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경민의 퍼스펙티브

첩보 위성 확충해 북한 도발에 대비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첩보 위성과 국가 안보

지상 30㎝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미국 디지털그로브의 광학 위성 월드뷰 이미지. [사진 디지털그로브]

지상 30㎝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미국 디지털그로브의 광학 위성 월드뷰 이미지. [사진 디지털그로브]

미국 크리스털(별칭 키홀) 첩보 위성은 250㎞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지상의 5㎝ 물체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일본은 지상 물체 30㎝까지 파악할 수 있는 첩보 위성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디서 나오고 어느 건물로 들어가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적이 있다.

한국은 현재 광학 위성 2기와 레이더 위성 3기 운용 #미·러·중에 이어 일본도 10기의 첩보 위성시스템 구축 #올해와 내년 위성 발사하면 북한 자세히 볼수 있게 돼 #대형 4기, 소형 10기 위성 체제로 안보 튼튼히 해야

김정은은 5㎝ 물체까지 파악하는 미국 크리스털 위성 추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어디를 가든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 첩보 위성일 것이다. 크리스털 위성은 먼 우주를 들여다보기 위한 지름 2.4m의 반사경을 장착한 허블 망원경이 먼 우주가 아닌 지구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김정은으로서는 동선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는 크리스털 위성의 존재에 소름이 돋을 것이다.

그러나 이 위성도 약점이 있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면 거울 보듯 명확히 들여다볼 수 없다. 잘 보려면 날씨가 쾌청해야 한다. 세계 최고 첩보위성 크리스털도 세밀한 정보 획득이 가능하지만, 탐색 범위가 한정돼 민간용 지구 관측 위성이 그 공백을 메운다. 해상도 30㎝급인 미국 디지털 그로브의 광학 위성 월드뷰 5기가 목표를 명확하게 관찰해 그 실상을 밝혀낸다.

날씨나 낮과 밤에 상관없이 24시간 정찰 활동을 하려면 레이더 위성도 필요하다. 레이더 위성은 구름이 끼는 등 날씨가 나쁘거나 어두운 밤에도 정찰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물체 식별 능력은 1m 정도이기 때문에 광학 위성과 보완해 목표물을 탐지한다.

4기의 위성 있어야 항시 관찰

한국군의 첫 전용 통신 위성 아나시스 2호. [사진 일본 우주항공개발연구기구]

한국군의 첫 전용 통신 위성 아나시스 2호. [사진 일본 우주항공개발연구기구]

최초의 레이더 위성은 1967년 러시아 레간다 위성이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미국 항공모함 전투 함대들을 탐지할 수 있었다. 미국은 1988년 1호 레이더 위성 라크로스를 발사했다. 그 후 레이더 위성 기술 발전으로 무게를 줄였고 지상 자동차를 식별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레이더 위성이 큰 활약을 하는 곳은 재난이 발생한 지역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우주항공개발연구기구(JAXA)의 지구 관측 위성 다이치는 쓰나미로 바닷물에 침수된 지역의 범위와 건물 등 파괴된 지역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첩보 위성은 광학 위성 2기, 레이더 위성 2기 등 모두 4기의 위성이 1개 조합을 이룬다. 그래야 날씨나 주야에 상관없이 365일 24시간 같은 지점을 들여다볼 수 있다.첩보 위성을 통해 상대방 국가를 들여다보는 능력은 미국이 세계 최고다. 러시아·중국·일본이 뒤를 쫓는다. 일본은 2025년까지 총 10기의 첩보 위성으로 의심 지역을 하루에 여러 번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위성 없으면 정보 열세 시달려

지난 14일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연합뉴스]

한국은 현재 해상도 70㎝급 아리랑 3호와 55㎝급 아리랑 3A호, 1m급 레이더 위성 3개를 운용하고 있다. 올해 500㎏의 중형급 광학 위성을 발사하고, 2021년에는 1.7t 무게의 50㎝급 레이더 위성과 1.6t 무게의 30㎝급 광학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한국은 인공위성 측면에서 준강대국 수준으로 발돋움할 기반을 구축하게 된다.

