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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폭행·도박…5개월간 끊이지 않는 김호중 논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팬미팅 ‘우리가 처음으로’ 리허설에서 노래하고 있는 김호중. 팬미팅 일정과 겹쳐 같은 기간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팬미팅 ‘우리가 처음으로’ 리허설에서 노래하고 있는 김호중. 팬미팅 일정과 겹쳐 같은 기간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콘서트’에 불참했다. [연합뉴스]

성악가 출신 가수 김호중(29) 관련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 종영 이후 5개월간 병역·폭행·도박·사기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럼에도 그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지난 14~16일 단독 팬미팅 ‘우리家 처음으로’를 열고, 자전적 에세이 『트바로티 김호중』(스튜디오오드리)은 14일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다음달 정규앨범 발매에 이어 자전적 영화에 출연해 연기 도전까지 예고한 상황. ‘미스터트롯’ 톱 7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스터트롯’ 종영 후 전 매니저와 갈등 #수익 30% 요구 거부하자 소송전 시작 #톱7과 달리 개별활동으로 잡음 계속돼 #불법 도박에 방송사도 통편집 선긋기

“돈은 받았지만…” 전 매니저-소속사 다툼

14일 발간된 자전적 에세이『트바로티 김호중』표지. [사진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14일 발간된 자전적 에세이『트바로티 김호중』표지. [사진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가장 큰 문제는 전 매니저인 권모씨와 갈등에 있다. ‘미스터트롯’ 종영 나흘 만인 3월 16일 김호중이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이하 생각엔터)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2016년부터 5년간 김호중과 일하며 행사 수익 등을 5 대 5로 나눠왔던 권씨가 수익의 30%를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김호중을 상대로 1억3000만원가량의 약정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에 생각엔터 측은 “(권씨는) 정식 소속사나 에이전시라기보다는 김호중의 친한 형들이 일을 도와준 것에 가깝다. 계약상의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개그맨 출신인 이광득 생각엔터 대표가 ‘미스트롯’ 출신 정미애ㆍ김소유 등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게 되면서 트로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고, 사촌동생인 김호중에게 ‘미스터트롯’ 출연을 권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일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발표한 ‘할무니’ 앨범 재킷. 김호중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배우 손숙을 업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다음 달 정규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이다. [사진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지난 6월 발표한 ‘할무니’ 앨범 재킷. 김호중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배우 손숙을 업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다음 달 정규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이다. [사진 생각을보여주는엔터테인먼트]

이후 권씨 측은 채무 관계부터 스폰서 의혹 등 소재만 바꿔가며 크고 작은 문제를 제기했고, 소속사 측은 이를 세세하게 반박했다. “김호중이 500만원을 빌린 것은 맞지만 제대로 정산받지 못한 금액이 더 크다”라거나 “팬으로서 300만원을 받은 것은 맞지만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는 식으로 양측의 주장이 엇갈렸다. 어머니가 사기에 연루됐다거나 전 여자친구가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발목 부상으로 4급 판정…병역 특혜 없어”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병역과 도박 부분이다. 다른 것은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지만, 두 가지는 공인으로서 사회적 책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속사 측은 “김호중이 강원지방병무청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병역 관련 문의를 했을뿐 특혜는 없었다”며 “4차례에 걸쳐 군 입대 연기 신청을 진행했고 발목 부상으로 인해 6월 재검을 신청했고 불안정성 대관절 등의 사유로 4급 판정을 받아 성실하게 정해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 콘서트’. [사진 쇼플레이]

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 콘서트’. [사진 쇼플레이]

장민호ㆍ영탁ㆍ임영웅ㆍ김희재ㆍ이찬원 등은 이미 군대를 다녀오고 중학생인 정동원을 제외하면 홀로 군 문제가 남은 것도 단독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 톱 7이 뉴에라프로젝트와 1년 6개월간 전속 계약을 체결했지만 김호중만 개별 소속사에서 활동하게 된 것도 군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김호중은 군 문제로 하반기 스케줄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이 콜센타3’에서 하차하고, 3주간 예정됐던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에도 첫 주만 참석하는 등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소속사 측은 지난달 지속적으로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해온 SBS funE 기자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데 이어 이달 폭행설을 제기한 전 여자친구의 아버지를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는 등 공격적으로 방어에 나섰으나 불법 도박 의혹이 커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스포츠 도박을 한 것은 사실이다. 금액을 떠나 잘못을 인정한다”는 공식입장에서 ‘금액을 떠나’라는 문구가 문제가 되자 김호중이 직접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불후의 명곡’ 통편집, ‘배태랑’ 그대로 방영

25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위대한 배태랑’에서 다이어트 결과를 확인하고 있는 김호중. [사진 JTBC]

25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위대한 배태랑’에서 다이어트 결과를 확인하고 있는 김호중. [사진 JTBC]

김호중의 도박 문제는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S 시청자 권익센터에 김호중 출연 반대 청원이 제기되면서 22일 ‘불후의 명곡’ 방송분에서 해당 분량이 통편집됐다. 21일 ‘미스터트롯’ 콘서트 실황을 방송한 TV조선 역시 “경찰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인 출연자의 방송 노출을 지양한다는 원칙”을 이유로 같은 결정을 내렸다. 반면 24일 ‘위대한 배태랑’을 정상 방영한 JTBC 측은 “12주간 다이어트한 결과를 보여주는 회차여서 편집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다음주 방영분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팬덤을 결집하는 결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23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권영찬112’가 올라온 것도 그래서다. 이날 개그맨 출신인 권영찬 커넬대 한국캠퍼스 심리학 교수는 “전 매니저와 누나 측에서 인터넷상에 유포하고 있는 비방과 협박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112에 신고했다. “사이버수사대를 통해 이러한 인신공격은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협박죄, 모욕죄,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다. 김호중 팬들은 이같은 사실을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총공(총 공격. 아이돌 팬덤의 단체 행동을 뜻한다)’을 통해 ‘권영찬112’ 등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렸다. 반면 안티 팬들은 ‘김호중 친모’가 다른 출연진에 대해 험담했다는 사실이 포털사이트 상단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해당 검색어로 총공에 나섰다.

“어르신 팬 돌아서지 않을 것” “대중 피로도 너무 높아져”

유튜브 채널 ‘권영찬의 행복TV’에서 김호중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개그맨 권영찬. [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 ‘권영찬의 행복TV’에서 김호중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개그맨 권영찬. [유튜브 캡처]

통상 신곡이 나올 때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올리기 위해 아이돌 팬덤이 고안한 응원 방식이 중장년층 트로트 팬덤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사회 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KBS 인터넷 게시판에 출연 반대 청원이 올라오면 곧바로 출연 지지 청원으로 도배되고, 국민신문고에 도박 수사 민원이 올라오면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반대 민원으로 맞서는 등 기민한 행동력도 돋보인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미스터트롯 팬덤은 연령층이 높기 때문에 웬만한 일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의 호감과 신뢰가 바탕으로 이뤄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계속해서 입방아에 오르는 사람이 오래갈 순 없다. 이미 대중의 피로도가 너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악의적으로 폭로하는 세력이 있다 해도 빌미를 제공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은근슬쩍 넘어가기보다는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사과하고 자숙 기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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