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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학교폭력 OUT!" 행복한 학교생활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요

중앙일보

입력

누군가 날 괴롭힐 때 누가 괴롭힘당한 걸 알았을 때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죠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맨 뒤 가운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만나 학교폭력에 대해 궁금했던 점과 소년법정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문제원(대전 도안초 5)·최지혜(부산 해강중 2)·김보겸(창원 용호초 6)·임서하(인천 청람중 1)·윤신혜(서울 전동중 3)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맨 뒤 가운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만나 학교폭력에 대해 궁금했던 점과 소년법정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왼쪽부터 문제원(대전 도안초 5)·최지혜(부산 해강중 2)·김보겸(창원 용호초 6)·임서하(인천 청람중 1)·윤신혜(서울 전동중 3) 학생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건 이미 오래됐습니다. 피해를 당해 고통을 호소하거나,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도 있죠. 관련 기사도 넘쳐납니다. 최근엔 유명인·연예인의 학교폭력 의혹과 폭로가 이어지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죠. 학교폭력 문제는 잘못된 인식이나 부족한 정보로 인해서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학교폭력이 무엇인지, 어떠한 종류가 있는지 알아야 대처도, 예방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실태파악을 통해 그 심각성을 알아야 해결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겠죠. 이번 주 소중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소년범의 대부’ ‘호통 판사’ 천종호 판사를 만나 학교폭력에 대해 궁금했던 점과 소년법정의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보겸(창원 용호초 6)·문제원(대전 도안초 5)·임서하(인천 청람중 1)·윤신혜(서울 전동중 3)·최지혜(부산 해강중 2) 학생기자, 자료=교육부·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폭행·모욕·감금·협박·따돌림·약취·유인·명예훼손·공갈·강요·강제적 심부름 및 성폭력·사이버 따돌림·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를 주는 모든 행동을 지칭합니다. 가해자 학생의 입장에서 자신은 장난이라 생각하고 행동했더라도 피해를 본 사람이 장난이 아니라고 느끼면 모두 폭력이 되죠.

교육부는 지난해 4월 1~30일 약 한 달 동안 초4~고3 재학생을 대상으로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전체 학생 410만 명 중 372만 명(90.7%)이 조사에 참여해 1.6%가 ‘학교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2018년 1차 조사에 비해 0.3% 증가했죠. 학교급별로 초 3.6%, 중 0.8%, 고 0.4%로 조사돼 초·중학교는 각각 0.8%, 0.1% 증가했고, 고등학교는 지난해와 동일했습니다.

학생 1000명당 피해유형별 응답 건수는 언어폭력 8.1건, 집단따돌림 5.3건, 사이버 괴롭힘·스토킹·신체폭행 2건 등의 순이었죠. 대부분의 피해유형에서 2018년보다 감소했고, 유형별로 보면 폭행과 같은 신체적 폭력보다는 집단따돌림, SNS괴롭힘 등 정서적 폭력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피해유형별로 차지하는 비중은 언어폭력 35.6%, 집단따돌림 23.2%, 사이버 괴롭힘 8.9%, 스토킹 8.7%, 신체폭행 8.6%, 금품갈취 6.3%, 강제심부름 4.9%, 성추행‧성폭행 3.9% 등의 순이에요. 지난해와 비교해 사이버 괴롭힘의 비중이 스토킹(8.7%)보다 높아지는 한편, 신체폭행 비중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조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물리적 유형의 학교폭력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신체폭행, 성추행·성폭행, 금품갈취의 비중이 작아지는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피해응답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는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사이버 괴롭힘 등 정서적 폭력 비중의 증가와 초등학생의 피해응답률이 중·고생에 비해 증가 추세인 점에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학교폭력의 저연령화에 대해 신준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중‧고교로 갈수록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인지하고 조심하는 측면이 있는데 저학년으로 내려갈수록 인지능력이 낮고 장난으로 했다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얘기했습니다. “4학년부터 조사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3학년까지 낮추자는 의견이 있어요. 학교폭력에 대해 인지할수록 빨리 배울 수 있거든요. 교육한 만큼 효과가 나오죠.”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강당에 모여 경찰관에게 얘기를 듣는다거나, 형식적인 방송교육에서 벗어나 교육과정에 녹이거나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을 꾸준히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대집단 교육보다는 소규모 혹은 문화 콘텐트를 활용한 예방교육을 해도 좋을 것 같고요.”

