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근본적 질문을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정의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장혜영 의원이 19일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꺼낸 말이다. 장 의원은 이날 유튜브 채널 ‘정의당TV’에 출연해 “진보란 무엇인지, 정의란 또 무엇인지 근본적 성찰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상황”라며 “세상과 함께 치열하게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역사 속으로 천천히 사라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포스트 심상정’ 체제의 토대를 닦기 위해 5월 말 발족했다. 고 노회찬 전 원내대표, 심상정 대표만큼 진보진영을 아우를 대중정치인을 배출할 토양을 만드는게 목표다. 이날 내놓은 혁신안에는 당비를 1만원에서 1000원으로 낮추고, 당내 조직인 ‘청년정의당’을 만들어 청년정치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음은 전화통화로 이뤄진 장 의원과의 문답.
- 당비 인하는 어떤 취지였나.
- 당비를 현재도 낮출 수는 있지만 자기 형편이 어렵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당비가 낮춰지면 청년층, 노동자의 가입이 늘 것이다.
- 청년정의당 설립 취지는.
- 4·15총선을 통해 당내 청년조직이 성장했다. 당내 기구지만 독립적으로 구성될 거다.
혁신안을 만드는 도중 장 의원은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다음 날인 10일 장 의원이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조문 거부 의사를 밝히자 일부 당원들이 반발하면서 탈당했다.
- 박 전 시장 사태에 대해 혁신위 내 토론이 있었나.
- 얘기한 적은 있지만 논란 자체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성폭력에 대해 잘 준비했다고 봤던 서울시에서 문제가 생겼다. 혁신안에 젠더폭력신고·대응 핫라인 신설을 넣은 것은 우리당도 실질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봐서다.
- 혁신안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
- 겸손한 마음으로 접근하고 있다. 진보정치의 방향을 잃지 않은 상황에서 분열하지 않고 가는 게 내 과제다.
혁신안 핵심은 2030당원 확보
혁신안의 골자는 청년 당원의 활동폭을 넓히고 숫자를 불리는 것이다. 당비를 현행 월 1만원에서 1000원으로 인하하면 당원 가입의 문턱을 낮아져 2030당원이나 지역당원이 가입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당원 다수를 이루는 4050들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독립기구인 ‘청년정의당’을 만들어 예산·인사권을 부여하면 청년당원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청년정의당 대표로는 1987년생인 장 의원과 1992년생인 류호정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또 정의당 기존 강령에 담긴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당 비전도 손보기로 했다. 진보라는 가치만으로는 정의당의 정체성을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없단 이유다. 이밖에도 ▶지역위원회 연석회의 신설 ▶평등·안전 조직혁신TF 설치 ▶젠더폭력신고·대응 핫라인 신설 ▶부대표 권한 강화 등도 담겼다.
당내 이견은 숙제
혁신안에 대해선 당내 의견이 엇갈린다. 한 핵심 당직자는 “혁신안이 노동 등 핵심가치 문제를 놓고 당원에게 방향성을 묻는 혁신적인 안이 담겼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다른 당직자는 “혁신위에도 정파적으로 다른 의견이 있기 때문에 장 의원 입장에선 다양한 안을 넣어 토론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혁신안은 다음달 8일 최종안이 결정된 후 당대회에 상정된다. 혁신안 자체가 수정되거나 폐기될 수도 있다.
정의당 핵심 당직자는 “장 의원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혁신안이 통과되도록 하는 것은 장 의원뿐만 아니라 정의당 전체의 과제”라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