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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위치칼리지서울영국학교 학생들이 ‘한국전쟁 용사’ 연극 공연한 까닭

중앙일보

입력

매튜 레드먼(Matthew Readman)은 영국 대학에서 교육연극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덜위치칼리지서울영국학교에서 드라마를 가르치는 ‘드라마 교육 전문가’이다.

전세계 40여개국 출신의 국제학교 학생들이 미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며 학교 극연극을 기획, 연출하고 있는 매튜 레드먼 교사에게서 드라마 교육에 대한 내용을 들어봤다.

‘드라마 교육(Drama education)’이 목표로 하는 바는 무엇인가?  

드라마는 상상으로 지어낸 이야기 속에서 인간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대중예술의 한 형태이다. 우리가 맺는 사회적 관계나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을 인지하고 분석해 보는 것이다. 특정 인물이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지를 이해해 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여러 방식으로 표현해보고, 다듬어지고 정리된 생각을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전달하는 훈련이다. 드라마 수업에서 학생들은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발전시킬 수 있다. 드라마 교사의 역할은 개개인이 가진 생각은 모두 가치 있으며, 확신에 찬 한두 명이 전체 의견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야기, 극본, 인물을 통해 도전의식을 갖고 생각의 힘을 길러 세상과 여러 문제들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드라마 수업은 어떻게 진행하며 무엇을 배울 수 있나?

드라마 수업의 교육 효과를 논할 때마다 학생들이 직접 드라마를 만들어 공연에 올리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드라마 수업은 그 자체로도 즐겁지만 최종 결과물인 공연도 필요한 과정이다. 상급반에서는 일년에 두세 차례 공연을 하고 있으며, 공연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이끌고 있다. 직접 연기할 자신은 없어도 공연에는 참여하고 싶은 학생들은 조명, 음향, 진행스탭, 메이크업 및 의상, 세트 디자인/제작, 댄서와 연주자로서 각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단, 공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연기 역량, 행동과 태도를 갖춰야 하며, 공연을 준비하며 시간 엄수, 자기관리와 사회적 책임을 배울 수 있다. 또한 ‘나’보다는 전체 공연을 구성하는 일원으로서 ‘우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의 공연을 선보이기까지 많은 시간을 쏟으며 인내심을 갖게 되는데 이는 단시간 내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기량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배움이다. 실제 공연에서는 위기 상황을 맞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공연을 계속해 가는 것을 보면 너무 대견하다. 학생들이 각자 재능을 발휘해 함께 노력하면서 공연에 참여한 모두가 배움을 확장하도록 이끌 수 있어 드라마 교사로서의 보람이 매우 크다. 학생들이 공연하며 배우는 창의성, 협동성과 유연성은 이들이 향후 어느 전문 분야로 진출하든 성공하려면 꼭 갖춰야 할 자질이다.

학생들에게 드라마를 가르치면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학생들에게 전적인 자율권을 주면 공연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갖는다. 이때부터는 선생님이나 감독에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한다. 서로가 존중하고 너그럽게 배려한다.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 때론 어긋나기도 하지만 다시 뭉친다. 틀린 경우에도 서로 용인하고 옳다고 생각할 때는 확신을 가지고 행동한다. 무대에서 연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일 때, 공연이 끝난 후에 내게 와서 “다음에 우리가 할 공연은 뭐죠?”라고 물을 때 특별한 보람을 느낀다.

올해 한국전쟁 참전 용사에 대한 연극을 공연해 관심을 끌었다. 이 공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서로 다른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국제학교 학생들이 그들이 현재 살고 있는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사회적 연대감을 갖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나는 지난 14년간 한국에서 거주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관계를 맺어 왔다. 많은 것을 듣고 알게 된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에 비해 우리 학생들은 한국의 K-팝과 영화, 패션은 잘 알고 있지만 대한민국을 위대한 나라로 지켜온 유산(heritage)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었다. 나는 우리가 참전용사 스토리를 제대로 알고 이에 대해 사실적으로 또한 진정성 있게 지역 사회와 나눌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스토리를 기획하고 준비해 공연에 올리는 전 과정이 모두 중요했다. 조사 작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한국, 싱가폴, 폴란드의 참전용사들을 인터뷰하고 조부모님들, 지역복지센터 어르신들과 교직원의 가족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두 학생의 할아버지가 기록한 일기를 찾아냈으며 이를 기초로 극을 구성했다. 이야기를 만들고 공연을 준비하면서 역사적 사실로 기록된 내용뿐 아니라 개인적 이야기와 생생한 경험까지 한국전쟁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현 세대에게 잊혀진 옛 노래들을 찾고자 신문과 라디오 방송물을 검색했다. 대형 천막을 세워 관객들을 앉히고 공연을 올리면서 감정이 벅차 올랐지만 이것이 한국의 유산을 기념하고 나누는 자리라는 것을 느꼈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 일기를 저술한 참전용사를 모셔 함께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은 당신의 이야기는 한국전쟁을 겪은 수백만 명에게 일어났던 일이라고 전하면서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학생들이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공연을 하면서 한국처럼 역동적인 현대 사회는 과거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 학기에도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 계획이 있는지?

코로나19 유행으로 매우 도전적인 상황이다. 지난 학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는 수업에 이어서 새 학기에는 더 나아가 극본 작업을 해보려고 한다. 학교에 연기력이 좋은 여학생이 많아서 강인한 여성상을 내세운 드라마 극본이 필요하다. “한여름밤의 꿈”을 댄스 드라마로 기획해 볼 계획이다. 극 배경인 숲을 연출해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무대를 구상하고 있어 디자인에 재능 있는 학생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셰익스피어의 시적인 언어 대사에 더해 신체의 창의적인 움직임을 극 표현에 접목하기 위해 댄스 교사와 함께 작업할 것이다. 드라마에 학생들의 현재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싶어서 학생들이 원했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적인 형태의 극 연출을 시도해 볼 것이다. 인간 세상의 어둡고 도회적인 분위기와 환상적인 동화 속 세계를 함께 보여주는 공연이 될 것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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