최근 학교폭력 사안 중엔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SNS로 친구들과 소통하며, 다른 학교 학생들과 무리 짓고, 한 친구를 타깃으로 잡아 집중 공격하는 양상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피해자‧가해자가 학교가 달라 여러 학교가 묶인 상황이라 공동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려요. 언론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슈가 많이 나오면서 그쪽 상담도 늘어났죠.”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 가만히 있거나 무조건 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괴롭히는 행동을 중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확실하게 의사표현하고 그래도 괴롭힘이 지속할 경우 주변 사람에게 알리겠다 말하고, 그런데도 지속된다면 학교나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 신 사무국장은 “피해사실을 인지하거나 피해가 확실하다 판단 들면 증거 자료를 수집하는 게 중요해요”라고 말했죠. 신체에 상해를 입었다면 상처 부위를 즉각 사진으로 촬영하고, 병원 치료를 받을 경우 진단서를 발급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이버 폭력의 경우, 메신저 등을 이용한 괴롭힘이라면 그 내용을 모두 캡처한 후 출력하거나 증거자료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체폭행 및 언어폭행을 당했을 경우 누가, 언제, 왜, 어떻게 폭행했는지를 육하원칙에 따라 상세하게 기록하고요. 추가적으로 주변 친구들이 학교폭력 장면을 목격했거나 이에 대한 말을 들었다면 녹음·기록 등의 방법을 동원해 진술서를 준비하세요.

폭력을 폭력을 낳고, 누구든 학교폭력의 피해자·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 소중 학생기자단.

폭력을 폭력을 낳고, 누구든 학교폭력의 피해자·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 소중 학생기자단.

많은 피해학생들은 신고를 망설이기도 하는데요. 가해자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어른들이 학교폭력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사회는 자신을 보호하며, 또 자신의 편이라는 생각을 통해 주저 말고 학교폭력 사실을 신고해야만 합니다. 전화상담 및 신고를 병행할 수도 있는데요. 학교폭력 신고전화는 117, 청소년 긴급전화는 1388이며, 온라인 상담센터는 청소년 사이버 상담센터, 경찰청의 ‘안전드림’이 있습니다. 도란도란 학교폭력 예방 홈페이지에서는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자가 됐을 때 주변 도움기관 검색을 통해 상담 혹은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찾아볼 수 있어요. 학교폭력에 대한 익명 신고와 상담 게시판을 운영하고 학교상담과 인터넷 상담 모두 가능하죠. “공적인 제도 안에서 만족을 못 할 때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같은 단체를 찾는 것 같아요. 저희는 피해학생만 전담해서 지원하기 때문에 상담이나 도움을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지원이나 보호를 할 수 있죠.”

다른 친구가 학교폭력을 당하는 걸 볼 수도 있습니다. 방관하는 자세는 가해학생에게 괴롭힘을 허락하고, 학교폭력이 교실 내에서 누군가에게 부메랑처럼 대물림되는 현상을 낳죠. 폭력을 목격한 즉시 담임선생님이나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 상담선생님 등에게 곧바로 알리세요. 신고해도 신고자나 피해자는 법적으로 경찰 동행 보호를 받게 되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의는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조사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경우에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사안조사를 하게 되면 따돌림 같은 경우 증거를 찾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학교폭력 사안처리가 진행되면 아마 전체적으로 무기명 설문지를 돌릴 거예요. 그때 용기를 내주세요.” 피해학생을 보호하는 친구가 많을수록 학교폭력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피해학생도 힘들지만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경우에도 죄책감이 들 수도 있고 가정 전체가 힘들어져요. 스트레스를 비롯해 여러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학교폭력은 절대 하면 안 됩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누구든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신 사무국장은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고, 너의 문제도 아니다. 묵묵히 너의 할 일로 돌아온다면 다시 재밌고 의미 있는 학창시절이 될 겁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소년범의 대부 천종호 판사를 만나다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왼쪽에서 네번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만나 학교폭력에 대해 궁금했던 점과 소년법정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왼쪽에서 네번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만나 학교폭력에 대해 궁금했던 점과 소년법정의 뒷이야기를 들었다.

