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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뺀 공급대책은…용적률 높여 도심 고밀화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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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보전을 계속한다”는 원칙을 밝히면서, 정부의 주택 공급 방안이 다시 난관을 만났다. 정부가 3년에 걸쳐 수요 억제책을 추진해온 탓에 꺼내 들 공급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카드인 재건축 시장은 각종 규제로 꽁꽁 묶인 상황이다.

정부가 7ㆍ10 부동산 대책 때 발표한 공급 밑그림은 5가지다.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도시계획 규제 개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 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택지 추가 발굴 ▶공공 재개발ㆍ재건축 때 청년ㆍ신혼부부용 공공임대ㆍ분양아파트 공급 ▲ 도심 내 공실 상가ㆍ오피스 등 활용 등 방안 등이다.

유휴부지 찾기, 용적률 완화에 방점  

정부는 이날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이 방안과 더불어 다양한 국ㆍ공립 시설 용지를 최대한 발굴ㆍ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발굴할 땅이 많지 않다. 2018년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대책을 발표할 당시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며, 유휴부지를 개발하고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8만 가구 공급대책을 밝혔다.

삼성동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세텍) 옆 동부도로사업소 부지, 창동 유휴부지 등 빈 땅을 탈탈 털었다. 여기에 지난 5월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국ㆍ공유지, 공공기관 소유 부지 활용, 공공시설 복합화 등 다양한 도심 유휴부지 활용을 통해 주택 1만5000가구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유휴부지의 개발도 쉽지 않다. 서울시가 2018년 발표한 8만 가구 공급물량 중 시유지를 활용하는 계획으로 착공에 들어간 곳은 60가구에 불과하다.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되던 곳에 시가 공공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탓이다.

현재로써 도심 고밀 개발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손꼽힌다. 서울 등 역세권에서 추진하는 재개발 사업은 용적률을 600~1000%까지 높이는 방안이다. 용산 정비창 부지 등 공공부지의 용도를 상향해 더 고밀 개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중심상업지역으로 지정하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용적률을 최고 1500%까지 완화(서울시 조례상 1000%)할 수 있다.

더불어 3기 신도시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이 가장 선호하는 도심 땅 개발을 고려하지 않아 공급 부족 논란이 심해졌다”며 “용산 정비창, 대치동 세텍 부지 등 공공부지를 포함해 선호도가 높은 역세권을 고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릉 골프장도 그린벨트인데 개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모습.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 소유의 태릉 골프장 부지도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즉각 “태릉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과 관련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주택 공급물량 확대 필요성 및 시급성과 군인 복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부처, 지자체 등과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방부와 국토부는 태릉 골프장 부지 개발 관련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태릉골프장의 경우 부지 규모는 83만㎡다. 이곳에 아파트를 지으면 1만~2만 가구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군 부지인 점만 강조하고 있지만, 태릉골프장 역시 서울시가 지정한 그린벨트 중 하나다. 2018년에도 공급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됐으나 국방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재건축 규제 완화, 집값 불똥에 정부 부정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아파트 모습. [뉴스1]

서울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 등 정체된 재건축 사업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는 129개, 10만1562가구에 달한다. 통상 3종 일반 주거로 용적률 250% 제한선을 뒀던 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높일 경우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지금까지 35층 층고 제한을 두며 재건축 시장의 용적률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더욱이 지난 6ㆍ17 대책 때 정부가 안전진단 요건을 더 강화한 상태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28일부터 시행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재건축 시장을 옭아매는 첩첩산중 규제 중 하나다. 하지만 정부는 규제 완화 관련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를 풀지 못하면 시장이 원하는 공급 대책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공 주도형 재개발 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면 민간에서 절대 뛰어들지 않는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시장이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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