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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 증설 확정 ‘셧다운 면했지만…’

중앙일보

입력

경북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의 증설이 확정됐다. 사용후핵연료를 둘 곳이 없어 원전을 세워야 하는 상황은 일단 피했다.

정부는 2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고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증설 추진을 결정했다. 정 총리는 “임시저장시설 확충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가 실시한 시민참여단 설문 조사에서 증설 찬성이 81.4%, 반대가 11.0%로 나온 데 따른 결정이다.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중앙포토]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중앙포토]

이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공작물 축조 신고를 경주시에 하고, 경주시가 이를 허가하면 증설 작업이 시작된다. 한수원은 이달 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말한다. 방사능 농도가 낮거나 중간 정도인 중ㆍ저준위 폐기물은 2015년 완공된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에 이미 저장되고 있다. 하지만 방사능 농도가 높은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월성 원전 내에 있는 임시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임시저장시설은 95.36%까지 찼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2022년 용량이 꽉 찬다. 다른 시설을 이용할 수도 없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도 정해지지 않아서다. 아직 여론 수렴 단계다.

제때 월성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원전 가동 중단(셧다운) 사태까지 빚을 수 있었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원전 셧다운은 피했다.

하지만 논란은 남았다. 월성 원전 임시저장시설 증설 판단의 근거가 된 설문 조사 결과를 두고 반발이 이어지는 중이다. 증설 결정의 근거가 된 설문 조사는 일반 대중이 아닌 시민참여단 150명을 대상으로 했다. 3주간 숙의 학습, 종합 토론회를 거친 후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재검토위는 사용후핵연료 등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은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이런 조사 방식을 택했다. 설문 조사에서 80%가 넘는 높은 찬성률이 나오자 일부 지역 주민과 원전 반대 시민단체는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오후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복지회관 앞 도로에서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증설을 반대하는 시민이 김소영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재검토위원장이 탄 승용차를 막아서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오후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복지회관 앞 도로에서 월성 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증설을 반대하는 시민이 김소영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재검토위원장이 탄 승용차를 막아서자 경찰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뉴스1

근본적 문제는 여전하다. 정부의 이번 확충 결정은 월성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한해서다. 제대로 된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을 어느 지역에 어떤 규모로 지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월성 원전 임시저장시설 증설과 비슷한 여론 수렴 과정을 밟을 예정이지만, 이번엔 임시가 아닌 영구 시설이라 논란이 더 클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사용후 핵연료 중장기 관리 정책과 관련 법령 정비 방안을 전문가와 일반 시민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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