천종호 판사를 만나 학교폭력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진 윤신혜·임서하·최지혜·문제원·김보겸 학생기자(왼쪽부터).

천종호 판사를 만나 학교폭력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진 윤신혜·임서하·최지혜·문제원·김보겸 학생기자(왼쪽부터).

“너희들 지금 그건데, 일진인데 보니까?”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천종호 판사는 2013년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에서 법정에 선 가해학생과 그 부모에게 호통을 치던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2010년부터 8년간 소년재판을 맡아 1만2000여 명의 소년범을 재판했죠. 부산지방법원으로 옮긴 뒤에도 꾸준히 아이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소년범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천 판사를 만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판사실을 찾았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천종호(가운데) 판사를 만나 학교폭력부터 소년법정까지 청소년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천종호(가운데) 판사를 만나 학교폭력부터 소년법정까지 청소년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보겸학교폭력을 당하면서도 잘 모르는 친구들도 있는데 학교폭력의 정확한 정의가 궁금해요.  
굉장히 광범위한데 우리가 보통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건 학생들끼리 폭력이 발생하면 학교폭력이라고 해요. 학교폭력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학교폭력이 있고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학교 밖 폭력이 있습니다. 그러면 현재 학교폭력 중 어느 사건들이 언론의 관심을 받을까요. 학교 잘 안 가는 친구들이 밖에서 자기들끼리 놀다가 저지르는 학교 밖 폭력사건들이에요. 학교 내에서 사소하게 일어나는 문제들은 크게 폭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신문기사에 잘 안 나와요. 학교 밖 폭력이 있고 학교 안 폭력이 있는데 학교 안 폭력이 심한 경우는 잘 발생 안 해요. 친구들끼리 괴롭혀서 극단적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일년에 한 건 내지 두건밖에 안돼요. 학교폭력을 얘기할 때 조금 나눠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죠.

서하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상대방 입장이 되어 내가 한 말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줬을까 생각해야 되고, 또 여러분이 피해자가 된다면 가해자 친구들이 여러분 입장에 서서 이게 상처가 될 수 있구나 이해해야 문제 해결이 됩니다. 학교생활에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기분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서로 입장을 비교해 보면 말도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그러면 학교폭력이 줄어들 수 있죠. 물론 아무 이유 없이 괴롭히는 것은 엄정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소년범의 대부’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010년부터 8년간 소년재판을 맡아오면서 1만2000여 명의 소년범들을 재판했다.

‘소년범의 대부’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010년부터 8년간 소년재판을 맡아오면서 1만2000여 명의 소년범들을 재판했다.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지혜최장기간 소년재판을 맡으셨는데 오래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판사들은 2년마다 담당 업무가 바뀌어요. 2010년에 창원지방법원에 갔는데 사무분담을 서로 정하거든요. 형사재판 중 소년재판을 담당하라고 해서 처음 맡게 됐어요. 전국에 판사가 3000명이 넘는데 소년재판하는 판사는 30명도 안 됩니다. 1%도 안 되는 거죠. 소년재판에서는 대부분의 아이가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변호사를 선임 못 해요. 판사들은 퇴직 후 변호사 활동을 하는데 변호사 선임이 안 되는 소년사건 전문이면 퇴직 후 경력에 도움이 안 돼요. 그러니까 소년재판을 장기간 하려는 분도, 전공해서 연구하고 경력을 쌓겠다는 분도 없어요. 형사·민사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나중에 변호사 개업 때 도움이 됩니다. 장기간 소년재판하게 된 이유는 여기 와서 보니까 아이들이 충분한 방어기회를 못 받는 거예요. 비행청소년 하면 모두 싫어하죠. 그 아이들이 왜 그렇게 비행을 저지르는지는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요. 여러분도 늘 피해자 입장에서만 피해자 보호를 생각하지 가해자들이 왜 가해자가 됐는지 전혀 생각 안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소년재판이 우리나라 수준에 비해 너무 후진적이었어요. 이걸 좀 개선한다고 한 게 8년이 됐죠.

