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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큰비와 장대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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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하면서 지역에 따라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호우경보나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엄청난 물난리를 겪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장마철이 되면 늘 듣는 말이 ‘호우’나 ‘집중호우’다. 호우(豪雨)는 줄기차게 내리는 크고 많은 비를 뜻한다. 12시간 80㎜ 이상일 때 호우주의보가, 150㎜ 이상일 때 호우경보가 내려진다. 집중호우(集中豪雨)는 시간당 30㎜ 이상 되는 비를 말한다.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도 있는 비의 양과 관련된 용어들이다. 하지만 중요한 용어임에도 의미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 ‘호우’에는 좋은 벗을 뜻하는 ‘호우(好友)’, 때를 맞추어 알맞게 오는 비를 뜻하는 ‘호우(好雨)’ 등 한글로는 발음이 같은 한자어 단어가 꽤 많이 있기도 하다.

이들 용어가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일본에서 쓰는 낱말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호우’ ‘집중호우’는 우리가 원래 사용하지 않던 일본식 한자어다. 그러다 보니 단어 자체로는 의미가 바로 와닿지 않는다. 이전부터 우리가 사용해 오던 말은 ‘큰비’(호우), ‘장대비’ 또는 ‘작달비’(집중호우)다. 이들 순우리말은 얼마나 많은 비가 내릴지 훨씬 더 잘 다가온다.

꼭 일본식 한자어라서가 아니라 더욱 이해하기 쉬운 말을 쓴다는 차원에서 이들 순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 국립국어원도 ‘호우’나 ‘집중호우’ 대신 ‘큰비’와 ‘장대비(작달비)’로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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