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콩 탈출 자본, 매력 떨어지는 한국으로 가지 않을 것"

중앙일보

입력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의 쓴소리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홍콩을 탈출한 자본이 매력이 떨어지는 한국으로 향하진 않을 것 같다.”

신장섭(58)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0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 교수는 “한국은 싱가포르와 비교해 정책 안정성이 떨어지고, 기업을 지원하는 분위기도 약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외국 기업이 한국으로 향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인 신 교수는 1999년부터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해외 자본이 싱가포르를 찾은 이유는 뭔가.
“국제 금융을 할 수 있는 사회 및 문화적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 (싱가포르는) 기본적으로 양도세, 상속세, 증여세가 없으니까 부자들의 천국과 같은 환경이다. 정부 차원에서 당근도 준다. 글로벌 에셋 매니지먼트(자산관리) 회사에 테마섹 (싱가포르 국부펀드)과 같은 곳도 돈도 맡긴다. 싱가포르는 세계 대전 이후 줄곧 동남아 금융서비스 중심지였는데, 그 기능을 글로벌하게 넓혀 홍콩과 경쟁을 하게 된 거다.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싱가포르와 같이 국제금융센터가 발달한 곳이 없다.”
탈홍콩 자본이 싱가포르로 올 거라는 예측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는.
“화교가 정치와 경제 권력을 모두 쥐고 있는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 정도밖에 없다. 싱가포르가 화교 입장에서 보면 돈을 굴리기에 매력적이다. 홍콩은 주식과 채권이 많았고, 싱가포르는 오일 트레이딩과 외환거래가 강했다. 최근 싱가포르에선 자산관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홍콩에서 돈을 굴리던 사람들이 싱가포르로 돈을 가지고 올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
탈홍콩 자본의 한국행은 왜 부정적으로 보나.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홍콩에서 돈 굴리던 사람의 관점에서 한국이 매력적인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나라면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홍콩에 계속 머물던지 중국 베이징으로 옮겨갈 것 같다. 서울보단 베이징이 자본에 대한 규제가 더 적지 않을까.”
싱가포르가 외국인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뭔가.
“세계적인 금융 허브라는 점과 앞선 의료 시스템이 그 이유라고 본다.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는 한국보다 많지만 사망자는 더 적다.(※22일 기준으로 싱가포르 코로나19 사망자는 27명이다)”
한국 정부에 조언한다면.
“우선 한국이 강점이 있는 기업 금융에 대해서 해외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 부분에서도 규제가 많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이 정부 정책을 그대로 쫓아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건 연금사회주의다.”

관련기사

특별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