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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홍콩독립’ 쓴 10대들 보안법 위반 체포…들끓는 홍콩

중앙일보

입력

중앙인민정부 홍콩주재 국가안보공서가 30일(현지시간) SNS상에 독립을 주장한 10대들 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중앙인민정부 홍콩주재 국가안보공서가 30일(현지시간) SNS상에 독립을 주장한 10대들 4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SNS에 ‘홍콩 독립’ 관련 게시물을 올린 홍콩 학생 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해산한 학생단체 ‘스튜던트로컬리즘(Studentlocalism)’ 소속 토니 정(19)을 비롯한 학생 4명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홍콩보안법 전담부서인 ‘중앙인민정부 홍콩주재 국가안보공서’(홍콩안보서)는 이날 16~21세의 학생들을 ‘분리독립에 관한 내용을 게재하고, 분리독립을 위해 사람들을 선동하고 교사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이 보안법 제정 이래 홍콩안보서가 행동에 나선 최초의 사례라고 보도했다.

홍콩안보서는 이들이 독립을 지지하는 새 정당을 만들겠다는 선언을 SNS에 올려 이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단체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홍콩안보서는 체포 과정에서 이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각종 파일도 함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스튜던트로컬리즘 측은 홍콩보안법이 발효된 지난 1일 전에 활동을 종료했으며, 일부 구성원들만 해외에서 활동을 계속했다고 반박했다. 홍콩 시민사회단체들도 중국 당국이 홍콩의 정치적 자유를 탄압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세계적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 중국 지부 책임자 소피 리차드슨은 “(이번 사건은) 보안법이라는 가혹한 법률에 대한 중대한 오용”이라면서 “(당국이) 국가안보를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이견을 잠재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안팎의 정치학자들도 가세했다. 빅토리아 후이 미국 노터데임 대학 정치학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체포는 홍콩보안법이 이루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보여준다. 바로 발언의 자유를 범죄화하는 것”이라며 “홍콩보안법은 단순히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금지된 ‘홍콩 독립’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모든 활동에 적용된다”고 비판했다.

케네스 챈 홍콩침회대 정치학 교수도 “이번 사건은 홍콩보안서가 홍콩 내에서 일종의 ‘접근 금지 구역’을 설정하려 하는 의도를 명백히 보여준다”면서 “이는 나라가 안팎으로 국가의 적들에 의해 전복될 것이라고 상상하는 협소한 사고방식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홍콩보안법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ㆍ처벌한다. 시행 첫날 ‘홍콩 독립’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집회 참가자 등 10여명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고, 지난 8일에는 학교 내에서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는 것이 금지됐다. 지난 13일에는 총선 전 당내 경선 격인 홍콩 민주파 입법회의원 예비선거가 불법으로 규정됐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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