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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된 '아시아나 인수'…금호 "2500억 몰취" 예고, 현산 “금호가 계약 위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계약해제 책임을 묻는 공방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계약해제 책임을 묻는 공방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2조5000억원 상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빅딜’이 계약해제 책임을 묻는 난타전으로 변질하고 있다. 아시아나를 파는 금호산업은 ‘계약을 종결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며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을 압박했다. 현산은 ‘금호 측은 계약해제에 대한 권한이 없다’며 맞섰다. 또 인수상황 점검 없이는 계약을 마무리할 수 없다며 재실사를 거듭 촉구했다.

현산은 30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재실사 요구를 묵살한 채 29일 오전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현산이 재실사로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고 본다. 계약서상 선행조건이 마무리됐는데도 계약을 종결하지 않으면 계약해제와 위약금 몰취로 지체 책임을 물겠다는 것이다. 위약금은 계약금 2500억원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현산은 선행조건 미충족 등으로 인수계약을 위반한 것은 금호산업이라고 반박했다.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4조5000억원으로 부채가 늘고 당기순손실이 급증한 점, 매수인 사전 동의 없는 추가차입,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지원 등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재실사도 다시 요청했다. 재실사는 계약금을 반환받기 위한 구실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현산 측은 “일부 억측처럼 계약금 반환을 위해 (재실사를 요청했다면) 지금이라도 매도인의 선행조건 미충족 등 계약 위반을 문제 삼아 계약 해제를 선언한 후 반환 절차를 밟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호산업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금호산업 측은 "이미 영업·재무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며 "현산이 사실을 왜곡하고 거래 종결을 회피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 모두 여지는 남겼다. 현산 측은 투명하고 공개적인 재실사를 위해 채권단의 참관 혹은 공동실사를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계약 당사자 간 정확한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호산업도 현산이 인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아시아나 항공 인수 이후 경영을 위한 협의에는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현산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27일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3228억원에 매입하며 경영권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2조17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2조5000억원 인수 ‘빅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생으로 항공산업 경영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7개월째 제자리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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