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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호의 현문우답] 개척교회는 '예배뒤 밥' 중시…코로나 취약한 교회만의 습성 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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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4일 낮 12시 기준으로 집단 감염 사례로 “서울 송파구 사랑교회(22명), 서울 중구 선교회(5명),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19명), 고양시 기쁨153교회(24명), 고양시 반석교회(34명), 김포시 주님의샘교회(17명), 용인시 우리제일교회(72명)”를 지적하며 “전체 193명에 달한다. 교인은 138명, 나머지 55명은 가족이나 지인”이라고 밝혔다.

22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 앞서 의료진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송파구 사랑교회와 관련해서 지난 20일 지표 환자가 나온 이후 전날 교인 3명이 추가돼 관련 확진자가 4명 확인됐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 앞서 의료진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송파구 사랑교회와 관련해서 지난 20일 지표 환자가 나온 이후 전날 교인 3명이 추가돼 관련 확진자가 4명 확인됐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교회에는 나름의 ‘약한 고리’가 있다. 교회를 운영하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느라, 방역 수칙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비말에 노출될 우려가 큰 교회 활동을 “종교 활동은 신성하다”는 이유로 강행할 때가 특히 그렇다. 교회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할 때, 주요 통로로 지적되는 4가지 원인을 짚어본다.

◇방언이나 통성 기도를 하는 집회=이번에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경기도의 A교회는 ‘은사 집회’를 고집했다. 교인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큰 소리를 내며 회개하고 통곡하듯이 기도하는 일명 ‘통성 기도’는 비말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은 집회 양식이다.

용인시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K목사는 “주요 교단에 소속된 일선 교회들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통성 기도나 방언 집회, 부흥회 등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며 “경기도 기독교 연합회나 용인 기독교 연합회와 소통을 하지 않는 소수 교단이나 독립 교단의 교회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 연합회에서 제시하는 코로나 메뉴얼을 공유하지 않고, 개교회의 담임 목사가 독자적인 판단을 하면서 코로나 집단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파 사랑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4명으로 확인됐다. 사랑교회 입구가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송파 사랑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4명으로 확인됐다. 사랑교회 입구가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 착용하지 않는 찬양대=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는 강단 앞쪽에 선 찬양대(성가대)가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 열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예배 참석 교인들은 마스크를 하더라도, 찬양대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회 연합기관에서 활동하는 P목사는 “찬양대는 찬송가를 불러야 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면 아무래도 소리가 묻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방역 수칙을 지키는데 소홀해진다”며 “따지고 보면 찬양대야 말로 큰 소리로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라, 누구보다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P목사는 “훨씬 더 큰 교회들도 마스크 착용 수칙만 확실히 지키면 코로나 감염 확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더라”고 말했다.

실제 방역당국의 역학 조사 결과, 이번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7개 교회에서 교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찬양대가 찬송가를 부를 때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개척교회 모임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부활교회 앞에서 119 구급대 대원이 긴급이송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인천 개척교회 모임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부활교회 앞에서 119 구급대 대원이 긴급이송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비말에 근접 노출되는 성경 공부 모임=교회에서 예배를 본 뒤에 소규모 성경 공부 모임이 진행될 때가 있다. 인천에서 개척교회를 하는 C목사는 “예배를 드릴 때 마스크를 착용하던 교인들도 성경 공부를 할 때는 마스크를 벗기 쉽다. 성경 공부 특성상 가까이 앉을 수밖에 없고, 서로 말도 많이 하기 때문에 비말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소규모의 성경 공부지만, 여러 단위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집단 감염의 우려가 있다. 예배 때 지켰던 방역 수칙이 성경 공부를 할 때 깨지기 쉽다”고 말했다. P목사는 “코로나 기간에는 성경 공부 모임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배 후 교인들끼리 식사=8명의 코로나19 확진자(6일 낮 12시 기준)가 발생한 고양시 기쁨153교회는 예배 후에 교인들이 함께 식사를 했다. 예배 중에는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식사 때는 방역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인천 개척교회 모임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부활교회 앞에서 119 구급대 대원이 긴급이송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인천 개척교회 모임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부활교회 앞에서 119 구급대 대원이 긴급이송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교인 수가 10~30명 정도인 개척교회는 특히 주일 예배 후 식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교우들의 친목 도모를 통해 교회 공동체의 결속력을 키우기 때문이다. 고양시 기쁨153 교회도 한 교인이 도시락을 싸왔고, 이걸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으면서 코로나19 감염에 더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서 개척교회를 하고 있는 L목사는 “코로나 방역에 적극적인 교회들은 교회 식당에 독서실처럼 1인용 칸막이를 설치하고, 자리도 한 칸씩 띄워서 앉는다”며 “개척교회라 하더라도 예배 후 공동 식사는 자제하는 게 맞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교회가 먼저 나서서 칸막이 설치 등 예방 조치를 해야 한다. 큰 비용이 드는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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