제원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그 사건 내용을 알고 판결을 내리실 수 있나요.
일주일에 한 번 재판하면 평균 100명 와요. 많을 때는 200명도 오죠.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총 6시간에 100명을 본다면 나눠서 3.6분 정도 나와요. 여러분이 혹시 친구하고 싸워서 재판받으러 가는데 3분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법정에 들어가는데 10초, 주민등록번호, 주소, 부모님 오셨습니까 이런 거 물으면 한 30초 가요. 친구하고 싸워서 때린 적 있냐 없냐 물으면 1~2분 갑니다. 상황 보고 판사가 사회봉사 몇 시간 이렇게 판결을 내려요. 여러분에게 주어진 발언 시간이 몇 초나 될까요. 나는 억울하고, 비행 사실은 이렇지만 더 깊은 동기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도 말을 못해요. 그게 대한민국의 10년 전 소년법정 모습이었어요. 대한민국이 그 아이들을 60년 가까이 그런 식으로 재판해왔어요. 변호사 선임 안 되니까 누구도 그 재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도 개선해 보려고 8년간 노력한 거죠. 청소년 인권에 대해 생각 좀 해달라고 인권위원회를 찾아갔는데 부서조차 없었어요. 최근에 아마 청소년 인권과가 생겼을 텐데 그 정도였죠. 교육부에서 교육정책 발표하면 자식을 둔 부모님들이 모여서 막 의견을 내고 하잖아요. 근데 부모님 이혼하고 안 계셔서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누구 하나 그 아이들을 위해 처우 개선해 줄 사람이 없었어요.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신혜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책을 보면 일반법정이랑 다르게 소년법정은 아이들의 환경을 주로 본다고 하던데요.
중1 여자아이가 1년 동안 가출해서 돈이 없으니까 성매매를 해요. 중2 때 제 법정에 성매매법 위반으로 섰는데 과연 누가 가해자일까요. 그 아이는 범죄자는 맞지만 가해자 피해자로 구분한다면 성을 산 사람이 가해자잖아요. 중학교 1학년을 보고 성매매하는 사람들 진짜 나쁜 사람들이죠. 가출해서 성매매하면 집으로 돌려보내야 되잖아요. 근데 그 아이가 법정에 서요. 왜 가출했나 물어보니까 부모님 이혼해서 아빠·할아버지·오빠와 사는데 방이 두 칸이래요. 크지도 않은 단칸방 비슷한 방에 구획만 나뉘어 한쪽은 할아버지 자고 한쪽은 아빠·오빠가 자요. 어릴 때는 할아버지 방에서 자기도 하고 오빠·아빠와 같이 자기도 했는데 사춘기가 오면서 불편해진 거죠. 자기 있을 방도 없으니까 가출해요. 가출하니 어른들이 불쌍하다고 그 아이를 챙겨주느냐 아니잖아요. 몸만 노린 거야. 성매매했으니까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럼 그 아이가 재비행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뭐가 제일 중요하겠어요. 자기 방을 줘야 해요. 아무리 제가 법정에서 호통치고, 야단치고, 하지 말라 해도 그 아이는 돌아가면 방이 없는데 또 가출할 거예요. 그게 환경이에요. 실제 사정에 들어가 보고 그 아이들이 그렇게 된 것은 전혀 안 보는 거예요. 드러나는 범죄와 비행만 보죠. 역지사지를 못 하니까, 환경을 못 보니까. 여러분이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요. 마산에 어떤 수녀님은 방 두 칸 만들어주기 운동도 해요.

