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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정강정책 첫장엔 ‘기본소득’…이재명도 “시의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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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를 마친 뒤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이 진보 진영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기본소득을 앞세운 새 정강정책을 마련했다.

중앙일보가 13일 입수한 통합당 정강정책 초안에 따르면 정책 앞머리에 ‘기본소득’이 명시됐고, 주거 안정, 성폭력과 2차 가해 방지, ‘부모 찬스’ 추방 같은 최근 이슈가 담겼다.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 등 당 중진이 거북해할 만한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6월 발족한 당 정강정책 개정특위는 두 달간의 작업 끝에 초안을 마련해 이날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 특위에는 천하람(34) 변호사와 초선인 김웅ㆍ박수영 의원 등이 참여했다. 김병민 특위 위원장은 이날 초안의 주요 내용을 취재진에게 브리핑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기본 소득이었다. 정강정책 첫 번째 항목인 ‘모두에게 열린 기회의 나라’에서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명시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조달제도 도입을 위한 경기도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조달제도 도입을 위한 경기도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정강정책 초안 주요 내용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래통합당 정강정책 초안 주요 내용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본소득은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었다. 코로나 사태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가 ‘한시적 재난 기본소득제’를 띄웠고, 정부도 총선 국면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면서 이슈를 끌어갔다. 당시 통합당은 재난지원금에 찬성 입장을 냈다가 반대로 돌아서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당 관계자는 “통합당이 앞으로 기본소득 이슈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며 “‘피할 수 없다면 우리 것으로 만들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기본소득과 관련해선 의도치 않은 통합당의 우군도 생겼다. 바로, 기본소득을 핵심 의제로 삼고 있는 이재명 지사로 그는 이날 국회 토론회 참석 뒤 취재진과 만나 “(통합당의 기본소득 주장은) 아주 빠르고 시의적절하다”며 “민주당도 발 빠르게 기본소득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강정책에 담긴 ‘4선 연임 제한, 피선거권 18세 하향’이 최종안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같은 지역구에서 4선 이상을 못하게 하는 연임 제한에 대해선 당내 중진의 반발이 극심하다. 피선거권 연령 하향은 쉽게 말해 고3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안으로, 당에서도 “과거 우리 당이 투표 연령 하향조차 반대했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병민 미래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 정강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ㆍ성폭력 문제와 ‘부모 찬스’ 문제도 파고들었다.

‘국민 주거 안정’ 항목에서는 “살고 싶은 곳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고 금융규제를 완화해 누구나 노력하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당 관계자는 “집값 폭등에도 투기 세력 때려잡기나 규제 강화만 외치는 정부와 대립각을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폭력 없는 사회’ 항목에선 “성범죄 연루자는 공직 진출을 원천 차단하고, 약자에 대한 성범죄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확고히 견지한다”고 적었다. 공정성 논란도 다뤘다. “자녀 입시 비리, 공기업ㆍ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및 불공정한 정규직 전환을 청산한다”며 “부모의 권력, 경제력, 정보력을 앞세워 편법과 반칙의 입시 비리가 밝혀지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위는 의총과 다음 달 2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정강정책을 확정한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당내 반발도 일부 있지만 정강정책이 뼛속까지 바뀐 통합당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총선참패백서제작특위가 만든 21대 총선 백서 초안 표지. [중앙포토]

미래통합당 총선참패백서제작특위가 만든 21대 총선 백서 초안 표지. [중앙포토]

한편 통합당은 이날 4ㆍ15 총선의 ‘반성문’격인 총선 백서도 공개했다. 당 백서제작 특위는 총선 패배 원인으로 ▶중도층 지지회복 부족 ▶선거 종반 막말 논란 ▶최선의 공천이 이뤄지지 못함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 부족 등을 꼽았다. 백서는 책자 형태로 발간돼 다음 주 전국 시도당에 배포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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