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퍼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현재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광화문 집회를 주요 클러스터(감염집단)로 분류해놨다. 두 감염집단 발(發) 코로나19 환자만 34%가량 된다. 하지만 나머지 환자도 문제다. 일명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퍼지고 새로운 집단감염이 속속 등장한다.
13일간 코로나 환자 3231명 나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낮 12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8·15 광화문 집회 관련 누적 환자는 각각 915명, 193명이다. 두 감염집단의 첫 환자는 12일, 18일 나왔다. 사랑제일교회가 먼저다. 현재까지 역학조사 결과, 광화문 집회 초발환자와 사랑제일교회간 감염 고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랑제일교회 발 첫 환자 발생 이튿날인 13일 0시부터 25일 0시 사이 국내에서 3231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나왔다. 17만9185건의 진단검사에 따른 결과다. 이 검사 건수는 사랑제일교회 교인·방문자(4462명)와 광화문 집회 참가자(2만여명 추산)를 훨씬 웃돈다.
사랑제일교회·광화문 집회 외 환자 65.7%
13일간 집계한 3231명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두 감염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을 단순계산하면 34% 조금 넘는다. 사랑제일교회(28.3%), 광화문 집회(6%)다. 이외의 클러스터 환자가 2123명(65.7%)에 달한다. 물론 앞으로의 역학조사 과정에서 사랑제일교회나 광화문 집회 ‘관련’으로 분류될 수는 있다.
방대본은 감염경로 불명비율, 집단발생 등 8가지 주요통계를 2주 단위로 끊어 분석·비교한다. 지난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의 깜깜이 환자는 여전히 16.9%로 높게 나타났다. 사랑제일교회, 광화문 집회를 제외한 감염집단이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8월 주요 집단발생지 최소 16곳 이상
실제 방대본이 이달 들어 주요 집단발생 사례로 꼽은 곳만 최소 16곳 이상이다. 경기도 용인 우리제일교회 관련(182명·누적 환자 이하 같음), 스타벅스 파주야당점 관련(65명), 광주광역시 유흥시설 관련(26명), 인천 미추홀구노인주간보호센터 관련(8명), 서울 강남 투자업체 골드트레인 발(105명) 등 다양하다. 안전한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더욱이 여전히 시민들의 경각심도 낮은 상태다.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안전신문고’에 노(No) 마스크 스터디 카페 이용자, 발열체크 없는 학원 등의 제보가 잇따랐다.
코로나 재확산 책임 누구에게?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번 코로나19 재확산 책임을 놓고 공방이 뜨겁다. 여권에서는 극우성향으로 분류되는 전광훈(65·코로나19로 입원)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극보수성향 단체 주도의 광화문 집회를 겨눴다. 야권에서는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다. 교회의 소모임 금지 조처를 서둘러 해제(지난달 24일)하고 여행을 장려했다는 등의 이유다.
하지만 통계를 놓고 보면 여야의 주장이 모두 맞다. 사랑제일교회·광화문 집회 발 감염도 만만치 않지만, 이 집단이 최근의 확산세를 다 설명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전병율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관련으로는 현재의 진단검사 건수를 설명하지 못한다”며 “긴 장마 기간에 실내에 머물고 전국 휴가지로 떠난 사람이 돌아오면서 감염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정부의 방역 정책에 문제가 없었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사랑제일)교회 발 감염자가 13일 공식 발표됐다”며 “평균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7월말 감염이 시작된 것 같다. ‘7말 8초’ 휴가기간 때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물론 일부 종교시설이나 집회 등이 연관돼 있지만 지금은 워낙 감염원 자체가 다양하다”며 “여름철의 이동, (즉) 휴가라든지, 여러 모임이라든지 또 만남 등으로 비수도권에서의 각종 (감염) 발생이 어느 정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황수연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