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축” 우려에도 공정거래법 개정 본격화한 정부·여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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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을 예고한 공정거래법이 21대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3월 2020년 공정위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을 예고한 공정거래법이 21대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3월 2020년 공정위 업무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이 본격화하고 있다. 바뀌는 법에선 기업 담합 등의 사건을 누구나 고발할 수 있도록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고, 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두배로 올린다. 경제계에선 “기업 투자·일자리 창출 저해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까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달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18년 국회에 제출했다가 20대 국회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안과 같은 내용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20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도 야당과 협의하며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높이고 전속고발권 폐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경제 상황은 악화했지만, 2년 전과 같은 내용의 법안이 그대로 추진되면서 경제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현행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 20% 이상 비상장회사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된다. 그러면서 신규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을 상장회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회사는 40%에서 50%로 강화한다.

 가격·입찰 등의 담합 사건을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전속고발제는 폐지한다. 검찰이 공정위 고발 없이도 바로 수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정위가 법 위반 행위에 매길 수 있는 과징금 상한도 두 배로 상향할 방침이다.

15일 서울 노원구 중계근린공원에서 열린 '2020 노원구 일자리박람회'에서 참여업체를 확인하는 시민들. 우상조 기자

15일 서울 노원구 중계근린공원에서 열린 '2020 노원구 일자리박람회'에서 참여업체를 확인하는 시민들. 우상조 기자

재계 “기업 투자·일자리 창출 오히려 막아”

 20일 대한상공회의소는 강화되는 공정거래법에 대해 “공정경제 질서 확립 필요성에 대해 기업도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서도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 경제계의 대안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상의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처럼 내부거래 규제 대상을 획일적으로 확대하면 지주회사와 소속기업 모두 규제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애초에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기업 투명성을 높이자며 정책적으로 유도한 것인데, 정책에 따라 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기업이 오히려 규제를 받는 정책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의 경제단체도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조정과 관련해 “기업의 지분매입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신규 투자와 일자리 창출 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선 “고소·고발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 전체에 고발 남용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경쟁 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로 공정위·검찰의 조사에 혼란을 겪는 기업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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