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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군이 베트남 왕자 후손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한 사연은?

중앙일보

입력

베트남 국기 이미지. [중앙포토]

베트남 국기 이미지. [중앙포토]

베트남 리 왕조 후손 이장발 소재

 경북 봉화군이 3000여㎞나 떨어진 베트남의 과거 왕조 후손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다. 베트남 최초의 통일왕조인 리 왕조 후손을 소재로 한 『홍하에서 온 푸른별들』. 책은 역사적 기록을 고증한 내용과 인문학적 감수성을 결합한 팩션(Faction)으로 쓰였다.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박순교 교수가 봉화군의 위탁을 받아 집필했다.

화산 이씨들 봉화군에 집성촌 이뤄 #봉화군, 베트남 타운 조성사업 추진 #

 경북 봉화군과 베트남 리 왕조와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봉화군 봉성면에 가면 조선시대 한옥 모습을 한 작은 사원인 '충효당'이 있다. 베트남 리 왕조 후손에 대한 기록이 들어 있는 충효당 옆엔 리 왕조에 대한 이야기가 쓰인 '유허비'도 세워져 있다. 충효당·유허비는 리 왕조의 후손인 '화산 이씨(花山李氏)' 문중이 세운 것이다. 화산 이씨는 12세기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성씨다. 시조는 이용상(1174~). 이용상은 베트남 리 왕조의 왕자다. 베트남 이름은 '리롱뜨엉'.

경북 봉화군이 출간한 홍화에서 온 푸른별들. [사진 봉화군]

경북 봉화군이 출간한 홍화에서 온 푸른별들. [사진 봉화군]

소설 홍하에서 온 푸른별들 출간해 

 이용상은 1174년 베트남 제6대 황제의 7남으로 태어났다. 당시는 베트남 최초의 통일왕조인 리 왕조가 쇠퇴의 길을 걷던 시기다. 7대, 8대 리 왕조의 황제가 바뀌는 과정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대규모 살육이 이뤄졌다. 이용상은 1226년 베트남을 탈출해 우리나라에 왔고, 당시 고려 조정은 베트남 왕자인 그에게 화산 이씨 성씨를 내리고, 우리나라에 정착하도록 도왔다고 한다.

 『홍하에서 온 푸른별들』은 화산 이씨의 13대손, 즉 이용상의 후손인 이장발(1574-1592)을 소재로 다뤘다. 이장발은 19세에 임진왜란에 참전해 문경전투에서 왜적에 대항하다 전사했다고 한다. 봉화군 충효당·유허비는 바로 그의 우국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경북 봉화군에 있는 충효당. [중앙포토]

경북 봉화군에 있는 충효당. [중앙포토]

 충효당 주변엔 16가구 20여명의 화산 이씨들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화산 이씨는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에 1200여명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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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군은 충효당을 중심으로 베트남 타운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 왕조 유적지를 민간 교류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베트남 역사공원과 숙박·교육 시설을 갖춘 베트남 테마의 마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봉화군 관계자는 "베트남 타운 조성 사업의 스토리텔링, 사업 추진의 역사성 확보 등을 위해 『홍하에서 온 푸른별들』을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화산 이씨 후손들은 베트남과 가족처럼 지낸다. 매년 음력 3월 15일 열리는 리 왕조 창건 기념 축제인 ‘덴도 축제’에는 한국에 거주하는 화산 이씨 후손들이 초청을 받아 참석한다. 베트남 관광객들도 경북지역을 오면 봉화군 충효당을 돌아본다. 2018년엔 응웬 부 뚜 당시 주한베트남 대사가 봉화군을 찾기도 했었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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