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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혈장치료로 사망률 35% 감소?…"그 통계 어디서 왔냐" 신빙성 논란

중앙일보

입력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3일(현지시간) 긴급 승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혈장 치료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혈장 치료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또 다른 환자에게 주입해 혈액 속 면역 항체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치료법이다.

NYT "연구보고서 어디에도 통계치 없어" #과학자들 "FDA, 연구결과 과장 해석" #공화당 전대 전날 긴급 승인도 논란 #FDA 국장 "몇 주 전 이미 결정" 해명

일부 혈장치료 연구자들은 FDA가 긴급 승인의 근거로 제시한 통계 결과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긴급 승인을 한 시점을 놓고 정치적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장에서 코로나19 혈장치료 긴급 승인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티븐 한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장에서 코로나19 혈장치료 긴급 승인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티브 한 FDA 국장은 혈장치료를 받을 경우 코로나19 환자 100명 가운데 35명이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브리핑에서 “혈장 치료 시험에서 35%의 사망률 감소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과학자들 “사망률 감소 통계 출처 없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FDA가 제시한 자료 어디에도 ‘35%’라는 수치는 등장하지 않았다. FDA가 인용한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 결과나 FDA의 공식 승인 문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통계 출처가 정확하지 않다고 판단한 과학자들은 FDA가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 결과를 과장해 해석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19 혈장치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 19 혈장치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임상시험 전문가인 에릭 토플 스크립스 리서치 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메이요 클리닉 보고서 일부를 발췌해 올리면서 FDA의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이요 클릭닉 보고서는 ‘코로나19 환자가 혈장 치료를 받는다면 일주일(7일)에 3명, 한 달(30일)에 5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할 뿐”이라며 “이를 ‘사망률 35% 감소’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메이요 클리닉의 연구는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돼 일반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 감염증 협회는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협회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혈장 치료의 효능은 몇 차례 확인됐으나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화당 전대 전날 긴급승인, 정치적 의도 있었나

일각에서는 FDA가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하게 긴급 승인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FDA가 일요일 오후 성명을 낸 것이 이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FDA의 발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FDA 내부에 11월3일 대선 전까지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위한 자원봉사자 확보를 어렵게 하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스티븐 한 FDA국장의 코로나19 혈장치료 긴급승인 브리핑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스티븐 한 FDA국장의 코로나19 혈장치료 긴급승인 브리핑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FDA 발표 다음 날에는 공화당 전당 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전당대회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주요 성과로 내세우기 위한 소재가 될 수 있다.

미 피츠버그대학의 의약품 정책 및 처방센터의 월리드젤라드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해 왔다며 “FDA의 혈장 치료 긴급 승인도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젤라드 박사는 “이런 식으로 통계를 과장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FDA “특정 환자군 대상으로 한 상대적인 통계”

논란이 거세지자 스티브 한 FDA 국장은 25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코로나19 혈장치료 긴급 승인은 메이요 클리닉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FDA 소속 과학자들이 몇 주 전에 결정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티븐 한 FDA국장은 2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혈장치료 안전성 논란에 해명했다. [스티븐 한 트위터 캡처]

스티븐 한 FDA국장은 2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혈장치료 안전성 논란에 해명했다. [스티븐 한 트위터 캡처]

또 ‘사망률 35% 감소’라는 연구 결과와 관련해선 “절대적인 위험 감소가 아닌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상대적인 위험 감소를 의미한다”며 “내가 좀 더 정확하게 말했어야 했다”고 해명했다.

스티브 한 국장은 이번 긴급 승인은 최종 승인을 뜻하지 않으며 앞으로 혈장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계속 연구해 문제 발생 시 승인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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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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