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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의 채널A사건 보도 논란, 적극적인 추적취재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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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28일 열린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에선 7월 한 달간 지면과 온라인에 보도된 기사들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을 포함한 12명의 위원들은 매 기사마다 꼼꼼한 분석과 날카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회의에는 김현기 편집국장과 차세현 국제외교안보디렉터도 참석했다.

김우식 위원장(KAIST 이사장)
정부의 고집스러운 탈원전 정책
경제·안보적 문제 계속 다뤄주길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박원순 비해 초라한 백선엽 추모
원로 경시 풍토 더 지적했어야

금태섭 변호사
여당 내 ‘박원순 사태’ 다른 목소리
적극 끄집어내지 못한 게 아쉬워 

지난 28일 중앙일보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독자위원회. 가운데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호인, 양인집, 김은미, 김동조, 나동현(대도서관), 우정엽, 김소연, 민영, 금태섭, 전병율 위원 및 김현기 편집국장.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임유진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최정동 기자

지난 28일 중앙일보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독자위원회. 가운데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호인, 양인집, 김은미, 김동조, 나동현(대도서관), 우정엽, 김소연, 민영, 금태섭, 전병율 위원 및 김현기 편집국장.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임유진 위원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다. 최정동 기자

▶민영 고려대 교수=16일자 1면 ‘피해자 다시 때리는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에서 중앙일보가 왜 ‘피해자’란 표현을 쓰는지 밝혔다. 호명이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는지 잘 보여줬고, 중앙일보가 중심을 잡았다. ‘피해자’란 표현을 쓰기로 공표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저도 그 설명을 보고 반가웠다. 어떤 표현을 쓰느냐에 따라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걸 보면서 중앙일보 독자위원인 것이 자랑스러웠다.

▶김소연 뉴닉 대표=젊은 세대 입장에선 중앙일보가 독자와 대화하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론이 호칭을 정할 때는 그 이유를 잘 설명하지 않는다. 먼저 불러놓고 그대로 따라오라는 식이다. 하지만 이번엔 상세히 설명하면서 독자의 신뢰도를 높였다. 언론과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민영=그러나 13일자 디지털 ‘이순신도 관노와 잠자리, 미투 그녀는 홀로 떨고 있다’ 기사의 내용은 좋았지만 자극적 제목으로 2차 가해를 증폭시켰다. 또 같은 날 디지털 ‘박원순 성추행 장소는 침실…리모델링 후 비서만 알고 있었다’도 제목이 지나치다. 아무리 디지털이라도 독자들은 지면과 구분해서 읽지 않는다. 이런 평판이 모여 중앙일보 전체의 브랜드가 된다.

▶김소연=‘이순신 관노’ 기사의 내용은 좋다. 2030세대가 이 문제에 공분한 이유를 잘 짚었다. 고인에 대한 애도가 어떤 메시지를 덮고 있는지 직접적이지만 감정적이지 않게 잘 표현했다. 또 이번 사태에서 중앙일보가 사건 직후부터 사설(11일자 ‘죽음 안타깝지만 진실을 덮어서도 안 된다’)을 통해 진상규명의 필요성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독자로서 매우 통쾌했다.

▶금태섭 변호사=개인적 경험부터 말씀드리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판결 때 당시 출입기자들이 계속 전화해 ‘민주당이 어떻게 논평도 하나 안 내느냐’며 계속 다그쳤다. 그 덕분에 페이스북에 반성 글을 올리고 판결을 비판하는 언론 인터뷰를 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때도 분명 민주당 안에 다른 목소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끄집어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양인집 어니컴 대표=10일자 경제 3면 ‘중국 폰 미움 받는 사이, LG폰 인도서 판매 10배 급증’ 기사의 제목은 오해를 부추긴다. 판매량 증가는 단순히 반사이익만으로 되지 않는다. 애플, 소니 등 많은 경쟁업체를 제칠 때는 그만큼 다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는 오랫동안 공들여 인도를 집중공략 했다. 마치 LG가 어부지리 한 것처럼 제목을 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기획본부장=중앙선데이 18일자 2면 ‘폼페이오 대선 전 북·미 회담 기대 안 해…일각선 가을 방콕서 만날 수도’ 기사는 해리 카자니스 미 국가이익연구소(CNI) 한국국장의 말을 인용해 방콕 회담 가능성을 보도했다. 그러나 ‘일각’이란 표현을 썼으면 취재원이 1명보다는 많아야 하지 않을까. 워싱턴 정가에서 비슷한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있는 게 아니라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성차별 논란 뒤집어진 미 의회’
단순 인용만 해 사건 실체 겉핥기

