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WTI)가 5개월 최고치에 이르렀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 가격이 17일(현지시간) 한때 배럴당 42.81달러까지 올랐다. 한국시간 18일 오전 상승 폭은 줄어 42.70달러대에서 매매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때문에 미 셰일원유 생산 줄어 #OPEC+ 회원국 감산합의 준수율도 90% 이상 #90년대 OPEC 회원국은 서로 속고 속여 폭락 불러
17일 WTI 가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에서 본격화하기 직전인 올 3월 초 이후 가장 높다.
WTI 가격은 8월 들어서만 거의 7% 뛰었다. 직접적인 원인은 공급 감소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미국 내 원유 재고가 줄고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는 바람에 셰일원유 생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착한(?) OPEC+ 회원국', 감산합의 잘 지켜
재고 감소엔 OPEC+(사우디+러시아 등)의 감산합의가 1990년대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합의와는 달리 대체로 잘 지켜지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
로이터 통신은 17일 OPEC+ 관계자 말을 빌려 “합의 준수 여부를 살펴보니 7월 한달 동안 합의 이행률이 90% 이상이었다”며 “이는 한 달 전인 6월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적잖은 전문가들은 90년대 역사를 바탕으로 OPEC+의 감산합의가 잘 지켜지지 못할 것으로 봤다. 90년대 OPEC 회원국들 상당수가 감산합의를 지키지 않아 WTI 가격이 2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경기회복?
국제유가 상승엔 경기회복 기대감도 작용했다. 로이터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주가가 오르고 주택건설 경기 등 미국의 실물경제 데이터가 긍정적이었다”며 “경제 회복 기대감이 원유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고 전했다.
이제 관심은 ‘국제유가가 어느 선까지 오를 수 있을까’다. 사후적으로만 확인되는 시장에선 늘 그렇지만,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한다.
비관론 진영에선 뉴노멀을 40달러 언저리로 본다. 노르웨이 원유리서치회사인 리스타드에너지는 “WTI가격이 40달러 선에서 오르내림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크다”며 "배럴당 40달러 안팎이 코로나 시대 뉴노멀"이라고 올 6월 이후 줄곧 주장한다. 실물경제 상황에 비춰 45달러 선 이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상반기 안에 WTI 50달러대?
반면, 미 금융그룹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2021년 상반기 안에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 선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BofA가 밝힌 근거는 재고량 감소와 시장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점 등이다.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다르면 브렌트와 WTI 가격 차이는 장기적으로 2~6달러 사이였다. 브렌트 가격이 그만큼 WTI보다 높았다는 얘기다.
BofA가 전망한 대로 브렌트유가 내년 상반기 안에 60달러 선에 이른다면, WTI 가격은 50달러대에 이를 수 있다. 이른바 뉴노멀보다 10달러 이상 뛴다는 얘기다.
이는 국제원유 시장이 코로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남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BofA는 금값 온스(31.1g)당 3000달러를 예상하는 등 요즘 상품가격에 상당히 낙관적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