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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덮친 코로나…광화문 집회 지킨 '최전선'도 불안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15 광화문 집회 현장에 나간 경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집단 감염 불똥이 튀었다. 집회에 참여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신도가 잇달아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서 집회를 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서 집회를 하며 청와대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15일 광복절에 열린 대규모 광화문 집회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경찰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신도와 집회에 나간 경찰 인력이 접촉했을 가능성 때문이다. 이날 경찰은 90여개 중대 6000여명 규모 인력을 광화문역·경복궁역 지하철역 입구를 비롯한 도로 곳곳에 배치했다.

집회 당일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해산명령 불응 혐의로 30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 중 1명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확진자와 접촉한 경찰관은 25명이다. 전원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에 나간 경찰관이 조금만 열이 나는 것 같아도 자진해서 자가격리하거나 검사받고 있다”며 “전수 조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광복절 집회에서 발언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캡쳐]

광복절 집회에서 발언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캡쳐]

경찰이 우려하는 건 광복절 집회 당일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집회 상황이 곳곳에서 포착돼서다. 전광훈 목사는 이날 보건당국으로부터 자가격리를 통보받았는데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일파만파)가 주도한 거리집회에 참석했다. 전 목사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손목에 걸어둔 채 15분간 연설을 이어갔다. 다른 연설자 10여명은 전 목사가 사용한 마이크를 돌려쓰기도 했다.

보수단체 '일파만파'가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연 집회에서 음식을 나눠먹고 있다. 뉴스1

보수단체 '일파만파'가 15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연 집회에서 음식을 나눠먹고 있다. 뉴스1

거리 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참가자는 마스크를 벗고 바닥에 앉아 음식을 나눠 먹었다. 경찰과 대치 상황도 발생했다. 태극기를 든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5시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시도했다. 경복궁역 앞 사직로에 설치한 울타리를 넘어트리고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방역 당국은 확진자 2m 이내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시위대와 접촉한 경찰에서 추가 감염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경찰 덮친 코로나…치안 공백은?

서울 시내 경찰서에서도 잇따라 코로나 19 확진 판정 사례가 나오고 있다. 260여 명이 근무하는 서울 혜화경찰서에서는 여성청소년과 소속 경찰관 2명과 강력계 소속 경찰관 2명이 잇따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 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17일 서울 관악경찰서와 광진경찰서 보안과 소속 경찰관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경찰관은 부부 사이다. 관악서 소속 경찰관은 사랑제일교회 교인이다. 역학조사에서 14일 퇴근 후 교회 지인을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절 집회에 나간 코로나 19 확진자를 유치장에 넣은 강남경찰서도 비상이 걸렸다. 경찰에 따르면 광복절 집회에 참여한 A씨(63)가 현장에서 불법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돼 16일 오전 1시20분쯤 강남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조사 과정에서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사실이 확인돼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고, 18일 확진됐다. 경찰은 유치장과 해당 층을 폐쇄ㆍ방역 조치했다.

경찰관 확진 사례가 잇따르자 치안 공백 우려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민원 부서에서 급하지 않은 사건의 경우 조사 날짜를 미루고 있다”며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경찰서 내에서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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