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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위챗 금지’, 미국 애플에 불똥 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메신저앱 '위챗' 관련 거래 제한을 담은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이 조치가 미국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챗 거래제한 명령을 내린 것이 마카오에 있는 미국 카지노 업체에게는 도리어 해가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인들이 위챗으로 도박 결제를 하기 때문인데, 마카오 고객의 95%는 중국 본토인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2016년 마카오의 한 도박장 앞을 걷고 있는 관광객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위챗 거래제한 명령을 내린 것이 마카오에 있는 미국 카지노 업체에게는 도리어 해가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인들이 위챗으로 도박 결제를 하기 때문인데, 마카오 고객의 95%는 중국 본토인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2016년 마카오의 한 도박장 앞을 걷고 있는 관광객 [EPA=연합뉴스]

불똥이 튈 수 있는 대표적인 미국 업체는 카지노 기업이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마카오의 도박 고객 중 절대 다수가 중국 본토인이다. 마카오 소재 게임 산업 컨설팅 회사인 아이게이믹스(IGamiX)의 벤 리 매니지먼트 파트너는 "마카오 카지노의 총 게임 수익의 80~90%가 중국 본토에서 왔다"고 추정했다.

"마카오 미국 카지노 업체도 타격 예상"

도박은 중국 본토에서 불법이다. 그래서 많은 중국인이 마카오로 건너와 도박을 즐긴다. 그런데 이들이 도박을 즐길 때 계산은 주로 위챗페이로 한다.

월간 활성 사용자만 12억명에 달하는 위챗은 카카오톡처럼 메신저는 물론, 결제와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들어 있다. 중국인들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다.

반면 비(非)미국 사업자들에게는 뜻밖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기업의 서비스인 위챗과 틱톡을 규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이 나오면서 미중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기업의 서비스인 위챗과 틱톡을 규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이 나오면서 미중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카오의 6개 카지노 사업자 가운데 윈 리조트,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 라스베이거스 샌즈 등 3곳은 미국인이 주인이다. 나머지 3개인 멜코, SJM 홀딩스, 갤럭시는 비(非)미국계다. 이에 중국인 '큰 손' 고객들의 돈을 받기 어려워진 미국계 카지노 사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SCMP는 보도했다.

미국 스마트폰 회사인 애플도 불똥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위챗을 제거해야 할 경우 중국인들이 아이폰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80만명의 응답자 중 90%가 넘는 75만명이 아이폰에 위챗이 안 깔리면 다른 스마트폰을 사겠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중국 텐센트(위챗 모기업)과 위챗 관련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시행시간은 행정 명령이 발효된 후 45일이며 미국 관할권 내 개인 또는 기업에 모두 적용된다.

행정명령이 내려지자 미국 위챗 사용자들이 소송에 나섰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지난 10일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들이 미국 위챗 사용자들을 모아 위챗 제재 행정 명령에 대한 무효 소송을 내기로 했다. 미국 로펌 잉차오는 미국 내 메시지나 앱 금지는 헌법 등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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