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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P2P 깐깐히 조인다…투자한도 반토막, 토스 판매 어렵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김모(30)씨는 지난해 10월 개인간(P2P) 대출업체인 넥스리치펀딩을 통해 중고차매매상사 사업자금 대출 상품에 400여만원을 투자했다. 김씨는 이전에도 P2P대출상품에 투자했다 손해를 봤지만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업체가 고시한 연체율이 0%에 가까운데다 금융감독원에 정식으로 P2P 연계대부업으로 등록된 업체라 믿을 만하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지난 7월 해당 업체는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며 환매 중단과 함께 폐업을 선언했다. 김씨는 “매달 30만~40만원 씩 모아 마련한 목돈을 한 번에 날릴 위기에 처했다”며 “경찰수사가 끝나고 원금의 일부라도 돌려 받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P2P 대출의 연체율이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셔터스톡

P2P 대출의 연체율이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셔터스톡

P2P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일부 업체들의 불건전 판매 등사고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의 업체당 투자한도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다음달 27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P2P법) 시행에 맞춰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고 20일 밝혔다. P2P법 시행 후 1년 간의 등록 유예기간 동안 미등록 업체에 적용할 지침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투자 한도 줄이고, 투자자 모집도 어렵게 

금융당국은 P2P 업체에 대한 투자 문턱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우선 개인이 업체 1곳당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인다. 일반개인투자자의 업체별 투자 한도는 2000만에서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테라펀딩 등에 대한 투자한도는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게 된다.

투자자 모집 창구로 써온 토스·카카오페이·뱅크샐러드 같은 핀테크 플랫폼 활용도 어려워진다. 플랫폼을 통한 투자자 직접 모집행위가 금지된다. 투자자들은 앞으로는 해당 P2P 업체의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가입·투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타 플랫폼에 광고할 때 P2P업체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상품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해야 한다.

과도한 리워드 제공이나 손실 보전 약속 등 마케팅도 제한된다. 현재 P2P 업체들은 최초 투자시 적립금이나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했다. 금융위는 업계 자체 가이드라인을 통해 적당한 보상 범위를 정하기로 했다.

P2P 대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P2P 대출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경영정보 공시하고 돌려막기 차단 

P2P 업체들의 경영정보 공시 의무 등도 강화된다. 부실채권 매각과 연체율 15% 초과, 금융 사고 발생 등 중요 경영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대출 상품별로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사항도 상세하게 규정된다.

P2P 업체들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규제도 추가된다. 대출채권·원리금수취권 등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고위험 상품은 P2P 대출에서 취급할 수 없다. 대부업자나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P2P 대출도 제한된다. 투자상품과 해당 투자상품을 통해 모집한 투자금의 대출 만기·금리·금액을 일치시켜야 한다.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을 기존 투자자의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돌려막기’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한국투자 팝펀딩 환매중단 피해 관련 검찰고소 기자회견에서 팝펀딩 펀드 피해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및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한국투자 팝펀딩 환매중단 피해 관련 검찰고소 기자회견에서 팝펀딩 펀드 피해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및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체는 "고사위기"…투자자는 "규제 사후약방문"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P2P업체는 정식 인가를 받은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금융당국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었다. 연체율이나 대출규모 등 기본적인 통계자료 수집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P2P 대출은 누적 대출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고속 성장했지만, 투자자 보호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연체율은 16%까지 치솟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동산(動産) 금융의 혁신 사례”로 평가한 P2P 업체인 팝펀딩은 환매 중단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고, 검찰 조사 결과 대규모 투자사기가 드러나기도 했다.

반면 P2P 업계에서는 규제 강화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나친 규제로 P2P법 본격 시행 전부터 업체 상당수가 생존의 기로에 서게 됐다”며 “업체당 투자한도가 반토막 나 투자금 모집이 힘들어지고, 업체의 성장동력인 대출을 늘리는 것도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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