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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승진의견 일절 반영 안됐다…추미애 그냥 물어본 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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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7일 검사장급 인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검찰청 참모들이 모조리 물갈이됐다. 윤 총장이 검사장 승진 추천 의견을 낸 이들은 아무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7개월 만에 또 전원 교체  

이날 인사로 대검 내 주요 보직 부장 중 이정수(사법연수원 26기) 기획조정부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장급 이상 부장은 모두 교체됐다. 이른바 ‘1·8대학살’ 인사에 이어 다시 한 번 대검 참모진이 싸그리 바뀐 것이다.

우선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검 내 2인자인 차장 자리에는 추 장관을 보좌하던 조남관(24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부임한다.

조남관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 [뉴스1]

조남관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 [뉴스1]

대검 형사부장에는 이종근(28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가, 공공수사부장에는 이정현(27기) 중앙지검 1차장, 반부패‧강력부장에는 신성식(27기) 중앙지검 3차장이 임명됐다. 과학수사부장에는 이철희(27기)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이, 공판송무부장에는 고경순(28기) 서부지검 차장검사이 부임한다.

이들 중 대다수는 문재인 정부와의 접점이 뚜렷하다. 조남관 검찰국장은 2006년 4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특별감찰반장을 맡았다. 지난 2017년에는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에서 기조부장에 유임된 이정수 당시 검사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이력도 있다.

이종근 차장검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과제를 수행할 장관 직속기구인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으로 일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이었고,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에도 몸담았다.

이정현 차장검사는 검사끼리 물리력을 행사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빚어졌던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수사’ 사건의 지휘부였다. 신성식 차장검사도 이 수사에 법률적 조언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이와 관련해 ‘KBS 오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고경순 차장검사는 추 장관과 같은 한양대 법대 동문이다.

檢 내부 “정권 수사 꽉 막혔다”부글부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윤 총장이 승진 의견을 낸 인사들은 누구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는 윤 총장에게 검사장 인사를 물었다. 지난 1월 인사 때 ‘총장 패싱’이라며 검찰청법 위반 논란이 빚어졌던 사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됐다. 결과적으로 요식 행위에 그친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인사 참사’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한 차장검사는 “이런 막가파식 인사, 줄세우기식 인사는 처음 본다”며 “정권 입맛에 맞게 일하는 사람만 승진하고 출세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또 다른 검사도 “주요 자리마다 정권 말 들을 사람을 앉혔다”며 “검찰의 손과 발을 꼭꼭 묶어버린 것”이라고 분개했다.

현 정권이 검찰을 인사권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예견된 신호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1년 문 대통령이 김인회 교수와 함께 쓴 『검찰을 생각한다』 에는 “검찰의 인사는 검사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이고 법무부 장관이 검찰행정과 검찰개혁을 추진하는데 매우 중요한 무기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루쉰의 말을 빌려 “(검찰 개혁을 두고) 물에 빠진 개가 주인을 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끝까지 패야했던 것은 아닐까”라고 쓰기도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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