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로드숍의 몰락'…그 많던 미샤·더페이스샵 매장은 어디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화장품 로드숍 매장 수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화장품 로드숍 매장 수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미샤, 이니스프리, 아리따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명동과 강남역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1층 상가를 차지했던 간판들이다. 한때 번화가는 ‘한 집 건너 화장품 가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장품 로드숍이 위세를 떨쳤다. 그러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한차례 휘청하더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더 줄었다.

브랜드 미샤로 2000년대 화장품 브랜드숍 열풍을 일으킨 에이블씨엔씨는 기존 미샤 매장에 어퓨·스틸라 등 총 23개 브랜드를 더해 미샤 플러스 매장을 선보였다고 18일 밝혔다. 원브랜드 매장을 줄이고, 올리브영이나 롭스 같은 멀티숍(H&B스토어) 형태로 전략을 바꾸겠다는 의도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달 초부터 명동 메가스토어와 홍대점 등 100여 개 미샤 매장을 미샤 플러스 매장으로 재정비했다. 연말까지 총 150개 미샤 플러스 매장을 열 계획이다.

스킨푸드 매장 2년만에 564개에서 68개   

최근 에이블씨엔씨는 코로나19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적자 전환했다. 2분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각각 102억원, 204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매출은 7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 감소했다. 한때 700개가 넘었던 미샤 매장은 지난해 말 기준 550개로 쪼그라들었다.

에이블씨엔씨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에이블씨엔씨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매장 축소는 미샤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브랜드 로드숍은 빠른 속도로 길거리에서 사라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564개에 달했던 스킨푸드 매장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8개로 2년 만에 급감했다. 같은 기간 더페이스샵 매장은 1056개에서 598개로, 토니모리는 679개에서 517개로 매장 수가 줄었다. 이에 대해 LG생활건강 측은 “더페이스샵은 멀티브랜드숍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브랜드를 판매하는 편집숍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아이오페·마몽드·라네즈 등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를 모아둔 아리따움 매장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랜드마크로 여겨지던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은 지난 5월 문을 연 지 1년 8개월 만에 폐점했다. 아리따움 라이브 명동점도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아리따움 전체 매장 수는 2018년 1250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962개로 줄었다. 현재 직영점으로 운영 중인 64개 매장은 연말까지 10개만 남길 계획이다.

사드 사태에 코로나19까지 '이중고' 

화장품 로드숍이 추락하기 시작한 건 사드 사태 때부터다. 2017년 중국이 한국 단체여행을 금지하면서 명동·강남 등에 위치한 로드숍이 곧바로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부상하며 오프라인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은 뚝 끊겼다.

문제는 원브랜드숍이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멀티브랜드 편집숍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 등 기존의 헬스&뷰티(H&B) 스토어와 별 차이가 없어지면서 화장품 업계의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될 수 있다. 미샤의 경우 이번에 플러스 매장을 내기 전인 지난해 6월 이미 멀티브랜드숍 눙크를 런칭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 라네즈를 올리브영에 입점시키면서, 아리따움 가맹점주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에이블씨엔씨는 기존 미샤 매장에 어퓨·스틸라 등 총 23개 브랜드를 더해 미샤 플러스 매장을 선보였다고 18일 밝혔다. 사진 에이블씨엔씨

에이블씨엔씨는 기존 미샤 매장에 어퓨·스틸라 등 총 23개 브랜드를 더해 미샤 플러스 매장을 선보였다고 18일 밝혔다. 사진 에이블씨엔씨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화장품 업계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온라인, 면세점, 역직구, 원브랜드숍과 멀티브랜드숍, H&B가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서로 이익을 뺏어와야 하는 제로섬 구조에서 벗어나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