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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물난리, 피해 보상하라"…섬진강 하류 6개 지자체장, 환경부·수공 항의 방문

중앙일보

입력

황숙주 순창군수와 심민 임실군수, 유근기 곡성군수, 허태영 남원부시장 등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섬진강댐 하류 6개 지방자치단체장과 관계자가 13일 환경부를 항의 방문한 후 공동 건의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순창군]

황숙주 순창군수와 심민 임실군수, 유근기 곡성군수, 허태영 남원부시장 등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섬진강댐 하류 6개 지방자치단체장과 관계자가 13일 환경부를 항의 방문한 후 공동 건의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순창군]

"지난 6일부터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댐 하류 지역 주민들은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평생을 살아온 집터는 거센 물살에 찢겨 아수라장이 됐고, 물에 잠긴 논밭은 황폐해졌습니다."

남원·임실·순창·구례·곡성·광양 등 6개 지자체 #"섬진강댐 수위 조절 실패" 환경부 항의 방문 #특별재난지역 지정, 피해 보상 등 5가지 요구

 13일 오전 11시 세종시 정부청사 환경부장관실 앞. 최근 집중호우로 쑥대밭이 된 섬진강 하류에 있는 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 전남 구례군·곡성군·광양시 등 6개 지방자치단체장 및 관계자가 '섬진강댐 하류 시·군 공동 건의서'를 낭독했다. 이날 황숙주 순창군수와 심민 임실군수, 유근기 곡성군수, 허태영 남원부시장 등이 섬진강댐을 관리하는 환경부를 항의 방문한 현장이었다.

 이들 지자체장은 오후에는 대전에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본사도 찾을 예정이다. 이환주 남원시장과 김순호 구례군수, 정현복 광양시장 등은 수해 복구 현장 등을 지휘하느라 해당 지자체 간부가 대신 동행했다.

지난 9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마을 골목에 수해를 입은 가재도구 등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마을 골목에 수해를 입은 가재도구 등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고, 재산 피해는 현재 집계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에 이른바 '섬진강댐 방류 참사'에 대한 사과와 피해 전액 배상, 재발 방지책 마련을 호소했다. 당초 이들은 조명래 환경부장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불발됐다. 대신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을 만났다.

 이들 6개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쏟아진 폭우로 총 96개 마을이 물에 잠기고, 3849명의 이재민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농경지 2804㏊도 침수 피해를 봤다.

 이들 지자체는 임실 섬진강댐(4만6600t)과 저수용량이 비슷한 순천 주암댐(4만1000t)의 방류량과 하상계수 등을 비교하며 "섬진강댐의 홍수 관리가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하상계수는 갈수기 최소 방류량에 대한 집중호우 시 최대 방류량의 비율을 말한다. 하상계수가 클수록 하천의 유량 변동이 크다는 점에서 하천 흐름이 안정적이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들 지자체에 따르면 섬진강댐의 집중호우 시 최대 방류량은 초당 1870t, 갈수기 최소 방류량은 초당 3t으로 하상계수는 1 대 623에 달했다. 반면 주암댐의 집중호우 시 최대 방류량은 초당 1014t, 갈수기 최소 방류량은 초당 10t으로 하상계수는 1 대 101 수준이다. 지자체들은 "하상계수가 클수록 집중호우 시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갈수기 하천 자정 능력이 떨어져 하천 오염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황숙주 순창군수와 심민 임실군수, 유근기 곡성군수, 허태영 남원부시장 등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섬진강댐 하류 6개 지방자치단체장과 관계자가 13일 환경부를 항의 방문한 후 정부에 사죄와 피해 배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순창군]

황숙주 순창군수와 심민 임실군수, 유근기 곡성군수, 허태영 남원부시장 등 최근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섬진강댐 하류 6개 지방자치단체장과 관계자가 13일 환경부를 항의 방문한 후 정부에 사죄와 피해 배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순창군]

 이들은 '섬진강댐 하류 시·군 공동 건의서'를 통해 "섬진강댐 하류 지역 주민들은 이번 최악의 홍수를 한국수자원공사 등 댐 관리 기관의 수위 조절 실패(탓)임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집중호우가 사전에 예보됐는데도 선제적 방류보다는 담수에 무게를 두고 있다가 기록적인 폭우로 섬진강의 수위가 최고 높아진 8일 오전에서야 댐의 최대치인 초당 1870t의 기록적인 물을 긴급 방류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이미 넘실대고 있는 강에 댐의 최대치를 방류하면 본류의 수위가 높아지고 역류로 이어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라며 "역류 과정을 고스란히 목격한 주민들은 수위 조절 실패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여기에 피해의 원인을 폭우로만 돌리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측 입장은 하류 지역 주민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1965년 섬진강댐이 완공된 후 댐 하류는 갈수기에 장화를 신고 강을 건널수 있는 건천으로 메말라 가면서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폭우가 집중되는 하절기면 댐 방류량에 촉각을 기울이며 불안에 떨어야 했던 세월이 55년째"라며 "그럼에도 우리 주민들은 한없이 인내하고 희생했다. 그것이 지역을 넘어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환경부에 5가지 사항을 요청했다. ①섬진강댐 하류 지역(임실·순창·남원·곡성·구례·광양) 특별재난지역 지정 및 모든 피해 보상 ②체계적인 수계 관리를 위해 섬진강 유역 관리청 (신설) ③갈수기 및 평시 섬진강 하류 건천 방지 및 농업용수 부족량 해결을 위해 방류량 확대 재산정 ④장마기·태풍 북상시 댐 방류량의 댐 상류 유입량·일기예보와의 자동 연동을 통한 홍수 통제 기능 강화 ⑤댐 방류 등 수자원 관리에 관한 지자체 사전 협의·참여의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다.

세종=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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