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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출신들 잇따른 "바이든 지지"…트럼프는 '거머리 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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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에 들러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에 들러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를 선언했다고 17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의 전 수석보좌관이었던 마일즈 테일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인 이유로 안보에 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등 국가 지도자에 걸맞지 않은 처신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이날 공개된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Republican Voters Against Trump)' 단체의 광고 영상에서다.

"트럼프, 지지세 약하다고 산불 구호 기금 삭감 지시" 

그는 특히 캘리포니아주(州) 대형 산불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산불 구호 기금을 삭감하도록 지시했는데, 그 이유가 캘리포니아 2016년 대선 당시 유권자들이 자신을 압도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이었다고 폭로했다.

테일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장관 비서실장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근무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 대통령은 위험하다"는 내용의 특집 기사를 쓰기도 했다.

테일러는 "우리가 그 행정부에서 2년 반을 보내면서 매주 본 것은 끔찍했다"며 "사이버 공격, 테러 위협과 같은 긴급한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그에게 그런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 경험을 통해 조 바이든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는 민주당원도 아니고 민주당의 생각에 동의하지도 않지만, 바이든은 국가를 보호할 것이고 이 대통령과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인사들의 바이든 지지 선언은 이어지고 있다.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화상 지지선언에서 "나는 평생 공화당원이었다"면서 "보통 때라면 이런 일(민주당 후보 지지 선언)은 없었겠지만 지금은 보통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화당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당"이라며 "지난 4년은 공화당의 유산과 원칙에 어긋났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했다.

그 밖에도 수전 몰리나리 전 뉴욕 하원의원, 크리스틴 토드 휘트먼 전 뉴저지 주지사, 공화당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였던 멕 휘트먼 퀴비 최고경영자(CEO)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고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열리는 날 관행 깨고 바이든 '맹비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이날 경합주를 쫓아다니며 비난 발언을 쏟아내는 '거머리 작전'을 썼다. 통상 상대 당의 전당대회 기간에는 자극적인 언행으로 공격하지 않는 게 관행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20년 가상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20년 가상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영상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네소타주 맨케이토 방문을 시작으로 위스콘신주 오시코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도 잠시 들러 연설했다. 오시코시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같은 주 밀워키와 120㎞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거주지인 델라웨어주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인 20일에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찾아갈 계획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서는 "정치를 한 47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급진 좌파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면서 "그가 대통령이 되면 철광석이 많이 나는 미네소타주 일대의 광산업 지대가 영원히 폐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 의원에 대해서도 민주당 경선 중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한 이력을 거론하며 "(바이든에 대해) 그보다 더 야비하고 끔찍하게 말한 이는 없었다"며 "심지어 포카혼타스(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을 비하하는 말)보다 나빴다"라고도 비난했다.

또 지난 6월 미국 전역을 들끓게 했던 흑인 인권 운동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거론하며 해리스 의원이 "(이 운동에 대해) 당황했고 도망쳐 나왔다"며 "그녀가 누구를 대표하는지 모두가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지율 격차 최근 줄어…트럼프 '맹추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의 위트먼 공항에 도착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의 위트먼 공항에 도착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내내 대형 악재들이 터지면서 한때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14%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최근 조사 중에는 오차 범위 내까지 좁혀진 결과도 나왔다. CNN이 여론조사업체 SSRS와 공동으로 지난 12~15일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에 대한 전국 지지율은 50%, 트럼프는 46%로 나타났다. 오차범위(±4%포인트) 내 접전이다.

특히, 격전지로 분류되는 15개 주 등록 유권자 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 49%, 트럼프 대통령 48%로 1%포인트의 근소한 격차를 보였다. 다른 매체의 여론 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맹추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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