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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펀드 활용 M&A한 회사, 전 청와대 행정관이 최대주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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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자금을 활용해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합병(M&A)했다는 의혹을 받는 회사의 최대주주가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기금투자 운용사 선정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도 나왔다.

서류 위조한 혐의 사내이사의 부인 #“748억 유치때 설명서 2장뿐” 의혹도

20일 미래통합당 윤창현 의원실이 한국거래소 등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장외기업 셉틸리언은 자회사 화성산업을 매개로 옵티머스 펀드 자금을 활용해 코스닥 상장사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인수한 것으로 의심받는 회사다. 셉틸리언의 공동주주가 이 전 행정관(지분율 50%)과 윤모씨(50%)였다.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펀드 투자처인 여러 기업의 감사 등을 지내고, 옵티머스운용의 각종 서류 위조를 도맡은 혐의로 구속된 윤석호 변호사의 아내다. 윤씨는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의 아내다.

문제는 지난해 2월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화성산업으로 변경되면서 발생했다. 당시 화성산업은 해덕파워웨이의 전 최대주주 이모씨로부터 회사 지분 15.89%를 301억원에 매입한다. 이 인수자금 가운데 200억원은 전 최대주주 셉틸리언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금액이다. 셉틸리언은 대부디케이에이엠씨를 통해 옵티머스운용 펀드 자금을 내려받은 트러스트올로부터 250억원을 조달했다. 해덕파워웨이는 그보다 앞서 옵티머스운용에 350억원을 신탁한 바 있다.

해덕파워웨이 자금이 옵티머스운용→대부디케이에이엠씨→트러스트올→셉틸리언→화성산업을 거쳐 다시 해덕파워웨이로 돌아왔고, 그 과정에서 최대주주 변경이 이뤄진 것이다.

이 전 행정관의 남편인 윤석호 변호사는 화성산업의 감사를 맡기도 했다. 이 전 행정관 역시 2019년 3월부터 10월까지 피인수기업 해덕파워웨이에서 사외이사로 일했다. 그러다 2019년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상장적격성 심사 자료에 “윤석호, 윤모씨 이 전 행정관, 김재현 대표, 이동열 트러스트올 대표 등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경제적 공동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썼다.

한편 옵티머스가 기금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2017년 6월 전파진흥원에 제시한 상품설명서는 표지와 회사 상호 및 연락처가 적힌 마지막 장, 회사 소개와 위험 고지 부분 등을 제외하면 상품 관련 내용이 실린 문서는 단 두 장뿐이었다. 하지만 전파진흥원은 그해 6월 옵티머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405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진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투자 규모는 총 748억원 규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감사에 착수해 “실적배당형 금융상품은 투자원금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엄격한 제안서 평가를 통해 운용사를 선정해야 함에도 확정금리형 상품과 수익률을 단순 비교해 투자를 결정하는 특혜를 (옵티머스에)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기금 투자 상황을 잘 아는 전파진흥원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옵티머스가 제시한 상품설명서가 부실했고 일부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옵티머스가 제시한 수익률이 다른 회사들보다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기정·정용환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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