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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통합당 광복절…‘아스팔트 투쟁’ 대신 시장 찾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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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호 03면

요동치는 여야 지지율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을 방문해 경매에 나온 수박을 들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을 방문해 경매에 나온 수박을 들어보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절을 맞이하는 미래통합당의 자세가 달라졌다. 지난해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옆에서 ‘자유 우파 통합’과 장외 투쟁 등 특단의 대책을 외쳤지만 올해의 키워드는 ‘민생’이었다.

작년엔 장외 집회, 올해는 민생 #가락농수산물시장 방문한 김종인 #“4차 추경 나서 수해 복구 최선을” #주호영 “패배주의 있었는데 자신감” #오늘 광복절 보수단체 집회도 불참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김선동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와 서울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을 찾았다. 정장 대신 청바지에 점퍼 차림이었다. 김 위원장과 악수하던 한 상인이 “민생이 너무 어렵다”고 호소하자 옆에 있던 김 사무총장이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포도와 복숭아를 두 상자씩 구매한 김 위원장은 이후 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고충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수해로 농산물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인상됐다”며 “수해 복구에 3~4개월은 걸린다는데 빨리 정상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이 이른 시일 내에 4차 추경을 해서 수해 복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도 “선거 때는 추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얘기하던 사람들이 생계를 상실한 이들을 위한 추경을 거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당내에선 4차 추경에 대한 강한 요구는 ‘무엇보다 민생이 우선’이란 김 위원장의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이 시장을 떠날 무렵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전날 예정됐던 간담회지만 수해 봉사활동을 하느라 하루 미뤄졌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도 집값과 수해 복구 얘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최근 여야 지지율 역전이나 정부·여당에 대한 언급은 그 뒤였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주 원내대표는 가장 아쉬운 점으로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힘에 밀렸던 상황”을 꼽으며 여당을 비판하면서도 ‘장외 투쟁이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국회를 기반으로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게 저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집회나 단식 등 강경 장외 투쟁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통합당은 광복절에 열릴 예정인 보수 단체의 대규모 집회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요구에 대해서도 “당에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게 별로 의미가 없다”(김 위원장)고 선을 그었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선 “여론조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느 조사에서 민주당을 추월했다고 환호작약하진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다만 그는 “국민이 인정해 주기 시작했구나, 이것만 믿고 책임감 있게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그동안 패배주의로 국민이 알아줄까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열심히 하니 알아주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협치’를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의 176석은 엄연한 민의고 주권자의 선택인 만큼 저희도 그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그렇다고 대통령과 집권당이 다수의 힘만 믿고 일방독주하는 것은 분명한 민의 왜곡이자 역사에 대한 반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희는 지금 집권세력의 행태를 통해 협치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여실히 목도하고 있다”며 “이것이 대통령께서 말씀하시는 협치는 아닐 것이다. 진정한 협치, 국민과 야당과의 소통을 늘려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남은 임기 동안 제게 부여된 정치적 소명은 통합당을 진정한 수권정당으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국민과 소통하며 진정한 민심을 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도부의 이런 행보를 두고 당내에선 “1년 전 이맘 때를 떠올려 보면 같은 당이 맞나 싶다”는 평이 나왔다. 지난해 8월 14일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광복절을 맞아 ‘큰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황 전 대표의 판단에 따라 추진된 일정이었다. 야당 대표의 광복절 담화를 두고 정치권에선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내용은 강했다. 황 전 대표는 정부 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요구하며 “문 대통령이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믿음을 주지 않으면 저와 우리 당은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후 황 전 대표는 담화 발표 한 달 뒤 삭발식을, 석 달 뒤 단식 투쟁을 했고 연말에는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는 동시에 대규모 거리 집회를 이끌었다.

황 전 대표는 또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옆에서 “자유 우파 통합을 이뤄내겠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당직자는 “당시 건국절 논란과 강성 지지층을 고려해 일부러 이 전 대통령 동상 옆을 장소로 정했다. 이념 공세를 강하게 펼치던 때였다”고 말했다.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의 글은 광복절 전후 펼쳐진 역사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광복절 당일 중국 충칭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사실을 페이스북으로 알리면서 1945년 광복 당시에 대해 “대한민국이란 나라 이름조차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고 적었다. 그러자 일각에서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통합당 관계자는 “강경파 의원들이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당의 인적 구성도 바뀌었고 광복절을 맞는 당내 분위기도 1년 사이 크게 변했다”며 “몸 고생 마음고생 다하면서도 얻는 건 많지 않았던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정민·김기정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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