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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비리의혹 질문한 기자에…브라질 대통령 "얼굴 치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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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자이르 보우소나루(65) 브라질 대통령이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자의 얼굴을 때리고 싶다는 폭언을 했다. 그러자 브라질 언론인들은 해당 기자가 하려던 질문을 똑같이 반복하는 트윗을 SNS에 올리며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보우소나루, 부인 계좌 불법자금 의혹 질문 기사에게 폭력적 답변 #이에 반발해 브라질 SNS엔 110만개 질문 달려, 대통령 답변 요구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지난 23일 가족 비리 의혹에 관한 질문을 한 기자에게 당신 얼굴을 치고 싶다고 말했다가 온라인 상에서 역풍을 맞았다. [AP=연합뉴스]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지난 23일 가족 비리 의혹에 관한 질문을 한 기자에게 당신 얼굴을 치고 싶다고 말했다가 온라인 상에서 역풍을 맞았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23일 브라질리아 메트로폴리탄 대성당을 방문한 보우소나루는 가족의 금융거래 의혹을 추궁받은 뒤 현지 신문 기자에게 협박 조의 발언을 했다. 이 기자는 대통령 부인인 미셸의 계좌에 불법 자금이 오간 정황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당신 얼굴, 주먹으로 때리고 싶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험악한 말로 언론인을 압박하자 브라질 언론은 일제히 일어섰다. 24일 영국 가디언과 BBC에 따르면 브라질의 SNS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부인 미셸은 왜 케이로즈에게 8만9000헤알(1880만원)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으로 도배가 됐다.

브라질 대통령이 가족 비리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기자를 위협하자 브라질 SNS에는 대통령을 추궁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브라질 대통령이 가족 비리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기자를 위협하자 브라질 SNS에는 대통령을 추궁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기사에 등장하는 파브라시우 케이로즈는 대통령 장남 플라비우의 전 보좌관이다. 1980년대부터 보우소나루 일가와 인연을 맺어온 그는 영부인 미셸에게 '수상한 돈'을 입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케이로즈는 플라비우가 주 의원 시절 보좌관에게 지급한 월급 일부를 돌려받는 '월급 쪼개기'를 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여겨진다. 케이로즈는 다수의 계좌를 통해 120만 헤알(2억5000만원)을 벌어들인 혐의로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조사를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 연구자인 파비오 말리니는 "수십만 명의 브라질 네티즌들이 보우소나루를 상대로 한 역습에 빠르게 동참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이 주제에 대한 글은 110만개를 넘어섰다. 반응이 최고에 달했을 때는 1분마다 3000개의 댓글이 달렸다. 보우소나루의 위협이 역풍을 몰고 온 셈이다.

브라질 대통령의 장남 플라비우 [트위터]

브라질 대통령의 장남 플라비우 [트위터]

말리니 연구원은 "집권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그를 공격했다"면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봉기'는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놀라게 했다. 가디언은 "40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대통령의 SNS에 비판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 관리자들이 이를 삭제하고 비판하는 이들의 계정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부인 미셸(왼쪽)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과거 두 번 이혼했고 2007년에 지금의 아내 미셸과 결혼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영부인 미셸은 나이 차이가 27세다. 대통령의 장남 플라비우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다. [로이터=연합뉴스]

영부인 미셸(왼쪽)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과거 두 번 이혼했고 2007년에 지금의 아내 미셸과 결혼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영부인 미셸은 나이 차이가 27세다. 대통령의 장남 플라비우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다. [로이터=연합뉴스]

가디언지는 "보우소나루의 부인에게 전해진 돈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면서 "유명인사, 정치인, 가수뿐 아니라 이런 온라인 전투에 거의 참여하지 않은 익명의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도 질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일종의 방아쇠로 삼아 정부에 대한 실망과 환멸, 절망을 토로했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전국기자협회도 24일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에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런 태도는 헌법에서 제공되는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에 절대 기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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