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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HDC현산 “8월부터 석달간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

중앙일보

입력

현대산업개발이 다음달 중순부터 석달간 아시아나항공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제안했다. 연합뉴스.

현대산업개발이 다음달 중순부터 석달간 아시아나항공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제안했다.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오랜 침묵을 깨고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청했다. 지난달 25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전격 회동한 지 한 달 만이다. 현산은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고 재실사로 인수상황을 재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아시아나항공 및 자회사들에 대한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하는 공문을 지난 24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최근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인수를 마무리할 것을 요구한 것에 따른 답변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인수를 확실하게 결정하면 매각 조건을 완화해주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현산은 여전히 ‘원점 재점검’을 요구해 양쪽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산 측은 “인수계약 당시 제시한 상황과 실제 상황과의 차이에 대한 적절한 재점검이 이뤄져야만 인수조건 재협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재실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4조5000억원으로 부채가 늘고 당기순손실이 급증한 점, 매수인 사전 동의 없는 추가차입,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지원 등을 꼽았다. 아시아나항공의 정확한 재무상태를 확인해야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현산의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사항은 이미 지난달 9일 장문의 보도자료를 통해 언급한 내용이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19로 인수가치가 훼손돼 원점에서 인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한 주장을 재실사 요구로 구체화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둘러싼 현산과 금호산업 간의 협상에 잡음도 커지고 있다. 현산은 “최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약상 아무런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거래종결일을 지정해 통보했다”며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인수합병의 원인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이다.

현산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27일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3228억원에 매입하며 경영권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2조177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2조5000억원 인수 ‘빅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생 등으로 7개월째 제자리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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