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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모자이크 전쟁으로 중국에 대응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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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민석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미국의 냉전 2.0 준비와 한반도 영향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미국이 중국과의 ‘냉전 2.0’ 준비에 한창이다. 비약적으로 거대해지고 있는 중국군에 핵으로 무장한 북한, 회색지대에서 국제적인 도발을 일삼는 러시아가 가세하고 있어서다. 영락없는 공산권과의 신냉전 국면이다. 미국은 새로운 안보현상을 ‘2차 냉전’ 또는 ‘냉전 2.0’으로 부르고 있다. 1990년 이전의 1차 냉전은 소련이 중심이었고, 무대는 유럽이었다. 2차 냉전은 중국 중심으로 무대가 동아시아로 전환되고 있다. 미국이 보는 중국은 ‘공산’ ‘독재’ ‘전체주의’다. 그러면서 중국은 주변국에 강압적이고 수탈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더 놔두면 중국의 강압적인 행동을 견제할 수 없다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중·북·러가 연합해 2차 한국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냉전 2.0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준다. 주한미군 개편도 필연적이다.

중국 근접한 주한미군 개편 불가피 #한반도 재래식 전쟁은 한국군 감당 #미 해군, 2025년에 유령함대 창설 #미 육군, 2028년까지 전투력 강화

조만간 남중국해에서 미·중의 소규모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이 올 7월 남중국해에 대형 정찰기를 67회나 출격시켰는데 5월의 2배 수준이라고 한다. 미 해군 함정이 자유항행작전 일환으로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남사군도)에 진입할 때마다 중국 해군과 신경전을 벌이기가 일쑤다. 양국 군함과 공군기의 우발적 사고가 순식간에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중국 싱크탱크인 남중국해전략감시계획 후보 소장) 최근 미국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 폐쇄와 중국 채팅앱인 위챗·틱톡의 미국 퇴출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중국이 미워서이기도 하지만, 미국 내에서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근절하려는 의도다. 미국은 중국이 위챗과 틱톡을 통해 개인 정보를 빼내 간다고 의심하고 있다.

냉전 2.0 대비해 미군 재정비

냉전 2.0이 본격화할 상황에 대비해 미국은 군사력 재정비를 추진 중이다. 군구조 개편과 군사력 재배치, 첨단무기 개발, 동맹·우방국과 연합 등이다. 미국이 구상 중인 군사력 재정비 목표는 1단계로 해군 2025년, 육군 2028년이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다. 2025년은 중국이 필리핀-대만-오키나와-일본 남단을 잇는 가상선인 제1도련선(島鏈線, island chain)을 사실상 봉쇄한다는 해다. 중국은 미 해군이 제1도련선 안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그래도 들어오면 격파할 생각이라고 한다. 이른바 ‘반접근·거부(A2AD: Anti Access Area Denial)’전략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동·남 중국해 장악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한국과 일본의 해상수송로가 중국에 통제되고, 장기적으로 미국은 동아시아를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에 대응해 2025년에 유령함대(Ghost Fleet)를 창설한다. 유령함대는 스텔스 구축함과 무인 수상함·잠수정으로 구성된 로봇부대다. 유령함대는 레이더로 포착이 어려워 중국 입장에선 유령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유령함대를 먼저 보내 중국 항모전단과 내륙의 미사일기지를 제거한 뒤, 미 항모전투단을 본격적으로 투입하는 작전이다. 또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로봇전투장비로 무장한 미 해병대로 유사시 남사군도를 점령하는 계획도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점령을 상정해 괌에서 미군 공수부대 투하훈련도 했다.

미국은 2028년까지 동아시아에 배치된 미 육군을 대폭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미 육군대학 전략연구소(SSI)가 최근 발표한 ‘육군 변혁(An Army Transformed)’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 육군 개편과 전투력 향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남중국해와 대만, 한반도가 속해 있는 인도태평양을 초경쟁(hypercompetition) 지역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 배치된 미 육군은 초경쟁 지역에 너무 근접해서 위험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사정권에 있어서다. 더구나 중국은 미사일과 전투기, 함정들을 레고 찍듯이 만들고 있어 앞으로 군사적 옵션이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초경쟁 지역인 남중국해와 한반도가 가장 심각하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했을 때 미국이 아무런 손을 쓰지 못했던 상황이 이곳에서 재현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반도 지상전 위주의 주한·주일 미군

미군의 냉전 2.0 대비한 예상 조치

미군의 냉전 2.0 대비한 예상 조치

그런데 동북아 지역에 배치된 미 육군은 더 문제다. 주한·주일 미군 등은 2차 한국전쟁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지상작전을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중국과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 신속한 대응이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냉전 2.0 대비 태세에는 미흡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주한·주일 미군은 중국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사정권에 있어 취약하다. 평택 미군기지도 마찬가지다. 한 구역에 너무 많은 병력이 몰려 있다. 미국 입장에서 평택기지는 해외 미군기지 가운데 최신이고 규모도 큰 장점이 있지만, 중국과 너무 가까운 건 오히려 단점이다. 따라서 현재의 미군 배치와 구조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인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는 미국과 동맹국 모두에게 손해다. 따라서 주한미군에 대한 규모 축소와 전투력 분산 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SI 보고서는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육군성 장관 시절 지시로 만들어졌다. 미 육군대학의 연구소가 주도했지만 미 국방부와 합참, 인도태평양사령부, 주한 및 주일 미군, 싱크탱크의 조언을 받았다. 미국 내부 여론으로 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앞으로 군사작전으로 분산된 합동전구작전을 선택할 방침이다. 여러 곳에 분산된 미군 전투력을 순간적으로 집중시켜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합동작전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모자이크 전쟁을 구상 중이다. 모자이크 조각처럼 흩어져 있는 전투력을 네트워킹해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탄도미사일 사정권 밖에서 전투력을 투사하는 원정작전을 더 선호한다.

우리로선 미국의 새로운 구상에 우려가 없지 않다. 먼저 한반도에서 재래식 전쟁은 한국군이 거의 감당한다는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이양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발생해도 미군 증원은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미국은 한국군이 더 현대화되고 전면적인 작전능력을 갖추길 기대하고 있다. 그 반대급부로 미국이 한국의 우주발사체에 고체연료 사용과 핵추진 잠수함에 동의해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대응용이다. 심지어 중국과 북한에 대비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필요성도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제기됐다. 그만큼 냉전 2.0의 안보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미국은 중국 주도의 냉전 2.0에 대비해 한반도를 군사 허브지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이 축소될 수는 있겠지만, 여전히 큰 규모로 유지될 전망이다. 미국은 1991년 필리핀에서 미군을 철수시킨 것을 후회하고 있다. 그 결과 남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접근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군 내부 의견이라고 한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은 한국·호주·일본·필리핀·싱가포르·대만 등과 손을 잡고 중국·북한·러시아에 대응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정부의 입장이다. 지난 10일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에서 확보한다는 경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은 냉전 2.0에 대비한 중요한 전투력이다. 우리의 생명줄인 해상수송로를 중국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중국과 등지고 싶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한국이 미국의 새로운 전략에 적극 가담할지 의문이다. 이 순간에도 냉전 2.0의 대결적 국면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냉전 2.0에 대비한 외교·안보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도련선(島鏈線)

도련선은 중국이 태평양을 장악하기 위해 설정한 것으로 섬을 이은 가상선이다. 3개의 도련선이 있는데 1도련선은 일본-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잇는 중국 근해로 완충지대 확보가 목적이다. 2ㆍ3도련선은 괌과 하와이까지 확대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