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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청와대 일괄사표..메시지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여론은 비아냥 일색..따질건 따져야 #민심수습용 국면전환용..이해안된다 #

문재인 대통령과 비서실 사람들. 문 대통령 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이공주 과학기술보좌관, 이호승 경제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주영훈 경호처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이들 중 7일 일괄사표낸 사람은 노영민 강기정 김조원 윤도한 김외숙 김거성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비서실 사람들. 문 대통령 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이공주 과학기술보좌관, 이호승 경제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주영훈 경호처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이들 중 7일 일괄사표낸 사람은 노영민 강기정 김조원 윤도한 김외숙 김거성 [연합뉴스]

1.
청와대 비서실장과 휘하 5명의 수석 전원이 갑자기 일괄사표를 냈습니다. 비아냥이 쏟아졌습니다.

‘아파트 팔기 싫어서 사표 냈다’
‘돈은 영원하지만 권력은 유한하다’등등.

최근 청와대 비서실 수석들이 ‘다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약속을 못지키면서 욕을 먹어왔습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런 비아냥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입니다.

2.
이런 감정적 비아냥보다 ‘과연 일괄사표가 맞는가’를 이성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맞지않습니다. 갑작스런 일괄사표를 발표하는 현장에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합니다.

Q (기자) 일괄사표 이유는?
A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는 것.
Q 부동산 비판여론을 말하는가?
A 노영민 실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Q 노실장이 ‘같이 사퇴하자’고 권고한 것인가?
A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3.
‘인사는 만사’라고 합니다. 인사가 제일 중요하다는 뜻이죠. 특히 공무원의 경우 인사는 결정적입니다. 자리에 따라 권한이 천양지차인데, 모두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청와대 수석 인사는 더더욱 중요하죠. 인사 자체가 국민에 메시지 던지는 행위니까요. 그런데 이번 일괄사표엔 메시지가 없습니다.

4.
뭔지 모르지만 책임을 지기위해 다같이 사표를 낸다.. 뭔가 고리타분합니다. 인사의 원칙은 신상필벌(공을 세운 사람에게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사람에게 벌을 준다)입니다. 잘못한 사람에게만 분명한 책임을 지워야 맞습니다. 뭔지 불투명한 가운데 단체로 벌을 청한다는 모습이 케케묵은 집단주의 같습니다.

5.
메시지가 불투명한 속사정은 이해가 됩니다. 부동산정책이 잘못됐다면 정책담당자를 문책해야 맞겠죠. 그런데 청와대 정책실과 해당부처 장관은 멀쩡하니 부동산정책 탓이라 할 수 없네요. 정책이 잘못됐다고 인정하기 싫은가 봅니다.

만약 ‘다주택 처분하라’는 지시를 못따른 게 문제라면 해당 수석만 사표 내면 됩니다. 그런데 원래 1주택자인 수석과 집 두 채를 모두 팔아버린 비서실장도 같이 사표를 냈습니다.
처음부터 ‘집을 팔아라’는 비서실장의 지시는 무리수였습니다.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에 해당됩니다. 그러니 이를 이유로 사람을 자른다는 것 역시 말이 안됩니다.

6.
높은 지위의 정치인들은 대개 나이가 많고 정치역정이 길게 마련인데, 직접 만나보면 정신적으로 매우 늙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대개 자신이 정치를 시작하던 수십년전 감각과 판단력을 고집합니다. 통상 국회의원이 된 이후엔 낡은 정치시스템 속에서 늙은 선거꾼들과 어울려 안주하기 때문입니다.
일괄사표 행위에 대해 ‘국면전환용’이니 ‘민심수습용’이니..괜한 정치적 해석을 붙이는 것도 구태의연합니다. 해방 이후 반복돼온 구정치의 언어들입니다. 요즘 누가 이런 말을 믿을까요. 젊은이들은 이런 단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7.
좀 나아진 정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잘못에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주면 됩니다. 아무리 정무직이지만 그들의 재산권이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주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경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를 때 자르더라도 모양은 갖추자는 겁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