김소연 뉴닉 대표
피해자로 부르는 이유 상세히 설명
독자와 대화하는 모습 보여줘

김은미 서울대 교수
피해자로 표현 하겠다는 선언
보는 순간 반갑고 자랑스러워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24일자 디지털 ‘성차별 논란 뒤집어진 미 의회’ 기사는 30세의 여성 의원이 60대 남성 의원으로부터 성차별 발언을 들었다는 내용이다. 피해 의원이 사실을 폭로했고 16명의 동료 의원들이 지지연설을 했다. 한국의 상황과 대비돼 매우 의미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중앙일보 기사에선 이런 내용이 모두 빠졌다. 사건의 실체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단순히 외신만 인용 보도한 것 같아 아쉬웠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6일자 1·4·5면 ‘2020 한국인의 정체성’ 기획은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잘 짚었다. 다만 3개면에 펼쳐 다룬 기획치고는 특별한 분석 없이 조사 결과만 나열해 아쉬웠다. 중요한 논점을 바탕으로 인사이트 있는 심층 분석을 했더라면 더욱 좋은 기획이었을 것이다.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비슷한 시기의 ‘서울시장(葬)’과 달리 백선엽 장군의 장례식은 초라했다. 다른 나라는 훌륭한 군인을 국가원수까지 나서 직접 챙기는데 우리는 원로를 대하는 데 소홀하다. 그 결과 존경할만한 어른이 생기지 않는다. ‘서울시장’과 비교가 많이 됐는데, 전통과 권위를 가진 중앙일보가 그런 목소리를 더 많이 내지 못해 아쉬웠다.

▶김은미=SNS에서 진중권씨 같은 유명인사의 말이 화제가 되고 기사화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언론 환경과 다르다. 독자들이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전에는 어떻게든 빨리 정보를 알리는 게 중요했지만, 이젠 어떨 때 침묵하고 이슈를 증폭하지 않을지도 알아야 한다. 다른 언론과 비교해 중앙일보만의 품격을 보였으면 좋겠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1일자 27면 ‘사망 0명, 인구 1억 베트남 코로나 극복 비결’ 기사로 방역 모범국인 베트남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같은 날 14면 ‘병상이 딱 하나면 90세·25세·3세 중 누구에게’ 기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제기될 수 있는 철학적 문제를 잘 짚었다. 방역을 확대하면서 드러난 사생활 보호나 국가의 통제 문제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고민해볼 수 있었다.

나동현 크리에이터(대도서관)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 확 바꿔야
기자만 할 수 있는 콘텐트로 승부

민영 고려대 교수
디지털 지나치게 자극적인 제목
독자는 지면과 구분 못해 평판 해쳐

양인집 어니컴 대표
‘LG폰 인도서 판매 10배 급증’ 기사
중국 부진 어부지리 측면만 부각 

▶김우식=3일자 경제 3면 ‘탈원전 비용 결국 전기료서 부담… 3년도 못간 거짓 약속’ 기사는 ‘탈원전’ 문제를 잘 다뤘다. 그 동안 대통령을 만나면서 3차례나 ‘탈원전’ 대신 ‘단계적 에너지 전환’이란 표현을 써달라고 했다. 정부의 고집스런 ‘탈원전’ 정책은 문제가 크다. 카이스트 대학원 핵공학과에 한 명도 안 온다. 에너지는 경제뿐 아니라 안보적 측면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중앙일보가 이 부분을 지속적으로 다뤄줬으면 한다.

▶임유진=6일자 2면 ‘토지규제 푼 독일 임대주택 늘린 영국, 공급이 답이다’ 기사와 7일자 5면 ‘김현미, 경제학과 싸우고 있다’ 기사는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한국 정부는 수요를 줄이려다 결과적으로는 공급까지 규제하면서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와 이론을 들어 지적했다.

▶양인집=저도 그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다. 주무부처 장관이 경제학 원론도 모르냐는 식으로 점잖게 비판했다. 부동산도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곡선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부분을 인정하지 않고 자꾸 증세로만 해결하려니 안 된다. 정책의 문제점과 시민의 반응을 연이어 잘 분석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기획본부장
한 사람 발언 인용하면서 ‘일각’
동조자 더 없다면 오해만 불러

임유진 강원대 교수
‘토지규제 푼 독일, 임대 늘린 영국’
실제 사례 들어 공급 중요성 강조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
‘병상 하나면 90·25·3세 누구에게’
코로나 속 철학적 문제 잘 짚어 

▶강호인=‘포스트 홍콩’ 기획은 7명의 기자가 협업해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모처럼 밖으로 눈을 돌리고 미래를 볼 수 있는 기사였다. 다만 국내에도 한국을 금융 중심지로 만들려는 여러 단체가 있는데 그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좋았을 것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자유구역이나 동북아 금융허브 중심지 같은 논의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는지 되짚어 보고 대안을 찾는 기획도 필요하다.

▶김우식=7일자 31면 ‘다윗의 무기는 신기술뿐이다’ 칼럼은 명쾌하게 새로운 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은 국가의 생사를 좌우하는 문제인 만큼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울러 중앙일보엔 서소문포럼, 시시각각, 중앙시평 등 다양한 칼럼이 있는데, 다만 그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칼럼 간의 정체성이 뚜렷하면 좋겠다.

▶금태섭=채널A 사건과 관련 MBC, KBS의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SNS에서 진중권씨 등이 계속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녹취록이 공개되며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 사안은 누가 보더라도 충분히 의심이 들 만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자체적인 추적 취재를 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동현 크리에이터=중앙일보 유튜브 채널을 바꿨으면 좋겠다. 유튜버들을 따라하지 말고 기자가 잘 하는 것을 해야 한다. 취재 이면의 뒷이야기나 심층 분석 등 언론만이 할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좌 아니면 우’ 식의 진영 논리로 가는 것은 맞지 않다. 장기적으로 2030도 끌어안을 수 있는 ‘신뢰의 유튜브’ 채널이 됐으면 한다.

정리=윤석만 사회에디터, 도움=김소영 인턴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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