보겸 판사가 피해자와 소통할 권한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한 말씀을 봤어요.
아까 가출한 여중생 얘기를 했는데 그 아이의 재비행을 막기 위해서 자기 방을 주면 된다 그랬잖아요. 그런데 국가에서 그 아이에게 방을 주나요? 안 주죠.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보육원에서 자라지만 그 아이는 부모가 있기 때문에 그런 혜택이 없어요.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위해 뜻 있는 분들 하고 마음 맞춰서 대안가정을 만들었어요. 그게 청소년 회복센터입니다. 아이를 법원에 맡기면 6개월 또는 1년간 보살펴줘요. 지금 10년째고 아이들 재비행을 막기 위해 축구단도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요. 이런 가해자의 재비행 예방을 위한 활동을 하니까 국민들이 ‘그럼 판사님 왜 피해자는 안 돌봐줍니까’ 해요. 판사가 피해자 전화번호 안다고 뭐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연락을 못 해요. 정보통신법 위반이 되죠. 소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만 있으면 되는데 그런 거 없이 했다가 오해해서 큰 문제가 생겨요. 제가 재비행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그 애들이 예뻐서가 아니라고 늘 말합니다. 불쌍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학교폭력에 있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되잖아요. 재범을 막기 위해서 하는데 일부 국민께서 그것을 모르시고 피해자나 도와줘라 그렇게 말하세요. 그렇다면 피해자와 우리가 소통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면 소년부 판사님들 아마 할 거예요. 그런 거 없는 상태에선 저희가 아무런 활동도 할 수가 없어요.

서하 소년재판과 일반 재판은 다른 점이 있을 텐데 특별히 어려움을 느낀 경우가 있나요.
뭐가 다를까요? 처벌강도가 다르죠. 어른재판에서는 형의 종류가 9가지예요. 벌금형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사형까지 다양한데 소년재판은 1호에서 10호까지 기준이고 6~10호는 소년을 자기 거주지에서 벗어나 격리시설에서 생활하게 하는 겁니다. 6호는 아동보호치료시설이라고 해서 대전에 하나 있는데요. 거기서 6개월 동안 생활해야 하죠. 7호부터는 소년원에서 생활하는데 기간은 1달·6달·2년짜리 3종류고 2년짜리가 10호 처분이에요. 5호까지는 집에 있으면서 사회봉사를 한다든지 보호관찰을 받는다든지 크게 구분이 없어요. 조금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년재판은 오면 그날 바로 선고해요. 왜냐면 소년들은 법정에 두 번 오게 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가출해서 법정에 안 나타날 수도 있고 그래서 가능하면 법정 오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즉시처분하죠. 어른재판은 오늘 하면 다음 주에 판결 선고하죠. 그리고 증인들이 나와서 영화에서 보듯 증언도 해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법정에 자주 오게 되면 친구들도 이상하게 보니까 소년의 건강한 육성을 위해 특별한 규정을 둔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걸 가해자를 그렇게 배려하냐 이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여러분이 그런 입장이라면 법정에 10번 오는 게 좋겠나 1번 오는 게 좋겠나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 겁니다.

지혜 가해자 학생들의 재비행을 막고 피해자 학생들이 제대로 학교를 다니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가해자 피해자 학생 발생하고 심하면 전학 보냅니다. 근데 전학 보낼 수 없는 학교폭력도 있잖아요. 그러면 가해자·피해자가 같은 학교를 다녀야 돼요. 한 친구를 10명이 괴롭혔어요. 10명 다 전학 보낼까요? 경중을 둬서 한두 명은 보내도 8명은 전학 못 보내잖아요. 여러분이 만약 8명 중 1명으로 방관자 입장이었다고 생각해봐요.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됐으니까 전학 가야 된다면 받아들일까요? 항상 역지사지해보세요. 여기에서 다른 학교로 가고 다른 학교에서는 다시 이쪽으로 오고 복잡해지죠. 가족이 다 함께 움직여야 하면 부모님 직장도 있고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자, 그럼 피해자는 불안을 느끼겠죠.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화해시켜줘야 돼요. 그렇지 않고는 해결방법이 없어요. 그 친구들 8대 1이 제대로 화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천종호 판사와 소중 학생기자단이 모의법정을 둘러보고 재판하는 모습도 재연해봤다.