인공위성의 수명은 궤도 수정을 하는 데 사용하는 연료에 좌우된다. 보수적으로 계산하면 대개 수명이 4~5년이지만 아껴 쓰면 10년 가까이 연장해 사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4기 위성 체제를 유지하려면 수명이 다한 위성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위성을 발사해야 한다. 한국은 그럴만한 경제력이 있는 나라다. 반면 북한은 자체 인공위성이 없다.

상대방은 인공위성을 통해 우리 내부를 샅샅이 들여다보는데 우리는 다른 나라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면 그만큼 정보 열세에 시달려야 한다. 그래서 항시적으로 인공위성을 통해 주변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우주 개발에 국민 성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대형·소형 위성 혼합해 첩보 능력 고도화

미국의 초기 레이더 위성은 직경 50m의 거대한 파라볼라 안테나를 달고 있었지만, 지금은 엄청나게 작아졌다. 해상도도 1m급에서 이제는 30~50㎝급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위성이 없는 나라는 정보력에서 뒤져 절대 준강대국이 될 수 없다. 첩보 위성 소형화 덕분에 500㎏ 정도의 위성이 50㎝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만큼 대형 위성 못지않은 해상도를 갖는다. 가격도 낮아져 여러 개의 위성을 쏘아 올려 10여 기 이상의 위성으로 전천후 탐지 시대가 오고 있다.

미국은 이미 대형 위성과 소형 위성을 혼합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목표물을 탐지하고 있다. 일본도 소형 인공위성 개발을 서둘러 미국처럼 대형·소형 위성을 섞어 운용한다.

한국도 대형 위성 4기 체제와 소형 위성 10기 체제를 갖춘다면 예산에 큰 부담 없이 정보 획득 능력을 고도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첩보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국가 안보가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위성에 지자체 이름 넣어 국민 관심 높이자

몇십 년 전만 해도 음악을 들으려면 집안에 장롱 크기만 한 커다란 전축을 들여놓아야 했다. 이제는 손안의 스마트폰이나 MP3로 고음질의 음악을 듣는 시대가 되었다.

반도체 기술이 발달하고 부품이 작아지면서 5~6t 되던 인공위성도 500㎏대로 작아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위성이 소형화됐어도 규모가 큰 위성에 대해 기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지구를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소형 위성은 500㎏ 내외의 인공위성을 말한다. 전자공학의 발달로 부품은 소형화되고 기능은 상향되면서 무게도 줄어드는 추세다. 소형 위성은 2~3t에 이르는 대형 첩보 위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아리랑 3호보다 강력한 일본의 소형 광학 위성 아스나로-1은 해상도가 50㎝급이지만 무게는 500㎏에 불과하다. 레이더 위성인 아스나로-2는 해상도가 1m급이고 무게는 570㎏이다.

일본의 대형 위성 다이치 3호의 탐색 범위는 지상 70㎞ 내외다. 소형 위성은 탐색 범위가 10㎞ 이내로 좁지만, 해상도는 비슷하다. 소형 위성을 10개 띄우면 대형 위성 하나의 임무를 대체할 수 있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은 2007년부터 10년 동안 소형 위성을 890기 발사했다. 2017년부터 10년 동안은 6200기의 소형 위성이 발사될 계획이다. 한국도 11기의 소형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갖고 있을 정도로 소형 위성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일본은 우주 개발 저변 확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이름을 딴 소형 위성을 발사하고 있다. 우주에 우리 마을의 이름을 딴 인공위성이 돌고 있다는 자긍심을 부여해 국민 관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도 우주발사대가 있는 고흥만이 아니라 ‘서울호’라든가 ‘부산호’ 등의 이름을 딴 소형 위성화 사업을 추진하면 어떨까. 자라나는 세대에 자부심을 심어주고 우주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경민 한양대 특별공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