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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헬기사격 부정' 전두환 재판, 수취인불명 이희성 나오나

중앙일보

입력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광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광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1심 속행 재판이 20일 광주에서 열린다. 전 전 대통령 측이 핵심 증인으로 신청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 핵심 인물인 이희성(96) 전 계엄사령관 등이 재판에 나올지 주목된다.

광주지법, 사자명예훼손 1심 재판 속개 #회고록서 고 조비오 신부 비난한 혐의 #"가면 쓴 사탄" "거짓말쟁이"라고 주장 #全,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 등 증인 신청 #'수취인불명' '폐문부재' 출석 불투명

 광주지법은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 재판을 이날 오후 2시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속개한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사격을 증언해 온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는다.

 이날 재판에는 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증인으로 신청한 이희성 5·18 당시 계엄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 장사복 전 전투교육사령부 참모장(준장) 등 2명에 대한 심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이 재판에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일인 지난 5월 18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 10층에서 시민들이 5·18 당시 헬기 사격에 의해 기둥과 바닥에 생긴 탄흔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5·18광주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일인 지난 5월 18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 10층에서 시민들이 5·18 당시 헬기 사격에 의해 기둥과 바닥에 생긴 탄흔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전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22일 열린 재판에서도 이 전 사령관과 장 전 참모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수취인 불명(본인에게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과 폐문 부재(문이 닫혀 있어 우편물을 전하지 못하는 상태) 등의 이유로 증인 출석이 불발됐다. 전 전 대통령 측은 5·18 당시 군 핵심 지휘관인 이들에게서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증언을 받기 위해 증인 신청을 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지난 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의 변호인에게 "불출석한 증인들의 증인 소환을 독려할 수 있도록 오는 8월에 열릴 재판까지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법원이 이 전 사령관과 장 전 참모장의 주민등록 주소지로 증인 소환장을 보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변호인 측에 증인들을 설득해 달라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주교 변호사는 "전화번호 등 연락처를 몰라 출석을 독려할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오는 7월 재판에 증인 소환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뜻을 재판부에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사령관이 고령이기 때문에 법정에 직접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도 이 전 사령관 등이 출석하지 않으면 증인 신청을 직권 취소할 방침이라고 한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린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린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지난달 22일 광주지법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난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전두환 측 증인에 대한 위증죄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사자명예훼손 혐의는 허위 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유죄가 된다.

 5·18 당시 송진원 육군 제1항공여단장과 506 항공대대장 김모 중령, 부조종사 등은 지난 재판 과정에 전 전 대통령 측 증인으로 출석해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했었다. 조 상임이사는 "뻔뻔하게 반성 없이 재판에서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한 위증에는 죄를 물어야 한다"며 "현재 변호사와 대응 방안을 상의 중"이라고 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린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린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조비오 신부의 유족과 5월 단체들은 이 전 사령관 등이 출석해도 앞선 전 전 대통령 측 증인과 똑같이 헬기사격을 부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는 "(이 전 사령관 등이) 증언대에 선다 해도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거짓 증언을 할 것"이라며 "증인 소환장을 수령하지 않은 것도 법정에 증인으로 서지 않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11일 1심 첫 공판기일에서 '5·18 헬기사격'을 부인했다. 지난 4월 27일 법원에 출석한 그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재판부 물음에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차 부인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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