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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분 55초'의 반격…채널A의혹 기자·검사장, 녹음 전격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채널A 의혹에 연루된 전직 기자 측이 현직 검사장과의 대화 녹취록에 이어 녹음파일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 전문(全文)에서 일부 내용이 누락·축약됐다는 검찰 수사팀 입장을 전면 반박하기 위해서다.

채널A 의혹을 시민의 시각에서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개최가 이틀 남은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는 본격적인 ‘여론전’ 양상이 불거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前 채널A 기자·검사장, 음성 녹음 공개

이모 전 채널A 기자 측 변호인은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와의 지난 2월 부산에서 이뤄진 대화 녹음 파일 전체를 22일 공개했다. 전날 변호인은 당시 대화 녹취록을 전문 공개한 바 있다.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전날 녹취록 공개에 대해 일부 대화가 누락·축약되는 등 표현과 맥락이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에 대해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의도적으로 불리한 부분이 편집된 것은 아닌지 등의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녹음파일 공개 이유를 밝혔다.

녹음 파일은 25분55초 분량이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직접 (녹음 내용을) 푼 내용이다 보니 한두 단어 내지 문장이 잘 못 들린 게 있을 수 있으나 전체 녹음파일을 들으면 의도성도 없고,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바로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녹취록 전문에 빠져있던 부분은 일부 단어 외 이 전 기자가 당시 의혹이 불거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강연료 의혹과 관련해 언급하자 한 검사장은 “(유명인) 그런 사람이 와서 강연했다는 걸 밖에 홍보하는 게 주가조작사범”이라고 답한 부분 등이 있다.

변호인은 “녹음 파일을 직접 듣는다면 너무나 일상적인 기자와 검사 간의 비공개 환담인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녹음 파일 공개로 의혹은 불식될 것이다. 오히려 수사팀의 영장 범죄사실이 녹취록의 전체 취지를 반영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전 채널A 기자 이모씨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전 채널A 기자 이모씨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제보자 X·전직 기자 본격 여론전 양상

채널A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이른바 ‘제보자 X’ 지모씨의 변호를 맡은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두고 “아무리 봐도 중간중간 잘라먹은 느낌, 딱!!”이라고 글을 남겼다.

황 최고위원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비난 글을 올려왔다. 지난 3월에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은 뒤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는 글을 올렸고, 지씨는 이를 공유하며 “부숴봅시다”라고 한 바 있다.

이에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이날 황 최고위원에게 공개 질의했다. 본인을 변호사가 아닌 전직 검사로 표현하며 윤 총장과 한 검사장과 ‘한통속’이라고 한 황 최고위원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변호인은 ▶지씨가 이 전 기자와 만났을 당시 MBC 기자를 대동하고 ‘몰카’를 찍었는데 지씨가 그때도 겁을 먹었는지 ▶몰카 이후 이 전 기자 취재를 중단하지 않고 만남을 이어간 이유 ▶소셜미디어에 올린 ‘작전’이 무슨 의미인지 ▶이 전 기자가 ‘사실이 아니어도 좋다’고 했다는 허위 글의 출처가 맞는지 등을 황 최고위원에게 공개적으로 물었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수사심의위 D-2…“국민 시각이 중요”

수사팀은 의혹에 연루된 한 검사장을 전날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소환조사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의 취재 목적과 경과를 들은 뒤 “그런 건 해 볼 만하다”고 말한 것을 두고 공모 정황이 있다고 본다. 한 검사장 측은 당시 관련 언급이 10초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았고, 맥락 또한 다르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이 전 기자로부터 협박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신청에 따라 열리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는 오는 24일 열린다. 일각에서는 수사팀의 속도전과 장외 공방이 벌어지는 배경으로 수사심의위가 거론된다.

사회 각계 분야 시민들로 꾸려지는 수사심의위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있지만, 수사의 정당성 등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의혹만 무성한 상태에서 녹취록 공개나 관계자들의 여론전은 결국 수사심의위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국민의 시각에서 이 사건에 대해 내려지는 판단이 향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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