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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 초대하고 1000만원?" 결혼식 보증인원에 우는 예비부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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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캡처]

[사진 픽사베이 캡처]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내 상주 인원을 50명 미만으로 제한해야 하지만 예식장 계약 당시 보증인원을 200~300명 수준으로 해 둔 경우 식사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9월 초 결혼식을 앞둔 30대 박모씨는 “보증인원을 200명으로 해뒀는데 웨딩홀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상관없이 비용을 다 지불하라고 한다”며 “일단은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니 지켜보고 있지만 코로나 확산세가 더 커질까봐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말했다.

앞서 수도권 지역에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16일 오전 0시를 기해 서울ㆍ경기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모이는 모든 사적ㆍ공적 목적의 집합, 모임, 행사가 금지된다. 이는 결혼식, 장례식, 동창회 등 사적 모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결혼 관련 커뮤니티에는 올해 예정된 결혼식에 대한 고민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대책을 요구하는 글이 여러 번 올라왔다. 지난 14일에는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상향 시, 예식장 기존 계약 무효처리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고 18일 오후 5시 현재 1만1000여 명이 동의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시 예식장 계약을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18일 오후 5시 현재 1만1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중앙포토]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시 예식장 계약을 위약금 없이 취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18일 오후 5시 현재 1만1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중앙포토]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라고 밝힌 청원인은 “예식장 직원 최대 10명을 제외하면 신랑신부가 초대할 수 있는 하객 수는 최대 40명인데, 40명 초대를 위해 신랑신부는 천만원이 넘는 돈을 예식장에 지불해야 한다”며 “계약 당시 보증인원 200~350명 (혹은 그 이상) 분은 무조건 결제해야 하는 조항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최소 보증인원을 200명, 식대를 인당 5만원으로 계산했을 때 결혼식 최소 비용은 1000만원이라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결혼식은 한 두달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라며 “뷔페나 영화관은 안 가면 그만이지만 신랑신부는 300명 보증인원으로 예식장을 계약해도 50명 미만의 하객만을 초대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청원인은 위약금 없이 기존 계약을 취소하거나 예식 날짜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 대책에 따라 실내 50명 이상 입장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보증인원과 상관없이 예식 당일 식사 인원에 맞춰 식대 값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계약자가 식사 대신 답례품을 요청하면 예식장은 식대에 상응하는 답례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저출산! 삼포세대! 말로만 위로하지 말고 도와달라”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예식을 앞둔 신랑신부에게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은 더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관련 민원이 많이 접수돼 분쟁 해결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지만 아직 뾰족한 해법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연내에는 위약금 감경이나 면책 사유를 확정하는 등 관련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올해 하반기 결혼식을 치른 경우에도 소급 적용될 거란 보장은 없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도 사업자 또는 소비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계약 해제 시에 대한 내용만 있고 감염병 유행같이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한편 정부는 이날 코로나 확산세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언제든지 3단계로 즉시 격상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도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2주간 일일 평균 확진자 수가 100명을 초과하고, 한 주에 두 번 이상 확진자가 배로 증가할 경우 발령된다. 3단계로 상향될 경우 필수적인 사회ㆍ경제 활동 외에 모든 활동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정한 고ㆍ중위험시설은 운영이 중단되고, 10인 이상의 집합모임행사가 금지된다.

앞서 중대본은 오는 19일 오후 6시부터 결혼식장 뷔페를 고위험시설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결혼식장 뷔페에서 음식을 담기 위해 이동할 경우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하고, 출입자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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