해야했지만 전반적으로 법안 발의 속도는 비대면 방식이 훨씬 빠르고 간편하다”고 말했다. 한때 민주당은 단체 텔레그램방을 통해 공동발의자를 모았다고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온라인 소통은 '뉴노말'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당내 상임위원 전체회동이나 의원총회 등을 열기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대부분의 의원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토론에 익숙하다"며 "언택트 방식으로는 밀도있는 토론이 쉽지 않고 상대방의 진정한 의사를 알기 어렵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박해리·김홍범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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