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소년중앙] 곤충은 열매 먹고, 새는 곤충 먹으며 돌아가는 생태계

중앙일보

입력 2020.08.24 09:30

여름은 열매의 계절입니다. 이파리가 열심히 광합성해서 양분을 만들고 그 양분으로 열매를 토실토실 살찌웁니다. 우리나라 숲에 가장 많은 나무는 참나무 종류입니다. 참나무는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예요. 신갈나무·상수리나무·갈참나무·굴참나무·졸참나무·떡갈나무 외에도 외국에서 들어온 루브라참나무·대왕참나무도 있고, 남쪽 해안가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늘푸른나무인 가시나무 종류도 모두 참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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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숲에 가면 바닥에 가지째 떨어진 도토리를 볼 수 있어요. 바로 도토리거위벌레라는 곤충이 한 짓이죠. 이들은 도토리 안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는 도토리를 먹고 자라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땅속에 들어가기 쉽게 미리 떨어뜨린 것이죠. 사람들은 도토리거위벌레가 참나무를 괴롭힌다고 생각해요. 물론, 열심히 만든 열매를 뺏어가니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토리는 거위벌레뿐 아니라 다람쥐·청설모·어치·멧돼지·반달가슴곰 등 많은 동물이 식량으로 삼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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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참나무는 그들이 먹고 남을 정도로 도토리를 많이 만들어야 번식할 수 있죠. 그렇다고 너무 많이 만들면 도토리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들이 거기에 맞춰 번식해 개체가 늘어나요. 그러면 이듬해 도토리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모두 먹어버려 참나무가 번식하기 어렵죠. 그래서 나무는 한 해는 도토리가 많이 열리고 이듬해는 적게 열리는 ‘격년결실’을 택합니다. 참나무가 동물들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셈이죠. 반대로 참나무가 너무 많이 생겨도 균형이 깨질 수 있는데, 그 개체수 조절을 동물들이 해줍니다. 도토리거위벌레처럼요. 숲속에는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존재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양한 동물도 존재할 수 있고, 숲이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매미 이야기
한여름의 상징 중 맴맴 매미 소리도 빼놓을 수 없죠. 땅속에서 굼벵이로 3~7년 정도 있다가 여름이면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우화해서 성충이 되는 매미. 도시 생활에 길든 현대인은 매일 들리는 자동차·에어컨 등 기계 소리에는 적응이 되고 자연의 소리인 매미 소리는 듣기 싫은 소음으로 치부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마리가 울면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가만히보면 과거 시골에서는 여름이면 들리는 정겨운 소리이기도 했죠. 매미는 나무의 수액을 먹고 사는데요. 최근에는 애써 심은 가로수의 수액을 빨아먹어 시들해지니 매미를 없애달라는 민원도 나온다고 합니다. 매미 한 마리가 먹는 수액의 양이 나무의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닙니다. 더군다나 한 달도 채 못살고 짝짓기 후에는 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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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나무에 해주는 일 없이 수액만 빨아먹으니 이기적이고 나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 일방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우리가 모르는 부분에서 이미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굼벵이가 땅속에서 나무 수액을 먹으며 지낼 때 땅을 파고 다니겠죠? 그 구멍을 통해 공기 순환도 되고, 다른 동물이 이동하기도 해요. 굼벵이는 또 두더지 등의 먹이가 되고, 매미로 우화한 후엔 새들의 먹이가 되죠. 그런 매미가 살아 있으려면 나무가 있어야 하고 수액을 먹어야만 하는 것이죠. 땅속 생물들은 나무를 더 잘 자라게 하고 새들은 나무 열매를 멀리 이동시켜 줘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매미를 비롯한 곤충들은 생태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도 눈앞의 직접적인 관계만 보지 말고 그 이면의 관계도 볼 줄 알면 좋겠습니다.

낙과 이야기  
비가 많이 왔지요. 비가 갠 후 밖에 나가면 가로수나 공원의 나무 아래 열매들이 많이 떨어져 있어요. ‘낙과’라고 합니다. 저렇게 많은 열매가 떨어지다니 너무 안타깝고 걱정됩니다. 하지만 열매는 많이 열릴 때도 있고 적게 열릴 때도 있고, 너무 많으면 열매에 양분을 일일이 제공해 크게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나무 스스로 솎아내죠. 과수원을 하는 사람들이 당도를 높이고 과일의 크기도 크게 하기 위해 몇 개만 남기고 솎아내는 것처럼요. 식물도 사람처럼 열매들을 솎아낸다는 게 신기하죠?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올 때 약한 열매들은 떨어집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만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해서 키워냅니다. 생태계는 간혹 보면 잔인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좋은 유전자를 번식시키는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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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좋은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하고 싶고, 먹고 싶고, 가고 싶고, 읽고 싶고… 우리를 유혹하는 수많은 것들이 있죠. 우리가 아무리 돈이 많거나, 수명이 길어지더라도 세상의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정말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하며 그 안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야 하죠. 한여름 무덥고 지루한 장마도 있었지만 그런 가혹한 계절에도 자연에서 균형과 집중에 대한 좋은 메시지를 얻어가면 좋겠습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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