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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사표 주도 노영민, 본인은 살았다…野 "사극서 보던 궁정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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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수석급 이상 인사는 일단락됐다고 보면 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13일 출입기자들과 만나서 한 말이다. 그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표가 반려됐냐”는 취지의 질문에도 “그렇게 해석해도 된다고 본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노 실장의 유임을 사실상 공식화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노영민 비서실장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로써 지난 7일 청와대 핵심 참모 6명의 집단 사표 사태는 노 실장과 김외숙 인사수석을 제외한 정무(강기정)ㆍ민정(김조원)ㆍ국민소통(윤도한)ㆍ시민사회수석(김거성)과 추가로 사회수석(김연명) 등 총 5명 수석비서관 교체로 마무리됐다. “최근 상황을 종합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면서 비서실 소속 핵심 참모 전원의 사표 제출을 결정했던 노 실장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이번 청와대 참모진의 집단 사의 표명은 부동산 논란으로 불거진 민심 이반에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중심에 선 인물은 노 실장이었다. 그는 지난달 2일 비서관급 이상 참모 중 다주택자들에게 7월 중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강력히 권고했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 아파트는 팔면서 서울 강남 반포의 ‘똘똘한 한 채’는 유지해 ‘반포 사수’ 논란을 자초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노 실장 유임에 대해 “집 두 채를 모두 팔면서 일종의 희생이나 모범을 보인 것으로 해석해 달라”고 했다. “인사 배경이 모두 다주택 소유와 관련된 것은 아니겠지만, 노 실장의 경우 모범을 보이면서 교체 사유가 사라져버린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노 실장의 반포 아파트는 지난달 24일 11억3000만원에 팔렸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집단 사표 사태가 결과적으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한 거 아니었냐는 뒷말도 나온다. 김 전 수석을 제외한 대부분 인사들은 최근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히거나, 이미 교체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일 김 전 수석의 잠실 아파트 ‘2억원 이상 고가 매물’ 논란이 벌어진 바로 다음날, 노 실장 주도로 집단 사표가 제출된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게다가 노 실장과 김 전 수석은 최근 공식 회의석상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며 몇 차례 다툼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영민(아래)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조원 전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노영민(아래)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조원 전 민정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초 이번 청와대 인사는 여권 지지층 이탈 흐름을 되돌리면서 ‘청와대 3기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진을 총괄하는 노 실장이 유임되면서 쇄신의 의미는 퇴색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날 리얼미터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미래통합당에 3.1%포인트 추월당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관련 질문을 받자 “정당 지지율을 청와대 관계자에게 묻는 이유를 잘 이해 못 하겠다”며 “정부는 당면한 수해복구, 코로나 방역, 부동산 안정 및 주거 실현을 포함한 경제문제에 총력을 기울이며 뚜벅뚜벅 국정 행보를 해나가겠다”고만 답했다.

노 실장 유임에 대해 미래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 당국자가 아닌 비서실장과 수석만 사표를 제출했을 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비판에 직면했는데 그마저도 비서실장은 잔류했다”며 “사표 소동은 사극에서 보던 궁정 갈등이 아니었느냐는 의구심만 키웠다”고 했다.

강태화ㆍ김기정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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