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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탈북민 20대 '월북 첩보' 입수했지만 끝내 월북 못 막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9일경 재입북 한 것으로 알려진 20대 남성 탈북자 김 모 씨가 거주했던 아파트. 김포 = 문희철 기자

지난 19일경 재입북 한 것으로 알려진 20대 남성 탈북자 김 모 씨가 거주했던 아파트. 김포 = 문희철 기자

월북한 것으로 알려진 20대 남성 탈북자 김모씨는 최근까지 김포시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김포경찰서는 김씨로 추정되는 한 탈북자를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출국 금지 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탈북자가 월북을 준비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소재파악에 실패하고 월북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북 추정 20대 살던 아파트 가보니

우편함에 우편물 도착 안내서 스티커  

26일 오후 김씨가 살던 김포 한 아파트의 우편함에는 찾아가지 않은 우편물이 보였다. 우편함 한쪽에는 법무부 장관이 발송한 ‘우편물 도착 안내서’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김포우체국 소속 우체부가 지난 24일 방문했다가 부재 중임을 확인하고 붙인 스티커였다. 또 남북하나재단에서 격월로 발간하는 '동포사랑'도 눈에 띄었다.

재입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 씨가 거주했던 아파트 대문 앞. 김포 = 문희철 기자

재입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 씨가 거주했던 아파트 대문 앞. 김포 = 문희철 기자

김씨가 거주하던 아파트 주민들은 뉴스를 통해 한 탈북자가 월북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김씨가 그 당사자라는 사실에는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한 주민은 “예쁘장하게 생긴 사람이었는데 믿기 어렵다”고 했고, 다른 주민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접촉했다던데 우리도 감염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숫기 없고 말수 없는 젊은 총각" 

주민들은 김씨를 "숫기 없고 말수가 없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김씨와 같은 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혼자 사는 총각이 안쓰러워 반찬이라도 주려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김 씨가) 거의 대답하지 않고 배시시 웃기만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나이 많은 사람을 보면 인사를 해야 하는데 김씨는 인사를 할 줄 몰랐다”며 “직장이 평택에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고 기억했다.

한 달 전쯤 외부인 이틀간 머물러  

주민들에 따르면 조용하던 김씨의 집에 최근 몇 차례 작은 소동이 있었다고 한다. 한 달 쯤 전 한 여성이 유아 2명을 데리고 김씨의 집에서 이틀간 머물렀는데 주민들 물음에 김씨는 “누나가 부부싸움을 해서 자녀들을 데리고 잠시 우리 집에 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3일 뒤 김씨는 사과박스 3~4개 분량의 짐을 버렸다. 그가 짐을 처분할 때 엘리베이터에 동승했다는 주민은 “박스 중 한 개에 구두·슬리퍼·샌들 등 신발로 가득 차 있었다”며 “박스 위에 올려진 검정색 구두가 거의 새 신발이라서 ‘멀쩡한 걸 왜 버리느냐’고 물었더니, 그 양반이 ‘그냥 안 신어서요’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 이후 김씨를 봤다는 주민이 없었다.

김 씨가 살던 집 대문에 붙어 있는 ‘우편물 도착 안내서.’ 법무부 장관이 발송했다. 김포 = 문희철 기자

김 씨가 살던 집 대문에 붙어 있는 ‘우편물 도착 안내서.’ 법무부 장관이 발송했다. 김포 = 문희철 기자

김포서, "성폭행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 

김포경찰서는 최근 김씨로 추정되는 20대 탈북자를 성폭행 혐의로 조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한 여성이 지난달 중순 김포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해, 20대 탈북자를 성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경찰은 피의자가 피해 여성을 협박한다는 첩보를 받고 구속영장을 신청해 지난 21일 발부받았다.

김포서 관계자는 "이 20대가 성폭행과 피해 여성 협박 혐의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월북을 준비한다는 첩보까지 들어와 추가로 출국 금지 조치를 했다"며 "하지만 이후 피의자와 연락이 끊겨 소재를 파악하던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대 월북자의 지인이라고 밝힌 탈북자 출신의 김진아씨는(유튜브 개성아낙 운영자) "지난 18일 김포경찰서에 김씨가 "튈 것 같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진아씨가 18일 112로 전화해 본인의 차를 탈북자 20대 남성이 갖고 가 돌려주지 않는다며 차량절도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진아씨가 같은 날 절도신고와 별개로 신변보호 경찰관에게 카카오톡으로 탈북자 김씨가 해외로 나갈 것 같다는 문자를 보냈지만 월북 얘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월북한 김씨는 남한으로 넘어올 때 이용했던 북한~강화 교동도~김포 경로를 거꾸로 다시 헤엄쳐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돼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경찰의 대응에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김포서 관계자는 "탈북민 김모씨를 성폭행 혐의로 입건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우리가 수사한 탈북민이 월북한 남성인지는 현재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포=문희철·최모란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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