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에도 소득 증가? 정부가 준 돈만 늘고 일해서 번 돈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분기 가계 소득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분기 가계 소득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언뜻 보면 나아진 듯하지만, 뜯어보면 나빠졌다.
2분기 가계 소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도 늘었다.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의 격차도 좁아졌다. 그러나 정부가 전 국민에게 나눠준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를 제외하면 가계 지갑 사정은 오히려 나빠졌다.

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근로·사업·재산소득 ‘트리플’ 감소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7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전체 소득은 증가했지만, 소득의 성격별로 보면 가계 사정은 나아진 게 없다. ‘일해선 번 돈’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5.3%, 4.6% 감소했다. 재산소득도 11.7% 줄어들었다.

 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 등 3대 가계 소득원이 모두 줄어든 적은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근로소득은 2분기 고용시장 악화로 취업자 수가 급감하면서 사상 최대 감소 폭(-5.3%)을 기록했다.

 결국 전체 소득 증가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이끌었다. 정부가 공짜로 지급하는 공적연금·사회수혜금 등의 공적이전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27.9% 급증했다. 이전소득 전체로 보면 80.8% 증가로 역대 최대다. 경조소득이나 퇴직수당, 실비보험 수령액처럼 일시적인 소득인 비경상소득도 44.4% 늘었다.

지출 2.7%↑…부동산 세금 급증

2분기 가계소비지출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분기 가계소비지출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계 소비지출이 늘어난 데에도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서비스 분야 소비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1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집 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식료품·음료(20.1%), 가정용품·가사서비스(21.4%) 등의 지출은 늘고 의류·신발(-5.8%), 오락·문화(-21%), 교육(-29.4%), 음식·숙박(-5%) 지출은 줄었다. 영양보조제·마스크 등의 구매가 늘어 의약품(4.1%)과 의료용소모품(240%) 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세금이나 사회보장료 지출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 분야에선 비경상조세가 전년 동기 대비 153.2% 급증했다. 비경상조세는 정기적으로 내는 세금이 아닌 부동산 취득세·양도소득세 등 일시적인 세금을 말한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비경상조세가 증가한 것은 부동산 취득세 등의 조세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상조세 지출은 근로소득이 줄면서 5.5% 감소했다. 비소비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 간 이전지출(경조비·교제비 등)과 비영리단체로의 이전(종교기부금·단체회비 등) 지출도 2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홍남기 “3분기 소득분배 개선 불확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겸 제1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겸 제1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소득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을 웃돌면서 2분기 가계부는 흑자를 기록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30만1000원을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의 소비지출액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67.7%로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 낮아졌다. 공적이전에 따른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재난지원금으로 저소득층 소득은 늘고, 고소득층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덜 올라 전체 소득 격차는 좁아졌다. 2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는 하위 20%(1분위)보다 4.23배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명 국장은 “공적이전소득 증가세가 하위 분위를 중심으로 확대된 반면 모든 분위에서 근로소득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재난지원금 영향이 줄어드는 3분기 전망은 어둡다. 정부도 ▶지속적인 취업자 감소 ▶집중호우 피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3분기에 소득분배 개선 흐름이 이어질지 불확실하다”며 “‘경제위기가 곧 양극화 심화’라는 과거 공식이 당연시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