천종호 판사와 소중 학생기자단이 모의법정을 둘러보고 재판하는 모습도 재연해봤다.

신혜 가해자 아이들이 가해자가 된 것에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텐데요. 이를 긍정적으로 바꾸려면 어떤 식으로 개선되어야 하나요.
국민들 생각부터 바뀌어야 돼요. 소년원이 지금 전국에 몇 개 있을까요? 10개 있어요. 일본은 50개 있어요. 우리가 일본보다 사건 수가 많을까요, 적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 많아요.
많으면 소년원 늘려야 될까요 줄여야 될까요?
소중 학생기자단 늘려야 돼요.
근데 여러분 집 옆에 소년원 온다면 받아들일까요 안 받아들일까요?
소중 학생기자단 안 받아들여요. 
그거예요. 소년원 늘리고 싶어도 아무도 오라고 안 해요. 서울에서 몇 년 전에 장애인시설 들어온다니까 동네 사람들이 모두 거부해서 못 들어갔잖아요. 혐오시설이라고 교도소·보호관찰소·장애인시설·소년원 못 들어오게 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생각부터 바꿔야 돼요. 우리 집 근처에 오기로 결정했다면 따라야 하는데 안 그렇잖아요. 부산에도 소년원이 너무 좁아서 사람이 안 사는 농지에 짓겠다고 했는데 주민들이 반대해서 못 지었어요. 근데 이런 문제는 10년째 해왔는데 해결이 잘 안 돼요. 예를 들어서 소년원 좀 늘려달라면 댓글이 주로 ‘그 아이들 호텔에서 재울 겁니까’ 그래요. 소년원에서 한 방에 10명 잔다면 여러분 어떨까요.
신혜 무서울 거 같아요.  
말이 안 되죠. 핵가족화로 한 방에 한 명씩 자는데 실제로 소년원에 가면 10명씩 자는 애들 불면증 걸려서 매일 정신과 약 먹는 애들 많아요. 자기들도 자랄 땐 방에 한두 명 잤지 10명씩 같이 자본 적 없거든요. 잠이 안 와요. 소년원 수를 늘려줘야 되는데 쉽지 않죠. 그 아이들한테 특별히 잘해주라는 건 아닙니다. 공정한 입장에서 우리가 할 건 하자는 거죠. 제가 엄하게 판결을 내리잖아요. 엄하게 하고 난 뒤에 비행을 막는 최선의 방법을 찾자, 이건데 엄하게만 해놓고 그 뒤는 모르겠다 너희들이 알아서 살아라 이거는 좀 아닌 것 같아요.

제원 판사에게 꼭 필요한 능력은 무엇이고 직업의 매력을 꼽는다면요.
역지사지할 수 있는 능력,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해요.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는 사건관계든 사실관계든 서로 알아요. 근데 판사는 생전 처음 봐요. 이쪽에서 뭐라 하면 저쪽에서 거짓말을 해요. 저쪽에서 뭐라 하면 이쪽에서 거짓말을 하죠. 이 거짓말을 가리려면 첫 번째 상대방 입장이 되어서 왜 저렇게 말할까 왜 저걸 거짓말을 할까 상대방 입장이 되어봐야죠. 다음엔 논리력이 필요합니다. 판사의 직업적 매력 많지 않은데(웃음) 조용히 직업인의 삶을 살고 싶다면 좋아요. 아주 정적인 직업이라서 수동적으로 사건이 올라오면 그것을 판단하고 판결 내리는 일이에요. 창의적이고 모험을 한다든지 벤처를 하고 싶은 분들은 판사직이 조금 안 맞을 수도 있어요.

보겸 판사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어려운 길에 들어설 것이라는 것을 미리 말해주고 싶어요. 요즘엔 판결이 즉각적으로 보도가 돼요. 24년째 판사직에 있는데 1년에서 10년 사이 하고, 현재 20년에서 24년 사이 비교해보면 너무 많이 변했어요. 최선을 다해 판결했어도 보기에 따라서 그 판결에 심하게 악플 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앞으로 판사 될 분들은 험한 여론을 맞을 각오를 하고 그래도 내가 진실을 바탕으로 정의를 배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오십시오. 그러면 판사직이 맞는 분들은 굉장한 기쁨을 느낄 겁니다.

