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파업 22일째

중앙일보

입력

“작년에도 40일간 파업을 하더니,어디 환자가 불안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지….”

4일 부인의 신장투석 치료를 위해 충북대병원을 찾은 송장수(77)씨는 3주이상 계속되는 노조파업에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이다.

치료를 받던 환자가 로비의 파업집회 소음에 자극받아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는 등 불안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충북도내 유일한 3차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의 노조파업 사태가 좀처럼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사 양측은 3일 16차 단체교섭이 결렬된데 이어 4일에도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2000년 단협안 준수▶퇴직금 누진제▶특별상여금지급 등의 핵심쟁점에 이견을 좁히는데 실패했다.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2000년 단협을 병원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무효화시키려 한다”며 사측을 불신하고 있다.또 “사측이 임금동결 등 수용키 어려운 23가지 요구안을 제시,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병원측은 “퇴직금 누진제 폐지는 서울대병원 노조도 수용하는 등 전국적 추세인데도 노조가 이의 유지에 너무 집착한다”며 노조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또 “누적적자가 1백47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노조 요구대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48억원이 드는데,이는 운전자금 고갈을 가져와 병원운영이 불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환자보호자들이 대자보를 붙여 파업종결을 호소했고,전공의협의회도 진료차질을 안타까워하는 성명서을 냈다.청주지역 22개 시민단체는 지난달 30일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파업직후 3교대에서 2교대로 바뀐 간호사들이 갈수록 지친 기색을 드러내자 중환자실 보호자들은 혹시 실수라도 있을까봐 온종일 대기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진료대기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청주경실련의 이두영 사무처장은 “서로가 한발씩 양보해 도내 중추 의료기관으로서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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