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배고파 빵 훔친 장발장, 지금이라면 어떤 처벌?

중앙일보

입력 2020.08.08 08:00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32)

범죄에는 꼭 살인과 같은 중범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과 역시 반드시 교도소를 다녀온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과는 사형·징역·금고·자격상실·자격정지·벌금의 형이 확정된 경우를 말한다. [사진 pxhere]

범죄에는 꼭 살인과 같은 중범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과 역시 반드시 교도소를 다녀온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과는 사형·징역·금고·자격상실·자격정지·벌금의 형이 확정된 경우를 말한다. [사진 pxhere]

범죄, 전과. 보통 사람이라면 듣기만 해도 표정이 어두워지는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하지만 범죄에는 꼭 살인과 같은 중범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전과 역시 반드시 교도소를 다녀온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사용되지만 정작 그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경우는 많지 않은 ‘전과’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일까.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전과기록’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전과는 사형·징역·금고·자격상실·자격정지·벌금의 형이 확정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벌금형만 받은 사람도 전과자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처분을 받은 경우는 ‘전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검사의 처분은 ①기소 ②불기소 ③이송으로 나뉘는데, 이 중 기소와 불기소 처분에 대해 살펴보자.

우선 기소의 종류에는 ‘구공판’과 ‘구약식’이 있다. 구공판은 피의사실 또는 범죄사실이 중대한 경우 검사가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드라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재판에 회부되는 것이다. 한편 ‘구약식’은 피의사실 또는 범죄사실이 인정되지만 그 사실이 경미하여 벌금형이 예상되는 경우 정식재판과 달리 피고인을 출석시키지 않고 약식명령을 구하는 재판이다. 서면으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을 받은 경우 벌금 통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약식명령을 받더라도 자신은 죄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벌금이 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불기소처분의 종류를 살펴보면, ①혐의없음 ②기소유예 ③죄가안됨 ④공소권없음 ⑤각하 ⑥기소중지 ⑦참고인중지 ⑧공소보류가 있다.

우선 혐의없음 처분은, 재판으로 치면 ‘무죄’ 판결과 비슷한 처분이다. 즉 진범이 밝혀지거나 피의자의 알리바이가 성립되는 경우처럼 피의사실이 명백히 인정되지 않거나 증거가 부족하여 유죄 판결을 받기에는 부족한 경우에 이루어진다.

다음으로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피의자의 나이나 전과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검사가 재량으로 기소를 하지 않는 처분이다.

지금까지 어떠한 범죄도 저지른 적이 없는 사람이 돈이 없어 며칠을 굶다가 마트에서 빵을 훔친 경우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포토]

지금까지 어떠한 범죄도 저지른 적이 없는 사람이 돈이 없어 며칠을 굶다가 마트에서 빵을 훔친 경우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포토]

예를 들어, 지금까지 어떠한 범죄도 저지른 적이 없는 사람이 돈이 없어 며칠을 굶다가 마트에서 빵을 훔친 경우와 같이 전과도 없고, 앞으로도 같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경우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어떤 죄를 저지른 사람이 수사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의 선처가 바로 기소유예 처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수많은 범죄를 처리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피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기소유예 처분이 이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기소가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비록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자신의 사정을 수사기관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좋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약식명령이든 정식재판이든 기소가 되어 벌금형이라도 확정되는 경우에는 전과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기소유예와 벌금형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죄가안됨 처분은 행위 자체만 놓고 보면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방위 또는 만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의 행위처럼 위법성이 없거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이루어진다.

공소권없음 처분은 모욕죄처럼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인 친고죄에 해당함에도 고소가 없거나 고소가 취소된 경우, 명예훼손죄처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범죄인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형이 면제되는 경우 등 공소를 제기하기 위한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였거나 필요적 형면제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행하여진다. 이처럼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서는 합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유명인이 악플러를 고소하면서 절대 합의해 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각하는 고소·고발 사건에 한해 이루어지는 불기소처분인데, 단순한 채무불이행과 같이 고소·고발 자체에 의하더라도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처럼 기소를 위한 수사의 필요성이 더 이상 없다고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 이루어진다.

기소중지와 참고인중지는 수사를 일시적으로 중지할 뿐 수사를 종결하는 처분은 아니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보통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에 이루어지고, 참고인중지는 참고인이나 고소인 또는 고발인의 소재를 알 수 없어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에 행하여진다.

공소보류는 기소유예와 비슷한 처분인데,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시민은 받을 일이 거의 없는 처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단 한 번도 경찰서나 검찰청에 가 본 적 없는 사람도 뜻하지 않게 형사사건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 [사진 검찰청]

단 한 번도 경찰서나 검찰청에 가 본 적 없는 사람도 뜻하지 않게 형사사건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 [사진 검찰청]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250만3478건이 접수되었고, 그중 29.6%인 69만9111건은 기소, 58.5%인 138만1922건은 불기소 처분되었다.

평생 살면서 단 한 번도 경찰서나 검찰청에 가 본 적 없는 사람도 뜻하지 않게 형사사건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

부득이 고소나 고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통계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듯이 고소·고발 사건 중 기소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고, 고소·고발 전 증거를 최대한 수집하여 사건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특히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갑자기 고소나 고발을 당하는 등 전혀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되어 수사를 받게 되면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무턱대고 혐의를 부인하는 것도 문제지만, 법을 잘 모른다고 생각해서 적절한 해명도 하지 않은 채 자포자기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우선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한 뒤 혐의를 부인할 것인지, 피해자와 합의를 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인정하고 최대한의 선처를 구할 것인지 등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 하나를 소개한다. 2020년 8월 5일부터 일명 ‘전자보석’제도가 시행된다. 즉 전자장치부착법이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보석조건으로 피고인에게 전자장치 부착을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전자보석에서 사용되는 전자장치는 손목시계 형태로 착용하면 된다는 점에서 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부착하는 전자발찌와는 다르다.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본인은 물론 가족 역시도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전자보석 제도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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