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억이하 아파트 씨 말랐다···'그림의 떡'된 취득세 감면

중앙일보

입력 2020.07.20 18:02

업데이트 2020.07.20 22:33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10%의 바늘귀를 뚫어라. 정부가 '7ㆍ10대책'에서 실수요자를 위한 보완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외곽의 '나홀로 단지'까지 줄줄이 손바뀜되면서 서울시내에서 4억원 미만의 중저가 아파트 매물은 거의 실종됐다. 중저가 주택이 사라지며 각종 대책이 '그림의 떡'이 된 것이다.

'생애 첫 집'을 살 때 취득세 전액(100%)을 감면받으려면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을 구매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0%포인트 우대 혜택은 6억원 이하(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주택에 한해 적용된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LTV 10% 포인트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실수요자의 소득 기준이 8000만원 이하(생애최초주택 구매자는 9000만원)로 완화된 것이다.

예컨대 투기지역으로 묶인 서울에서 부부합산 연 소득이 8000만원인 무주택자가 6억원 주택을 살 경우 기존에는 2억4000만원(40%)까지 빌릴 수 있었지만, 지난 13일부터는 3억원(5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줄어드는 서울 6억원 이하 아파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줄어드는 서울 6억원 이하 아파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우대 혜택으로 실탄(자금)이 조금 넉넉해졌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찾기는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 됐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중위값(매매가격 중간값)은 8억3500만원을 넘어섰다. '12ㆍ16대책'으로 9억원 넘는 주택의 LTV를 죄자 9억원 미만 아파트가 몰린 강북 아파트값이 올랐다. 특히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은 씨가 말랐다는 말이 돌 정도로 ‘품귀현상’이 심하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일대를 재개발한 SK북한산시티는 47개 동에 3830세대가 사는 대단지다. 하지만 이달 들어 6억원 이하 매물은 사라졌다. 소형 평수(전용 59㎡) 시세는 이달 20일 기준 6억2000만~6억3000만원이다. 지난달 초에 5억3000만원(국토부 실거래가)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반 사이 1억원이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30건 이상의 거래가 집중되면서 5억 중순이던 몸값이 6억원 초반대로 손바뀜했다”며 “6억원 이하 매물은 층수와 상관없이 더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북의 6억원 언저리 아파트값은 더 급격히 올랐다.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59㎡는 최근 7억원에 거래됐다. 올해 2ㆍ3월까지 5억7000만~5억8000만원(국토부 실거래가)에 사고팔았던 아파트 값이 3개월 새 1억2000만원 이상 뛰었다.

직장인 윤모(42)씨는 “소득 기준 완화로 LTV 10%포인트 우대를 받을 수 있어 기뻤는데 도통 6억원 미만 아파트를 찾을 수 없다”며 “아무래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사 가지 않고는 혜택을 누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취득세 100% 감면 받는 가구수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서울에서 취득세 100% 감면 받는 가구수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번 보완책에서 현실과 괴리가 더 큰 혜택이 있다. 집을 살 때 매기는 취득세다. 생애 첫 주택을 살 때 연령이나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주택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액 감면(주택 가격 1억5000만원 이하)과 취득세 50% 감면(수도권 기준 시세 1억5000만~4억원) 혜택이다.

서울 시내에서 취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를 찾기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서울아파트 약 125만 가구 중 매매가격 1억5000만원 이하는 318가구다. 전체 가구수의 0.03%에 불과했다. 서울에서 취득세를 100% 감면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취득세를 절반이라도 줄일 가능성은 있을까. 매매가격이 1억5000만원 초과~ 4억원 이하인 주택(12만8257가구)은 전체의 10.3%에 불과하다. 이 조차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4억원 이하 단지도 몸값이 오르고 있어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서울 아파트값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6억원 이하 주택에 제공되는 세금감면이나 대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실수요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도 “정부의 눈높이가 현실과 괴리가 크다. 수도권 중위가격조차도 올해 들어 5억원을 넘어섰다”며 “정부가 제공한 실수요자를 위한 혜택을 받으려면 지방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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