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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MVP 허훈, 유튜브 열중인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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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프로농구 KT 허훈이 26일 골프 스튜디오에서 유튜브용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프로농구 KT 허훈이 26일 골프 스튜디오에서 유튜브용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골프 스튜디오. 프로농구 부산 KT 가드 허훈(25)이 농구공 대신 골프채를 잡았다. 허훈은 박대성 골프 프로한테 1대1로 레슨을 받았다. 궁금한 점, 잘 안되는 점 등을 물어보면서 스윙과 퍼팅 등을 배웠다. 허훈은 “배운지 두 달밖에 안 된 초보다. 아빠와 비교하면 실력이 턱도 없다”며 웃었다.

형 허웅과 ‘코삼부자’ 채널 운영 #예능서도 부친 허재 못잖은 입담 #구단 홍보 위해 미디어에 적극 출연 #“팀 우승 이끌고 MVP 2연패 할 것”

영상 촬영 카메라 한 대가 허훈을 졸졸 따라다녔다. 허훈은 요즘 형 허웅(28·원주 DB)과 함께 유튜브 채널 ‘코삼부자’를 운영 중이다. 지난달 30일 오픈했다. 채널명은 ‘농구대통령’ 허재(58) 전 국가대표팀 감독, 허웅, 허훈까지 삼부자 모두 코가 크다는 점에 착안해 붙였다.

쉬는 주말에는짬을 내 유튜용 영상을 찍는 허훈. 김성룡 기자

쉬는 주말에는짬을 내 유튜용 영상을 찍는 허훈. 김성룡 기자

허훈은 주 중에는 수원 올레빅토리움에서 팀 훈련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쉬는 주말에는 짬을 내 유튜브용 영상을 찍는다. 유튜브에는 형제가 운동(스트레칭, 기술훈련) 영상을 주로 올렸다. 제작에 참고하려고 가끔 아버지가 나온 옛 영상도 찾아본다. 허훈은 20년 전 허재 영상을 본 뒤 “배우 정해인을 닮았다. 눈도, 입도, 코도 크고 잘 생겼다”고 말했다. 겸연쩍은지 말해놓고는 웃었다.

허웅과 허훈 형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영상 첫 화면. [사진 코삼부자 유튜브]

허웅과 허훈 형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영상 첫 화면. [사진 코삼부자 유튜브]

요즘 허훈은 TV 예능프로그램의 블루칩이다. 방송에서 아버지 못지않게 입담을 뽐낸다. 22일에는 이름이 실시간 검색에 상위에 올랐다. 출연했던 ‘라디오스타’가 방송되면서다. 허훈은 방송에서 “아버지는 (내 기록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고 자랑했다. 특히 지난 시즌 9연속 3점슛 성공, 한 경기 20점-20어시스트 등 허재가 못해본 기록을 뽐냈다. 허훈은 5월에는 아버지와 ‘뭉쳐야 찬다’에 동반 출연해 축구 실력을 뽐냈다. 조만간 ‘정글의 법칙’에도 부자가 동반 출연한다.

허훈은 지난 시즌 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다. 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연봉이 지난해보다 126% 오른 3억4000만원이다. 허훈은 스포츠용품사와 구단 모기업인 KT의 서비스 광고에도 출연했다. 허훈은 “유튜브나 미디어에 노출되면 구단 홍보에도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대성 골프 프로는 초보 골퍼 허훈을 친절하게 지도해줬다. 김성룡 기자

박대성 골프 프로는 초보 골퍼 허훈을 친절하게 지도해줬다. 김성룡 기자

예능 출연도, 유튜브도 열심히 하는 데는 허훈 나름의 이유가 있다. 농구 인기가 되살아나기를 꿈꾼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다는 아버지 세대 얘기를 들으면 부럽다. 사람들은 그 시절에는 스타가 많았는데 요즘은 없다고 한다.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뭐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다.

허훈은 “아버지는 현역 선수인 우리가 유튜브 등을 하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그런데 나는 농구에 지장을 주지 않은 선에서 예능도 유튜브도 얼마든지 하려고 한다. 옛날에는 농구가 인기 스포츠였고, 아버지도 유명했다. 농구 인기도 되살리고, 나도 최고 스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MVP 허훈과 아버지 허재. [중앙포토]

지난 시즌 프로농구 MVP 허훈과 아버지 허재. [중앙포토]

요즘 허재는 많은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래서 아들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출연하지 못했다. 허훈은 “바쁘셔서 얼굴 본 지도 오래됐다. 유튜브 이름이 ‘코삼부자’인데, 코 하나가 빠져서 요즘 ‘코이부자’다. 조만간 아버지랑 불낙을 먹으면서 토크를 해봐야겠다”고 예고했다. 불낙(불고기+낙지)은 허재가 감독 시절 항의 과정에서 ‘블록’을 잘못 발음해 그의 상징처럼 된 음식이다.

지난 시즌 허훈은 MVP였지만, 팀은 6위에 그쳤다. 다음 시즌 마치고 입대 가능성이 큰 허훈은 “팀부터 우승으로 이끌고, MVP도 2연패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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