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한국, 원유수출대금 미상환시 제소…美·韓은 주종관계” 맹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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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연합뉴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연합뉴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제로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과 관련해 “한국이 이란의 외교적 노력에도 부채(원유 수출대금)를 돌려주지 않으면 이란이 한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경고하며 동결을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워싱턴과 서울은 주인과 하인의 관계”라며 “한국이 미국의 일방적인 불법 제재에 복종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국은 이란과 진정성 있게 거래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라며 “미국의 제재를 핑계로 한국의 은행에 동결한 우리의 원유 수출대금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란의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한국이 미국의 정책을 계속 따를 경우 이란은 테헤란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하고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한국 정부가 부채를 상환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한국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을 돌려받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법적 절차에 나서라 지시했다”고 하며 압박했다.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 중앙은행에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한국의 원유 수출대금 동결 조치를 해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통신은 이란 상공회의소장 등을 인용해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산을 65억~90억 달러(약 7조8000억~10조8000억원) 규모라고 보도했다. 또 한국이 이란의 원유수출대금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 원유수출대금이 담긴 계좌에 대한 수수료와 관리비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최근 들어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내외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부당하게 자신의 자금을 동결했다면서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수차례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으로 최대 외화수입원인 원유 수출길이 막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외 교역이 더욱 어려워져 이란 자국 내 외화가 부족해진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 미국의 승인 아래 2010년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의 계좌를 통해 달러가 아닌 원화결제가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 정부가 이란중앙은행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서 국제테러지원조직(SDGT)으로 제재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거래 계좌도 함께 동결돼 원화 거래가 어렵게 됐다.

한국 정부는 미국, 이란과 협의를 거쳐 지난 5월부터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인도적 품목에 한정해 이 계좌를 통한 이란 교역 절차를 재개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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