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닷새만에 180만 동원…“속편 만들면 좀비 호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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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영화 ‘부산행’의 좀비 창궐 4년 후를 그린 ‘반도’에선 이정현·이레(오른쪽부터) 등 여성 캐릭터들의 액션이 돋보인다. [사진 NEW]

영화 ‘부산행’의 좀비 창궐 4년 후를 그린 ‘반도’에선 이정현·이레(오른쪽부터) 등 여성 캐릭터들의 액션이 돋보인다. [사진 NEW]

좀비영화 ‘부산행’(2016)의 후속작 ‘반도’가 개봉 닷새 만에 18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국내에서 지난 주말 이틀 동안 95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과 동시에 개봉한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서도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염력’ 참패 날려버린 연상호 감독 #“좀비는 풍경일뿐, 반도는 가족영화 #폐허된 서울서 생존기가 큰 줄기”

“어릴 적엔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게 흔한 경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설렘이 있었어요. ‘쥬라기 공원’ ‘스타워즈-에피소드3’ ‘터미네이터2’ … 가슴 두근거리면서 보러 갔거든요. 블록버스터란 게 그런 두근거림이었죠. ‘반도’는 그런 관점에서 만들었습니다.”

개봉 전날 만난 연상호(42) 감독의 말이다. 좀비 불모지였던 한국이 ‘좀비 맛집’이 된 건 애니메이션 감독이던 그의 실사영화 데뷔작이자, 국내 최초 좀비 재난 블록버스터 ‘부산행’이 1000만 관객을 훌쩍 넘기는 큰 성공을 거두면서부터. 하지만 소시민 슈퍼 히어로에 철거민 문제를 접목한 ‘염력’(2018)으론 100만 관객을 못 넘기는 쓴맛도 봤다.

그는 “‘염력’이 대중적으로 실패하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무엇일까 고민했고, 플랫폼의 성향을 알고 작업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반도’가 그 첫 번째 결과물”이라고 했다. 시나리오부터 20여 분의 대규모 자동차 추격전 등 시원시원한 ‘그림’을 먼저 구상하고 캐릭터의 감정선은 나중에 채워나갔다는 설명이다. 올초 방송한 tvN 오컬트 드라마 ‘방법’의 각본을 쓰기도 한 그는 “캐릭터 감정선,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주기엔 (TV)드라마가 훨씬 용이하다. 극장의 강점(스펙터클)을 중심에 가져가야 한다는 게 컸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

연상호 감독

볼거리 위주라 캐릭터·드라마는 밋밋하단 평도 있는데.
“전혀 약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점이라 생각하신 분들은 변화를 못 받아들이시는 게 아닌가.”

‘반도’는 ‘부산행’으로부터 4년 후, 폐허가 된 채 고립된 서울을 무대로 포스트 아포칼립스(멸망 후 세계관을 다룬 작품) 액션물을 표방했다. 좀비는 거들 뿐, 짐승처럼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악전고투가 주축이다. 주인공은 4년 만에 서울에 돌아온 전직 군인 정석(강동원)이지만, 그간 ‘좀비 지옥’에서 살아남은 모녀 민정(이정현)과 준이(이레) 등 여성들의 자동차 액션이 도로를 주름잡는 것도 신선하다.

‘작은 소녀가 큰 차를 몰면서 좀비를 쓸어버리는 이미지’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한국화하면서 느끼하지 않은 이미지가 뭘까. 너무 이런 데 어울릴 만한 건장한 남성이 폼 잡는 것보다 자기하고 안 어울리는 덤프트럭 같은 걸 운전하는 소녀의 이미지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준이는 ‘부산행’ 수안(극 중 공유 딸)의 성장버전처럼 느껴지는데.
“준이는 준이고, 수안은 수안이다. 다만 ‘부산행’ 마지막에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잖나. ‘반도’는 그렇게 형성된 가족의 이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반도’의 중심이 공동체 스토리다. 극 중 631부대는 절망을 베이스로 자극만 좇는 ‘변종 좀비’ 같은 집단 안타고니스트다. 견고한 성 같지만 곧 부서지기 직전의 불안한 공동체로 보이길 바랐다. 반면 민정의 공동체는 연대를 강조해, 정석이 그 사이에서 뭔가를 느끼길 바랐다.”
‘반도’와 ‘부산행’ 좀비의 차이라면.
“좀비는 드라큐라처럼 개체 하나의 힘보단 ‘풍경’ 같은 존재다. ‘부산행’은 좀비영화가 처음이니까 개체에 대한 재미가 있을 수 있지만 사실 마동석한테도 지는 존재지 않나. 좀비물이 좀비 개체가 아닌 좀비화된 세계의 영화란 점에선, 좀비에 의해 포스트 아포칼립스화된 배경을 그린 ‘반도’가 더 진화한 셈이다.”

그는 또 다른 차이도 내세웠다. “‘부산행’ 개봉하고 추석쯤 가게에 갔는데 아이들이 팔을 꺾으며 좀비 흉내를 내더군요. 한 친구도 전화가 와서 초등학생 아들이 ‘부산행’ 보러 가자고 조른다는 거예요. 15세 관람가라 부모 동반해야 하는데, 안 보면 친구들과 말이 안 통한다고. 애니메이션 땐 겪어보지 못한 충격적인 경험이었죠. 좀비영화다보니 애들한테 보여줘도 되냐, 사람 뜯어먹는 센 장면 안 나오냔 문의도 받았는데 ‘반도’는 그런 걱정 없이 가족 단위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죠.” 참고로 관람등급은 ‘반도’ 역시 ‘부산행’과 같은 15세 관람가다.

다음 좀비영화를 만든다면.
“‘반도’의 속편이 나온다면 다른 방식으로 가고 싶다. 지금 관심 가는 건 호러다. 어떻게 보면 좀비와 제일 가까운데 요즘엔 좀비호러를 잘 안 하더라.”

차기작도 다채롭다. 드라마 ‘방법’의 영화화 작업은 각본만 맡아 ‘재차의’를 다룰 예정이다. “한국 전통 요괴로서 주술에 의해 움직이는 시체를 ‘재차의’라 하는데 부두교에서 주술사가 움직이는 좀비와 비슷하죠.” 그가 글을 쓰고 최규석 작가가 작화를 맡은 웹툰 ‘지옥’과 이를 바탕으로 만드는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도 있다. 연출도 직접 한다. “할리우드 진출은 딱 맞는 기회가 없었는데, 지금으로선 한국에서 잘 만들어도 충분히 글로벌한 관심 끌 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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