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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1채 팔면 지방 6채···3년전보다 2채 더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23차례 부동산 대책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됐다. 규제가 늘수록 서울과 지방간의 집값 격차는 더 벌어지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63빌딩에서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23차례 부동산 대책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됐다. 규제가 늘수록 서울과 지방간의 집값 격차는 더 벌어지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63빌딩에서 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4683만원이다. 매매 거래의 값을 한 줄로 세웠을 때 중간 가격이다. 3년째 제자리걸음인 지방 아파트(경북ㆍ강원도 등 8개도)의 중위 가격은 1억4000만원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한 채를 팔면 지방에 있는 아파트 6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3년 전에는 서울 아파트 한 채(중위가격 5억4052만원)를 팔아 지방 아파트 4채를 살 수 있었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값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으려 각종 규제를 쏟아냈지만 서울의 집값은 잡힐 기미가 없다. 반대로 각종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 수요를 억누른 부작용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3년새 3억 오를때, 경남 1500만원 하락.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아파트 3년새 3억 오를때, 경남 1500만원 하락.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아파트값은 하락세다. 1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11.9로 지난해 7월(107)보다 4.9포인트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경북(-2.4 포인트)을 비롯해 경남(-0.5), 강원(-2.1), 전북(-1.1) 등지는 일제히 하락했다.

지방의 부동산값이 떨어지는 데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원인이 있다.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물량이 많은데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수요를 누르는 데 집중된 탓이다. 경북 김천시 율곡동 혁신도시의 A 아파트는 분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미분양률은 80%에 달한다. 이뿐 아니다. 김천시는 4년째 미분양 물량이 많아 신규 아파트 공급은 전면 중단됐다.

정부 대책에 울상짓는 청주

정부 대책으로 서너 달 사이 집값이 롤러코스터를 탄 곳도 있다. 지난 6ㆍ17대책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충북 청주다. 지난 5월 방사광가속기 사업부지로 청주시 오창읍이 선정되면서 자금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규제 지역에 포함되자마자 거래는 뚝 끊겼다.

급매물이 한두개씩 나오면서 아파트 몸값도 떨어지고 있다. 청주 주상복합단지인 흥덕구 복대동 신영지웰시티1차(전용면적 124㎡)는 지난달 3일 5억8700만원(국토부 신고 기준)에 팔렸다. 한 달 전 최고가(7억2800만원)와 비교하면 1억원 이상 하락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박미영 대표는 “이제야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나 했는데 규제지역이 되면서 매수 문의가 사라졌다”며 “외지인(투기세력)은 이미 수익을 챙겨 떠났는데 실수요자만 대출 규제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집값 내려가 ‘깡통전세’ 우려

다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인상도 지방의 집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상당수 다주택자가 수도권에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지방 아파트를 우선 처분하고 있어서다. 집값이 내려가면서 경남ㆍ북, 전북, 강원도 등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내려가는 '깡통전세'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 창원감계힐스테이트 4차(59㎡)는 최근 전세 매물이 1억5000만원에 나오고 있다. 매매가격(1억9000만원) 대비 전셋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79%에 이른다. 매매가는 1년 전 2억2000만원까지 올랐다가 하락했지만 전셋값은 오르고 있어서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전셋값이 매매가와 큰 차이는 없지만,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집값이 더 내려가 전세 보증금을 못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광역시는 재산세 상한 건수 증가  

지방 광역시의 재산세 30% 이상 오른 건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방 광역시의 재산세 30% 이상 오른 건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방도 온도 차는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상승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방 광역시의 경우 집값이 오르며 세금 부담이 커졌다.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과 대구 등에서 공시가격 인상으로 재산세가 전년 대비 30%(세부담 상한선)까지 오른 건수가 증가했다. 인천시(연수ㆍ남동ㆍ서구)는 2017년 13건에서 올해 417건으로 늘었고, 대구 수성구는 같은 기간 6.7배 증가한 8836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부동산 시장의 상황이 다른 만큼 서울과 수도권을 겨냥한 일률적인 대책을 펼치는 것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수도권 중심의 규제 정책에 집값 조정을 받아온 일부 지방 주택시장은 회복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공급과잉과 집값 하락을 고려한 지방 맞춤형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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