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최창현씨 로키산맥 등정

중앙일보

입력

뇌성마비 1급 중증 장애인 최창현(37)씨가 17일 손과 발 대신 입으로 작동하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미국 로키산맥 에번스봉(높이 4천348m) 등정에 성공했다.

장애인이 휠체어로 로키산맥을 등정하기는 최씨가 처음이다.

특히 에번스봉은 로키산맥 중 자동차도로(auto road)가 나 있는 산으로는 가장 높으며 최고봉인 앨버트와는 51m밖에 차이가 안난다.

최씨와 동행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이경자(27.여)씨는 이날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등정후 연합뉴스에 전화를 걸어 "최씨가 태극기를 단 휠체어를 타고 매표소에서 20.5㎞를 달려 에번스봉 정상에 도달했다"고 전해왔다.

이씨는 "최씨가 전날 미국 장애인 2명과 함께 등정을 시도하려 했으나 차가 다니고 갓길이 없어 위험하다는 경찰의 만류로 포기했다가 오늘 오후 3시 45분 단독 등반에 나서 오후 6시20분 정상에 올랐다"고 전했다.

최씨는 이씨가 걸던 공중전화를 통해 "미국 대륙횡단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맥을 정복해 매우 기쁘다"며 "장애인으로서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해낸 만큼 한국에서 힘들고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많은 분들의 도움과 성원으로 대륙횡단과 로키산맥 등정에 성공했기 때문에 이 모든 영광을 그분들에게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씨는 "최씨가 등정에 성공하자 한 여자 산악관리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최씨를 포옹했으며 관광객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세계 챔피언'이라고 축하해줬다"고 전했다.

최씨는 작년 9월 휠체어를 타고 로스앤젤레스-워싱턴DC까지 장장 5천200㎞의 미대륙 횡단길에 나섰으나 출발 20일만에 교통사고로 중단했다가 지난 3월 재도전, 지난달 13일 워싱턴DC에 도착했으며 때마침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던 미국장애인들에게 로키산맥 등정을 제안했다.

최씨는 이어 워싱턴DC에서 뉴욕까지 386㎞를 역시 휠체어로 달려 유엔본부에 장애인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씨는 금주말께 애리조나주 피닉스와 L.A.를 들러 현대모터아메리카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승용차와 트레일러를 반납하고 25일께 귀국할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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