‘소년범의 대부’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010년부터 8년간 소년재판을 맡아오면서 1만2000여 명의 소년범들을 재판했다.

‘소년범의 대부’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2010년부터 8년간 소년재판을 맡아오면서 1만2000여 명의 소년범들을 재판했다.

지혜 평소 신념이나 살면서 이것만은 꼭 지켜야겠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제일 좋아하는 말이 '계속이 힘이다'. 아이큐가 낮은 사람이 있는데 한번 하면 결과를 볼 때까지 끝장을 내는 사람이에요. 아이큐 높은 사람은 창의적이고 아이디어가 번쩍번쩍하는데 인내력이 약해서 결과를 잘 못 이뤄요. 둘 중 누가 인생 말년에 성공하는 삶을 살았을까요. 아이큐 낮은 사람이죠. 그래서 계속이 힘입니다. 한번 마음먹은 걸 꾸준히 계속하는 거. 여러분 공부도 그렇고, 꿈도 그렇고 계속이 힘이에요.

신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도 될 수 있는 10대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관계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절대로 폭력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겠다, 비폭력적인 해결책을 가지고 접근하겠다고 맹세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폭력은 또 폭력을 낳습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가해자·피해자로 나눌 수밖에 없는데 그 전 단계에서 우리가 폭력적인 언사·말투 안 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특히 친구들끼리 얘기하면서 툭툭 친다든지 이런 것도 없어야 돼요. 그게 또 나중에 기분이 나쁘면 폭력이 됩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천종호 판사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에게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도 학교폭력의 한 종류라고 하셨죠.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제껏 한 번도 법정에 가보지 못했는데 모의법정에 가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나도 모르는 새 가해자가 될 수도 있으니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친구를 배려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뜻깊은 취재였습니다.  김보겸(창원 용호초 6) 학생기자

소년재판은 판사들이 잘 맡는 분야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천종호 판사님은 8년 동안 이 일을 하셨다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또한 소년재판은 담당하는 판사가 많지 않아서 재판 시간이 너무 짧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공정한 재판 절차를 밟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안타까웠죠. 평소 이 주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번 경험이 저에게 좋은 생각거리가 되었습니다.   문제원(대전 도안초 5) 학생기자

법조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취재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비행청소년들이 저지른 일만 보고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비행을 저질러야 했던 이유와 환경을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 또한 어리고 보호받아야 하는, 무조건 질타와 비난을 받아야 하는 자들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청소년들이 올바른 판결을 받고 재비행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유익한 취재였습니다.   임서하(인천 청람중 1) 학생기자

유명한 호통판사 천종호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피해자의 입장만 생각해 봤지 가해자가 왜 그렇게 되었을지 무슨 상황이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소년법정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개선돼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이 피해자건 가해자건 법정에 서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신혜(서울 전동중 3) 학생기자

판사님을 이렇게 가까이 뵌 것은 처음이라 조금 낯설고 신기했죠. 평소 법과 정의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그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아요. 학교폭력 등은 단순히 나쁜 성향을 가진 아이들 간의 폭력 같은 특정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재비행 방지 제도와 관심 어린 지원, 비폭력 교육과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적극적인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등 많은 것을 느꼈어요.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고 일부 소외 계층이나 특정 집단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가해자들의 재비행이라는 반복된 굴레를 만들고 피해자의 인권이 철저하게 보호되지 않아 정신적 고통 속에서 치유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실들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죠. 우리나라 소년재판에 실태와 제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사회적 이슈로 청소년의 폭력 관련 기사만 보고 분노하며 소년법 폐지를 주장했지만 그 이면에 왜 그렇게 비행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가해자들의 환경이나 심경을 이해하지 못했었죠. 단순한 청소년 문제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최지혜(부산 해강중 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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