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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에 크게 세번 뜨악했다"···진중권, 與저격수 돌변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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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보 논객에서 여권의 저격수가 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한 3가지 계기를 밝혔다. 최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엔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주변이 문제라고 하더니,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었냐”고 물은데 대한 답변이라면서다.

진 전 교수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에 크게 세 번 뜨악했던 적이 있다”며 문 대통령의 3가지 발언과 실망한 이유를 적었다.

①"문자 폭탄은 양념" 

첫 번째는 이른바 "문자 폭탄은 양념"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MBN과 가진 인터뷰에서 ‘18원 후원금, 문자폭탄, 상대 후보 비방 댓글 등은 문 후보 측 지지자 측에서 조직적으로 한 것이 드러났다’는 지적에 대해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극렬 지지자들의 행패를 ‘민주주의를 다채롭게 해주는 양념’이라고 정당화했을 때. 그때 이분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만 해도 아직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패악질이 막 시작된 시점이라 그냥 넘어갔다”고 전했다.

② 세월호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

두 번째는 문 대통령이 적은 세월호 방명록 문구다. 문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후 첫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후 첫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후 첫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았다. [중앙포토]

진 전 교수는 “‘미안하다’는 말의 뜻은 알아듣겠는데, 도대체 ‘고맙다’라는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아직도 나는 그 말의 뜻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방법을 못 찾고 있다”고 했다.

③ 조국 전 장관에 "마음의 빚" 

진 전 교수는 가장 결정적인 계기로 ‘조국에 마음의 빚’ 발언을 들었다.

그는 “올초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을 때.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게 분명해졌다”며 “이게 그냥 주변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문제였던 것이다. 그때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조 전 장관에 대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당시 “조 전 장관이 겪었다는 ‘고초’는 법을 어긴 자들에게 당연히 따르는 대가로, 법을 어긴 모든 이들이 마땅히 치러야 할 고초이기도 하다”며 “기자회견장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는 절대 ‘공화국’ 수장의 그것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기 관리에 실패한 어느 위선자의 ‘친구’, 그 친구가 속한 계파(PK친문)의 이익 대변인으로 발언했다“며 ”그래서 ‘그 분(문 대통령)의 윤리의식과 판단 능력이 과연 공직을 맡기에 적합한가?’라는 근본적 회의를 갖게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대통령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그렇다면 대통령은 허수아비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물론 이 모두가 물론 측근들의 장난이기도 할 것이지만 동시에 대통령의 뜻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는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더니, 자신들이 누리는 반칙과 특권은 아예 제도화하려고 한다”며 “조국의 위선은 그 개인의 위선이 아니라 정권의 위선이자, 민주당의 위선이자, 대통령의 위선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를 목숨 걸고 비호한 거겠죠”라고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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